[창업 DNA를 키우자⑦]아이카이스트, 창업 2년 반만에 매출 1000억원 예상
김성진 대표 "정부 정책은 우산처럼 젊은 창업가 지원해야"

김성진 대표(사진 오른쪽)와 아이카이스트 직원이 스쿨박스를 활용한 교육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터치하는 것만으로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등을 생생하게 볼수 있다.
김성진 대표(사진 오른쪽)와 아이카이스트 직원이 스쿨박스를 활용한 교육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터치하는 것만으로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등을 생생하게 볼수 있다.
초등학교 교실. 교사는 분필 대신 작은 펜 크기의 막대로 모니터 위에 판서를 하고 필요한 자료를 몇번의 터치만으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태블릿 단말기로 보내 활용하도록 한다. 수업은 자연스럽게 토론방식이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스마트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은 재미있게 수업에 몰입하며 학습효과도 상승된다.

터치기술 강자 11명이 참여해 창업한 아이카이스트(대표 김성진)의 야심작 '스쿨박스' 시스템 덕분이다.

아이카이스트는 KAIST가 역사상 처음으로 학교 브랜드와 기술을 출자해 설립한 KAIST 1호 자회사다. KAIST가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 하고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2011년에 설립된 아이카이스트는 터치 인식 기술과 교육 소프트웨어를 핵심기술로 첫번째 사업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연구개발 1년만에 스쿨박스 시스템 개발에 성공한다. 이후 세종시 초등학교에 시스템을 납품하며 스마트 교육의 선두주자로 단숨에 등극했다. 해외 진출도 순조롭다.  터키·몽골·리투아니아 등에는 시범학교용 제품을 납품했다.

김 대표는 "KAIST는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학술 연구기관으로 기술 대부분 상품 직전단계인 작품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 기술들을 승계 받아 시장에서 더욱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드는게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우선 첫번째로 터치 기술을 교육콘텐츠와 접목해 멋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회사 설립취지를 소개했다.

처음 11명으로 출발한 아이카이스트는 올해초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하고 직원도 대폭 늘렸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오일머니가 풍부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에 앞장서고 있어 목표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독학으로 영어배워가며 SW 공부한 산골소년, CEO 싹을 키우다

김성진 대표는 1984년생(만 29세)으로 중학생 때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KAIST에서 전산학·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하고, 대학원 과정을 거쳤다.

KAIST 학부생 시절에는 역대 최연소로 정보문화상을 받았다. 이 상은 이름만 대면 아는 내노라 하는 리더들이 받았던 상이다. 그의 프로필만 보면 요즘말로 '엄친아'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의 성장과정은 엄친아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충북 음성 읍내에서도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의 산골소년으로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못했다. 초등학교시절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됐기 때문이다(지금은 재활치료로 거동이 가능해졌다).

그런 그에게 세상과 연결하며 희망이 되어 준 것은 컴퓨터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친구집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본 그는 부모를 졸라 컴퓨터를 갖게 된다. 교육방송에서 우연히 본 SW 관련 외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컴퓨터에만 통하는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PC 프로그래밍 언어에 관한 책인데 영어 원서였죠. 책을 보려고 영어를 배웠어요. 그리고 독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40여개의 SW를 만들었다. 중학교 3학년때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고등학생을 제치고 대상을 받으며 서울 유학에 이어 KAIST 전산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KAIST에 입학하면서 그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학교 컴퓨터 게시판을 통해 알게된 중증장애인의 의사소통 보조기구를 개발하는 자원봉사 모임의 SW 전문가로 참여하게 된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007년 생각으로 가는 자동차를 개발했다. 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개발한 '생각으로 가는 자동차'는 국내 대기업 자동차 회사의 고급 자동차에 채택되는 등 CEO로서의 자질도 인정 받는 계기가 된다. 내친 걸음에 김 대표는 2008년 초 휴모션이라는 벤처를 창업했다.

일련의 그의 활동을 지켜본 KAIST는 자회사를 운영할 파트너로 김성진 대표를 선택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카이스트는 대화면 정전용량 멀치 터치 기술을 응용해 100인치급 대형화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미국의 애플·3M, 유럽의 베스텔 등 굴지의 기업관계자들이 연달아 대전을 찾았다.

아이카이스트의 제품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2월 회사를 방문한 일본의 지역의원들. 김 대표로부터 터치기술과 교육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아이카이스트의 제품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2월 회사를 방문한 일본의 지역의원들. 김 대표로부터 터치기술과 교육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같은 목표와 협업으로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단숨에 성공

KAIST 출신 청년 기업가로 포브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2030 CEO 4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김 대표지만 창업 이후 길이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불신의 눈초리가 그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처음 창업 과정에서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26살의 학생에게 KAIST라는 지명을 내주면 안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거든요. 다행해 KAIST는 젊은 도전 정신을 인정해줬고, 그 결과 KAIST 최초 자회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학교의 신뢰만큼 그의 열정도 뜨거웠다. 11명의 전사들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기업)'이라는 소문이 학교 안팎으로 날만큼 기술개발에 몰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대면적 디스플레이에 적용이 가능한  터치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하게된다.

김 대표는 이처럼 짧은 시간안에 아이카이스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같은 목표'와 '협업'을 들었다.

"터치기술 개발팀은 초기부터 하나로 움직였습니다. 각자 맡은 분야를 연구하고 협업하면서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밤을 새면 같이 샜습니다. 그러나보니 기술개발도 빨리 할 수 있었고요."

아이카이스트의 성공 소식이 알려지며 김성진 대표는 창조경제의 핵심 아이콘으로 부각, 지금까시 살아온 나날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청년창업자들이 애로사항 편하게 건의 할 수 있는 환경 마련해야

김성진 대표.
김성진 대표.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놓으며 아이카이스트의 질주는 가속화 되고 있다. 정부의 핵심 리더들이 대덕의 작은 벤처인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섰다.

이에 김 대표는 젊은층의 창업 붐 조성을 위해 정부의 지원정책에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는다.

"청년 창업자들이 애로사항이 있으면 편하게 건의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김 대표는 또 "젊은이들은 비가 오면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선배 기업가와 정부가 우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앞둔 후배들을 위한 조언에 대해 그는 "창업초기부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지원책에는 벤처기업을 위한 제도들이 많다"면서 "수출지원 정책이 있다는 것을 최근 실무를 진행하면서 알게 됐다. 긍정마인드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올해 1월 KAIST 문지캠퍼스 내에 새로운 사옥을 완공하고 이전했다. 직원 수도 11명에서 56명으로 늘었으며 계속 충원 중이다.

김 대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당초 KAIST가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한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사업화 가능한 아이템 발굴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아이카이스트의 다음 목표는 바이오플라즈마 기술의 상품화다. 조규영 KAIST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로 이는 플라즈마와 피부, 혈액, 암세포, 변형 단백질의 상호 작용을 통해 노화 예방과 난치병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김 대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스탠포드가 있듯이 대덕밸리에는 KAIST가 있다. 학교를 세상에 알리고 KAIST 보유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면서 "창업 선배로서 후배들을 도우며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