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산업계 "지역·국가 동시발전 호재" 환영 분위기
정치권·시민단체 "사실상 과학벨트 축소 아니냐" 우려도

정부가 보내온 공문 한 장이 평온했던 대전의 휴일 오후를 뜨겁게 달궜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는 토요일이던 지난 8일 대전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연구개발특구와 연계해 창조경제를 견인할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일요일인 9일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대전·충남 지역의 주요 신문과 방송사들은 이튿날 일제히 헤드라인으로 관련소식을 전하며 대전 시민사회계와 지역정가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덕 연구현장과 산업계의 반응은 일단 "지역과 국가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0일 대전시가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기관 기관장들을 초청해 개최한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조기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 모습. 이날 간담회에서 출연연 기관장들은 우수인력 유치와 정주여건을 감안해 엑스포과학공원 활용을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지난달 20일 대전시가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기관 기관장들을 초청해 개최한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조기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 모습. 이날 간담회에서 출연연 기관장들은 우수인력 유치와 정주여건을 감안해 엑스포과학공원 활용을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엑스포과학공원이 갖는 지리적, 물리적 여건상 이곳이 창조경제 거점이 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우수과학자 유치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엑스포공원 창조경제 전진기지화는 대승적으로 대전시의 발전과 대한민국 기초과학의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승완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장(서울프로폴리스 대표)은 "창조경제전진기지로 대덕만큼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다. 엑스포과학공원에 IBS를 비롯해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되면 대덕과 지역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엑스포과학공원이 창조경제전진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대덕 연구성과 사업화를 극대화하는 벤처단지도 같이 고려돼야 할 것"고 덧붙였다.

이미 대덕특구 내에는 20여개 출연연이 위치해 산업, 응용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기초연구를 담당할 IBS를 비롯한 창조경제 핵심시설이 추가되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또 이미 40년 동안 형성된 기존 정주환경을 사용함에 따라 우수 연구인력들의 수도권 집중을 탈피, 지방유인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지난달 20일 대전시가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기관 기관장들을 초청해 개최한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조기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우수인력 유치와 정주여건을 감안한 엑스포과학공원 활용을 최우선으로 주문한 바 있다.

강대임 표준연 원장은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출연연의 역할이 핵심이 되겠지만, 우수한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주여건을 잘 고려해야 한다. 엑스포과학공원을 활용하는 것이 과학자 유치에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흥남 ETRI 원장도 "대덕이 앞으로 40년 후에는 세계 과학기술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보육·문화가 한데 융화돼야 한다. 엑스포과학공원을 과학은 물론 미래체험,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영제 출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장은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은 엑스포공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방향"이라고 전제하고 "IBS가 이전하는 문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학과 출연연, 그리고 IBS로 나눠진 기초과학 연구의 역할을 정확히 한 후, 창조경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대전시가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기관 기관장들을 초청해 개최한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조기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 모습. 이날 간담회에서 출연연 기관장들은 우수인력 유치와 정주여건을 감안해 엑스포과학공원 활용을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지난달 20일 대전시가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기관 기관장들을 초청해 개최한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조기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 모습. 이날 간담회에서 출연연 기관장들은 우수인력 유치와 정주여건을 감안해 엑스포과학공원 활용을 최우선으로 주문했다.

반면 야당과 지역 단체들은 "과학벨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일 대전시의 긴급브리핑 직후 기자실을 찾은 이상민 민주당 국회의원은 "IBS를 엑스포과학공원에 짓겠다는 것은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를 결국 대전시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격렬히 비판했다.

또한 "창조경제 자체가 허망한 구호"라며 '창조경제 전진기지'를 사탕물림으로 표현하는 등 정부와 대전시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도 10일 "국책사업을 대전시에 부담시키는 꼼수"라며 정부, 대전시와 대립각을 세운 이상민 의원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전 지역 시민단체 역시 '과학벨트 축소'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문창기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본계획에 IBS 부지가 둔곡지구로 분명히 예정돼 있음에도 엑스포과학공원에 입지시키겠다는 발상은 결국 과학벨트를 지역사업으로 축소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전시는 "과학벨트와 엑스포재창조는 큰 틀에서 상호 연계를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향후 미래 대전시의 이익과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시민과 과학기술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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