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여파 속 입는컴퓨터·3D프린터·자동주행차 등 '주목'
삼성경제연, 정부에 '상용화 위한 시장·제도 등 여건 조성' 주문

거리를 지나다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을 보니 제품 정보와 가격비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또 어지럼증이 느껴지자 담당 의사가 곧바로 연락을 해 응급처지를 지시한다.

자칫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공상과학영화 속 한 장면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 속 상황이 될 내용들이다.

최근 국가 주요 시책으로 창조경제가 떠오르면서 혁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미래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기술' 보고서가 다시 관심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파괴적 혁신기술'을 "기존 산업 경쟁질서를 바꾸고, 타산업에 영향을 끼치며, 소비자를 변화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로 정의했다. 단시간 내에 기존 피처폰 사용량을 뛰어 넘은 스마트폰을 대표적 사례다.

연구소가 꼽은 10년 내 일상 생활에서 구현될 7대 파괴적 혁신기술은 ▲입는 컴퓨터 ▲3D프린팅 ▲상황인식 ▲자동주행차 ▲초경량소재 ▲유전자 치료제 ▲포스트 배터리다.

◆입는 컴퓨터 실용화…개인정보 보안산업도 뜬다

입는 컴퓨터의 대표적 제품은 구글 안경과 애플의 'iWatch', 보콜렉트 'Talkman', 비보메트릭스의 'Lifeshirt' 등이다. 구글 'Glass'는 안경을 통해 통신, 정보검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며, 애플 제품은 타 기기와 연동해 맥박 등 신체정보를 저장한다. 비보메트릭스 제품 역시 열압 등 35종의 신체기능을 체크한다.

삼성연구소는 "입는 컴퓨터 시장은 2016년 9300만대, 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생체정보와 네트워크를 통한 진단으로 헬스케어산업의 변화와 함께 인체감지기술 적용 등으로 인한 의류산업의 변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한 국내 대표 기술로는 ETRI가 직물에 직접 전자회로를 구현해 개발한 직물회로보드가 있다.

한편 입는 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개인정보 유출 방지와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새로운 보안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만능제조기 '3D프린터'…나노·의학·우주항공 혁신 가속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3D프린팅 기술을 이용, 부비동암 수술을 진행한 바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국내 최초로 3D프린팅 기술을 이용, 부비동암 수술을 진행한 바 있다.
3D프린팅은 '21세기 연금술'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3차원 도면을 이용,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노즐로 분사해 3차원 물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슈퍼카 제조사인 람보르기니는 이를 이용해 기존 4만달러 비용과 4개월이 소요되던 시제품 제작기간을 3000달러, 20일로 단축했다. 또 보잉사는 항공기 소형부품 300여 종을 3D프린터를 이용해 제작 중이다.

최근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정용 3D프린터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이는 제조업 진입장벽 완화와 함께 벤처 창업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네덜란드 세이프웨이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제품 설계, 판매, 제조, 배송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연구소 측은 3D프린터가 나노기술과 의학,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3D프린칭을 이용, 고분자화합물에 금속·탄소·세라믹 등을 주입해 새로운 특성을 갖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RI 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내장과 뼈 모형을 수술 등에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의료분야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3D프린팅을 이용한 부비동암 수술이 진행된 바 있으며,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NASA가 우주공간에서 필요한 부품을 직접 출력할 수 있는 프린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인식 기술…지능형 로보트 현실로

상황인식(Context-Awareness) 기술은 소프트웨어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앞서 언급된 입는 컴퓨터가 사람의 상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하드웨어라면, 상황인식 기술은 이렇게 수집된 사용자의 행위와 생체신호, 과거 이력, 주변환경 등을 분석해 명령을 내리기 전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흔히 환자를 간호하는 로보트 등을 연상할 수 있지만, 비단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 분야에 '예측/대응'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인식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구글 나우'를 들 수 있다. '구글 나우'는 사용자 요구를 사전에 예측해 제안하는 가상 비서 서비스로, 지난해 '파퓰러 사이언스' 올해의 혁신상을 받은 기술이다. 예를 들어 출근 시간 날씨, 교통상황을 고려한 회사까지의 이동 경로 및 소요 시간 등을 제공한다.

인텔은 포도스트래블과 손잡고 여행취향, 이력, 현재 위치, 달력 및 날씨 정보 등을 이용해 실시간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PVA(Personal Vacation Assistant)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MS사는 기존 진단 결과와 병력을 토대로 '울혈심부전증'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에게 제공할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카네기멜론대학이 개발한 NELL 시스템은 스스로 웹에서 문장을 학습하고 의미를 추론하는데, 정확도가 74%에 육박한다"면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향상되면서 향후 5년 안에 상황인식 기술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질병정복 시대 개막

한 때 전 세계가 질병 완전 정복의 꿈에 들떴다. 바로 '줄기세포'를 통해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화시켜 발병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년 안에 난치병 원인인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해 질병을 완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희귀 유전성 진환인 혈중 지질분해결핍증 체료제인 '글리베라'가 ㅈ지난해 10월 유럽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2013년 이후 유럽에서 판매가 될 예정이며, 2015년까지 희귀질환 등 난치병 관련 10개의 유전자 치료제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다만 비용이 문제다. 글리베라는 치료비가 100만 달러에 달한다. 장기간 복용하는 약물과 달리 한두 번 치료로 완치되므로 비용이 높게 책정된 것인데, 이는 건강보험 상품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또 유전자 교체를 통한 노화지연 등 미용 및 항노화산업 역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량·저비용 차세대 배터리…전기차 대중화 이끌 것

현재 전기자동차 개발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가장 활발히 개발이 추진되는 분야 중 하나다. 고밀도, 저비용 배터리 개발은 물론 휘어질 수 있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쯤이면 기존 리튬이온건전지 대비 7배 이상 성능이 향상되고, 비용은 10% 수준으로 떨어진 리튬공기건전지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고용량전지는 전기차 수요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지의 고용량화와 더불어 고속충전인프라가 확충되면 하이브리드 위주의 전기차 시장이 순수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또 휘어지는 배터리는 입는 컴퓨터 제품에 디자인 다양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깃털보다 가벼운 초경량 소재…층간소음 감축 등 건축혁명도

무게에 민감한 특성 상 우주항공분야에서 시작한 초경량 신소재 산업도 주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나노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마이크로래티스, 에어로그래파이트 등의 초경량 소재는 가벼우면서도 전도성과 탄성, 에너지 흡수 등의 특성을 겸비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이를 이용해 배터리 전극, 건축구조물, 충격흡수재 등에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보잉과 GM이 공동 운영하는 연구소가 지난해 개발된 마이크로래티스는 고속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당초 보잉의 무인항공기와 인공위성, 그리고 GM의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가격졍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조속한 상용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주선에 적용할 경우 발사체 무게를 감소시켜 비용 및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운송수단에 적용할 경우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특히 이 신소재들을 "단단하면서도 에너지 흡수율이 뛰어나 충격이나 진동을 흡수하는 구조용 소재로 건축물에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층간소음을 방지하거나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 방지용 건축자재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동차 개념이 변한다…자동주행차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 가는 차. 오래 전부터 영화 등을 통해 접하면서, 많은 이들이 꿈꾸던 모습이다.

구글은 지난 2년 동안 자동주행차 시험운해을 진행해 왔다. 또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은 시속 20㎞ 미만의 자동주행차를 교내 셔틀버스로 도입해 사용 중이다.

사실 자동주행 관련 기술 중 차선이탈방지, 자동주차, 지능형순항제어, 보행자보호시스템 등은 이미 일반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또 GPS와 내비게이션 역시 자동주행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자동차 혼자 온전히 주행하는 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자동차가 생산된다 하더라도 고가일 뿐더러, 자동차간 네트워크 및 도로 관련 인프라 구축과 각종 법제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 플로리다, 하와이 등이 구글의 시험운행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주행차 주행을 합법화했다.

자동주행차 일반화는 보험 책임주체 변화, 정부의 벌금수익 감소, 자동차 디자인 제약 완화 등에 영향을 준다. 또 자가운전 필요성이 감소되면서 공유 및 렌털 개념이 확산되고, 운송수단 개념에서 사무실, 전시관 등 특수목적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업은 '응용분야' 명확히…정부는 '시장창출·제도 개선'

삼성경제연구소는 "파괴적 혁신기술은 기존 기술의 성과를 순식간에 넘어서는 것은 물론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상당한 파급효과를 갖는다. 때문에 저성장 장기화 위기를 돌파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기업은 도전할 기술과 응용분야를 명확히 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정부에는 단기적으로 기술상용화를 위한 시장창출과 자동주행차, 유전자치료제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장기적으로 기반기술 육성을 관련 업계 중심의 공동연구체제를 마련해 지속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미래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기술'에 따른 예상변화.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미래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기술'에 따른 예상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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