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빨라지며 제조업 지도 변화 기대감 커져
"소재·단가 해결되야…금형산업 대체는 먼 미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D프린터를 미래 혁신기술로 강조하며 3D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D프린터를 미래 혁신기술로 강조하며 3D프린터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되고 있다.

3차원의 물체를 입체적으로 만들어내는 3D프린터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을 다시 일으킬 혁신기술"로 조명하며 산업계를 넘어 일반 대중까지 사회적으로 폭넓은 관심사가 되고 있다.

3D프린터는 플라스틱이나 파우더 등의 소재를 분사해 층층이 쌓아올려 물건을 만드는 제품이다. 재료를 자르거나 깎는 방식의 전통적인 절삭가공과 달리 새로운 층을 켜켜이 적층(積層)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첨삭가공'이라 불린다. 

지금까지 3D프린터는 주로 시제품 제작과 다품종 소량생산에 이용돼 왔다. 전통적인 절삭가공 방식이 복잡한 방식을 거쳐야 하는 반면 3D프린터는 스캐닝된 물체 정보나 디자인만 있으면 바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개인의 창업 아이디어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대량생산 방법은 금형을 이용하는 것이다. 금형을 만드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일단 만들고 나면 제품을 단시간에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NASA가 3D프린터로 제작한 로켓엔진 부품.
NASA가 3D프린터로 제작한 로켓엔진 부품.
이처럼 생산량이 일정량 이상에 이르면 금속이나 수지, 재료 모두 금형을 사용해 가공하는 게 제조업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플라스틱 제품의 대량생산에 이어 미국 NASA와 GE, 보잉사 등이 로켓과 항공기 엔진부품을 3D프린터로 제작하는 등 금속제품에서도 3D프린터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존 금형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3D프린터가 사출성형에 비해 형상의 자유도가 높고 내부에 공동이 있는 형상을 만들 수 있으며 복잡한 형상을 일체형으로 한번에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을 들며 머지 않아 금형산업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외 금형산업계의 발빠른 대처도 눈에 띈다. 자동차 부품과 금형을 생산하는 일본 고이와이 사는 3D프린터를 도입해 금형 생산공정을 3~4일로 단축했다. 또한 3D프린터를 활용해 티타늄합금과 코발트크롬 등 가공이 어려운 금속을 이용한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대덕벤처 뉴로스는 항공 터보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터보압축기, 터보블로어, 무인항공기용 제트엔진 등을 생산한다. 김승우 뉴로스 대표도 3D프린터를 눈여겨보고 있다. 김 대표는 "소량생산 품목에 적용이 가능할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금형을 만드는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3D프린터가 전통적인 뿌리산업을 대신할 것이라고 결론짓기는 이르다. 시장규모가 매년 20%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2년 레고월드에 전시된 Objet24 3D 프린터(왼쪽)와3D 프린터로 제작된 자동차.
2012년 레고월드에 전시된 Objet24 3D 프린터(왼쪽)와3D 프린터로 제작된 자동차.
넘어야 할 기술적인 장벽도 적지 않다. 소재의 종류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제품의 완성도, 강도, 정밀도 면에서 기존 금형산업을 따라잡기에는 요원하다. 대량생산이 어려운 높은 비용과 시간 문제도 여전하다.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3D프린터로 간 등의 인공장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기계연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3D프린터, 즉 산업용 쾌속조형(RP : Rapid Prototype) 기술을 연구해왔다.

김 박사는 3D산업의 뿌리산업 대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3D프린터가 특수분야를 넘어 제조업의 일부 공정을 대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제조업 전체를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용할 수 있는 소재와 안정성, 정밀도, 비용 등 대량생산 조건의 전반에서 3D프린터가 전통적인 금형산업을 따라잡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양동렬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1991년 한국에서 최초로 3D프린터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양 교수 역시 "3D프린터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며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금형산업 전반을 3D프린터가 대신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

홍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D프린터가 진정한 생산기술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기존 생산기술이 닿지 못했던 분야에서 새로운 제조 영역을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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