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외부행정계약직 급여 환수조치로 연구원 행정부담 가중
출연연 현실 반영한 제도개선 한 목소리

지난 6월초 날아든 한 장의 공문으로 조용하던 출연연이 술렁였다. 공문의 내용은 지금까지 직접비로 계상한 외부행정계약직 인력의 인건비를 직접비에서 환수조치 한다는 것. 대상 기관은 과거 교육과학기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수탁과제를 진행했던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들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 감사결과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이공계 출신 외부계약연구원들의 인건비만 간접비에 해당하고, 연구비 정산 및 단순 행정 보조와 같은 행정지원 업무를 수행한 외부행정계약직의 인건비는 직접비(경상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R&D사업을 발주한 중앙행정기관에 직접비로 계상한 외부행정계약직 인력의 인건비 항목을 환수하도록 조치했다.

출연연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전년도에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 확정한 빠듯한 예산에서 토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부 출연연은 그동안 적립해 놓은 연구개발적립금 등을 동원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어 기관별로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까지 직접비로 지출했던 이들 외부행정계약직과 아르바이트 학생 등의 인건비를 앞으로 간접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규직 인건비, 연구장비비, 연구활동비 등의 간접비 예산은 전년도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 확정하고 타이트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갑자기 이들의 인건비로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출연연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각 연구단에서 정산업무 등을 진행했던 계약직원들의 고용을 포기하고 있다.

이들이 수행했던 연구비 정산 및 서류정리와 같은 행정지원 업무는 고스란히 정규직연구원들에게 전가된 상황. PBS 제도 아래서 프로젝트 수가 늘어나며 처리해야할 행정업무도 급증했지만 이를 도와줄 행정지원 인력 수급이 사실상 끊기게 되자 연구원들은 과제수주부터 연구진행, 정산업무까지 삼중고에 처했다는 목소리다.

◆ 연구현장 VS 감사원 시각차 좁혀야

감사원은 지난해 국가R&D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기초기술분야 11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 지난 4월 감사결과를 최종확정하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출연연은 대부분 정부출연금과 정부수탁사업비, 민간수탁사업비, 자체수입 등을 재원으로 예산을 조달한다. 

감사결과 구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국가R&D사업 기획·관리·평가 및 활용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전문기관인 한국연구재단 등으로부터 연구개발비 사용실적에 대한 정산결과를 보고 받으면서 R&D 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보조업무를 한 지원인력의 인건비가 해당과제의 외부인건비에 계상되어 정산되었는지를 점검하여 부당하게 정산된 금액은 이들 전문기관으로 하여금 회수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동관리규정)' 제12조 5항의 '연구개발비 비목별 계상기준'에 따르면 연구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나 해당 R&D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원의 인건비는 인건비 비목의 외부인건비로, R&D 지원인력 급여는 간접비로 계상하도록 되어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이 2009년부터 2012년 동안 진행한 334개 과제에서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지원인력의 급여를 외부인건비 비목으로 인정해 총 52억5783만2000원을 부당하게 계상·집행했다고 보았다.

현재 감사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에 잘못 지급된 이들 인건비를 회수 조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또 출연연에는 앞으로 지원인력 인건비를 간접비로 계상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각 정부부처는 해당 출연연에 인건비 회수를 통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 출연연 예산담당자는 "이번 조치는 출연연의 부도덕이 아닌 규정 해석의 차이로 발생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지금까지 십년 가까이 지적이 없었다. 감사결과가 기존의 관행은 해석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 지급한 예산을 회수한다는 통보였기에 더욱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연구관리규정에는 프로젝트 연구비 정산을 위해 고용한 계약직행정원이나 여름방학 아르바이트학생 등의 급여는 비목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출연연이 공동관리규정의 직접비를 외부연구인력의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확대해석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지급해왔다.

반면 감사원은 공동관리 규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계약직행정원이나 아르바이트학생들의 인건비는 직접비가 아닌 지원인력연구비가 포함된 간접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다'에 관련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안된다'는 해석이다.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한 출연연 관계자는 "이번 감사결과는 출연연별로 환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연에 적용되는 문제"라며 "공동관리규정의 항목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대부분 선언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 제도상 문제인 것 같다. 출연연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의 총제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동관리규정은 '~~해야 한다'는 식의 포지티브 형식으로 해석상의 문제를 낳았던 만큼 앞으로의 규정은 '~~는 안된다'는 네거티브 형식으로 개선하고 이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내용은 허용하는 방식으로의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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