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부출연연 기술사업화 워크숍' 6시간 동안 비공개 진행
崔 장관 "이번이 출연연 마지막 기회…엑스포공원 이달내 해결"

미래창조과학부는 23일 KAIST에서 출연연과 중소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연연 기술사업화 워크숍'을 가졌다. 최문기 장관(왼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회의 중간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3일 KAIST에서 출연연과 중소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출연연 기술사업화 워크숍'을 가졌다. 최문기 장관(왼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회의 중간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최문기 장관을 비롯한 미래창조과학부 수뇌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장, 기업 대표들이 휴일인 23일 오후 KAIST(한국과학기술원) 본관에 모였다. 

행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 워크숍'. 제목은 다소 밋밋하지만 내용은 달랐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 동안 쉬지않고 계속됐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겠다"며 워크숍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한 참석자는 "사실상 끝장토론과 비슷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석자들도 다른 때와는 달랐다. 최문기 장관을 비롯해 이상목 차관, 양성광 미래선도연구실장, 용홍택 연구공동체정책관, 백일섭 연구기관지원팀장, 이경호 장관정책자문관 등 미래부 장·차관, 실·국장, 과장 등이 총출동했다. 외부 기관과의 행사에 이처럼 장·차관과 해당 간부들이 모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출연연에서는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워장, 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장,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오태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이승종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김이환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이 지원기관 대표자격으로 참석했고, 기업체에서는 최근수 딜리 대표, 김동균 그린광학 상무, 김훈래 개마텍 대표, 고명완 에코조인 대표, 김철환 바이오제닉스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창조경제 중심은 출연연…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속도전 주문

최문기 미래부 장관.
최문기 미래부 장관.
이처럼 최 장관이 휴일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 출연연 관계자들과 고강도 토론회를 벌인 것은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연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이를 위해서는 기술사업화가 창조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 장관 본인이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시절은 물론 KAIST 교수로 재직할 당시 대덕의 기술사업화를 주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최 장관께서 기술사업화의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발표자들 모두 대강 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였다. 진지하고 실질적인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고 밝혔다.

기술사업화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 최 장관은 이날 워크숍에서 "출연연이 잘 하고 있다"며 격려했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최 장관은 "이번이 출연연으로서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출연연 '위기론'. 새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출연연의 역할과 위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작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이날 워크숍에서도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언급했던 자율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더 이상 출연연이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원장들에게 주문했다.

기술사업화 워크숍은 지난 16일에 이어 두번째다. 역시 일요일이었던 이날 ETRI를 비롯해 ICT 관련 기관,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기술사업화를 논의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그동안 열심히 했지만, 지금에 만족해서는 안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줘야 한다"고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최 장관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엑스포과학공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장관은 "대전시가 유리한 방향으로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 예산을 다루고 있는 기재부와 잘 협의해 이달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 출연연도 공감 "연구책임자들, 기술사업화에 관심 가져야"

이날 기술사업화 워크숍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기술사업화 워크숍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과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는 현재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들은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문제점으로 연구책임자의 무관심을 꼽았다. 나경환 생기원 원장은 "현재는 연구자 전문성 제고만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PBS 사업에서 논문, 특허 등 정량적 평가 지표만 만족시키면 더 이상의 추가 연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를 위해선 실용화·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연구사업이 많아야 하는데 시스템 상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는 내부 의식 개혁을 위한 시스템 마련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황주호 에너지연 원장 역시 "연구자는 궁극적 목적인 사업화보다 과제수주, 특허, 논문 등 정량적 성과에 관심이 많다"며 "성과확산 부서의 기술사업화 경험 및 전문인력 부족과 사업화의 필수요건인 연구자와 기술이전사업화 담당자간의 유기적인 협력도 미흡해 상당부분 개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또한 수요와 연계 미흡, 동기부여 제도 미흡, TLO 조직의 비정규직 비율 증가, 중소기업과의 공동과제 비중 정체, 연구전문성 장기 악화 우려, 원천 기술과 실용화 기술과의 간격 극복 필요, 중소기업의 대기업 판매·마케팅 문제, 기술담보 대출 요건 완화 등도 거론했다.

출연연 발전전략 TF 3팀 팀장인 전호일 생기원 기술정책실장은 출연연 기술사업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술사업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형 원자로, CDMA 개발 등 국가과학기술발전을 주도해 온 출연연은 근래 그 성과와 존재감이 국민과 중소기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왔다. 여기에 더해 선진국에 비해 사업화 성과가 저조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실제로 2012년 출연연의 연구개발 생산성은 2.29%에 불과했다.

전 실장은 "그간 출연연은 기술과 지식의 확보를 위한 기초, 원천 R&D에 집중해 기술사업화에는 소극적이었다"며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이 창조경제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TF 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간 출연연은 창조경제 생태계에 기반하지 않은, 공급자 중심형 기술사업화를 추진해 왔다. 여기에 생태계를 구성하는 혁신 주체들의 노력 부족과 연계 미흡이 얽혀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돼 왔던 것.

그는 "연구소는 책무에 대한 낮은 공감대, 기업은 사업화 역량 부족, 정부는 동기부여 제도 미흡 등으로 기술사업화의 걸림돌을 스스로 만들어왔다"며 "공급자 중심으로 형성돼온 기술사업화 전략을 과감하게 수요자 중심형으로 바꾸는 등 전반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한 기술사업화 패러다임을 위해 수요기반 연구기획이 강화된다. 중소기업의 기술 수요 발굴과 더불어,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회원제 커뮤니티와 전담 멘토제 운영을 전체출연연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수요에 기반한 전략적 특허 관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대학과 출연연,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기술실용화 네트워크' 허브를 통해 장롱 원천기술을 실용화하고 중소기업에게 이전, 삼각 연계를 강화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기술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연구 단계부터 학생 연구원을 전담 배치해 과제 종료 이후에는 해당 중소기업에 연계하는 산학연 연계 학생 연구원 사업에 대한 추진안도 나왔다. 특허 이전 뿐만 아니라 노하우까지 중소기업에게 이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젊은 R&D 인력들의 고용창출과 더불어 중소기업 R&D 인력난까지 해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크숍에 참석한 최근수 딜리 대표이사와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이사, 김훈래 개마텍 대표이사는 기술사업화와 관련된 경험담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출연연이 중소기업을 돕는 방법으로 창조경제의 기본인 지식의 소비를 연구소와 대학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의 귀속과 기술세일즈, 고급인력의 중소기업 근무 촉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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