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95%·3面 바다 활용하는 '국토혁신' 필요
중앙-지방·육지-바다의 유기적 연계와 장점활용 고민해야

이스라엘과 터키 일부를 최근 둘러보았다. 두 지역을 둘러보며 느낀 점은 이제는 국토나 인구 규모가 국력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그 나라가 갖고 있는 과학기술력과 국민들의 내적 일체감이 더욱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국토 크기에 5천만 인구는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아주 좋은 규모가 아닌가 여겨졌다.

이스라엘의 경우 8백만 인구에 제조업이 취약한 나라는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가,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로열티를 받고, 벤처를 창업시켜 이를 외국 유명기업에 파는 것은 경쟁력이 있으나 우리처럼 자동차나 조선 반도체 등등의 국제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터키는 인구는 7천만에, 국토는 우리의 8배 규모이다. 자동차와 백색 가전, 조선업 등이 어느 정도 활성화는 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수준은 약진이 더 필요하다. 넓은 국토면적을 기반으로 밀과 올리브, 포도 등의 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세계 경제는 이제 디지털과 나노란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이란 ICT에서 대표되듯이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산업이 그렇다. 이전의 아날로그 산업과의 차이는 수치화가 되고, 대량생산이 되지만 신흥국들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간다는 것이다. 고도로 훈련된 인력과 새로운 장비가 없이는 디지털 산업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디바이드라고도 할 수 있다.

디지털 산업이 진화된 형태가 나노 산업이다. 기존보다도 훨씬 적은 원료를 갖고도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상품을 만들어 내게 된다. 디지털과 나노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력과 과학기술력이다. 이 둘이 있으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국토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과 5천만 인구를 같은 공동체라는 공감대를 갖도록 하는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러면서 5천만이 공통의 비전을 갖고 나아가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전문성을 기르고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 과정에서 대덕특구는 설립자들이 이야기했듯이 한국의 두뇌로서 연구개발에 있어 주도력을 발휘해 과학기술력을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세종시 등과 함께 국가 전체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선견력을 갖추도록 지속적인 학습을 해야 하고 연구에 있어서도 글로벌 차원의 전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중앙과 지방이란 차별적 인식이 없어져야 한다. 세계 선진국이 그렇지만 각 지역은 자신들의 특성을 기반으로 공동체의 평등적 구성원들이다. 미국이 뉴욕과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텍사스, 워싱턴 D.C. L.A. 등등 각 지역이 각기 미국을 구성하고, 나라를 대표하는 것에서 보듯이 중앙과 지방은 별의미가 없다. 동양적 사고로 수도와 다른 지역이 서열화되는데 이로 인해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국토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약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구는 거의 반이 살고 있고, 돈은 80% 가깝게 밀집돼 있다. 최근 중소기업들에는 기존의 3D(difficult, dangerous, dirty)에 distance가 더해져 4D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도권, 서울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국토의 95%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이런 상태로는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 어렵다. 중앙과 지방이란 우열의 관계가 아닌 평등의 관계가 되도록 인식의 전환과 함께 중앙과 지방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과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스라엘의 창업국가 모형 등이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는 롤 모델들이다. 이들의 특징들은 모두 그 나라의 지방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역사가 1백여 년 가깝다. 지방에 있음으로 해서 지역 공동체와 오랜 유대관계를 맺고, 그 지역에서 태어난 인재들이 그 지역에 거주하며, 지역의 산업과 기업들을 세계적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우리도 지방을 세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을 열등 지역으로 보는 선입견을 없애야 한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 스스로의 자강 노력도 긴요하다고 하겠다.

두 번째는 바다의 활용이다. 세계적 혁신 도시로 들소 있는 것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프랑스의 소피 앙트 폴리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동남아의 싱가포르 등등이다. 이들은 모두 바다에 면해 있다. 바다가 일상의 공간이 되며 사람들이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바다에 가 여가활동을 하며 삶의 활력을 찾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면서 바다를 일상의 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바다와 면한 도시 가운데 부산 등 극히 일부 지역만이 바다를 일상에 활용하고 있다. 서해안의 일부 시군 경우는 바다에는 해수욕장 등이 있을 뿐이고, 군청 등은 바다로부터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다. 국민들의 인식에서도 바다는 여름 휴가 때 잠깐 다녀오는 곳이지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일상 공간은 아니다.

바다를 잘 활용하는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바다가 새로운 세계로의 진출의 무대였느냐 외적의 침입 경로였느냐 하는 역사적 경험의 차이가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과 조선조에 걸쳐 바다를 통해 왜구 등이 침략해오며 바다는 진출이 아니라 피해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그러면서 내륙으로 내륙으로 들어왔고, 바다는 일상의 공간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21세기를 맞이하며 해안 방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대처가 가능해졌다고 하겠다. 3면이 바다인 만큼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국토의 효율적 활용에 필요한 대목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기후와 강수량 등등에 있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여건이다. 이스라엘은 강수량이 우리나라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에 불과하나 물 관리를 잘해 사막을 옥토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물관리 기술이 Netafim이란 회사에서 만든 Drip Irrigation System(세류 관개 혹은 물방울 관개). 물방울 수준에서 관리하며 식물에 물을 주어 자라게 한다.

과학적 물관리에 우리나라 사람이 감탄하자, 당신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고 이스라엘 사람이 되물었단다. 봄에 씨 뿌리면 하늘에서 비가 내려 곡물들이 자란다고 하니, 당신들이 사는 곳이야말로 천국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이스라엘에 근무한 한국 사람이 최근에 지은 책에서 밝혀놓았다.(경제기적의 비밀,경향비피刊,이영순著)

5000만 인구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고, 과학기술 수준도 세계 수준인 대한민국은 충분히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 패러다임 쉬프트의 시기를 맞아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재인식하고 국토 활용의 새전략을 짜고, 이 과정에서 대덕이 과학기술력을 기반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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