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만 좋으면 3000만원 지원하는 출연연

[이것이 창조경제다⑭]표준연 모험연구개발과제 눈길
자체 R&D적립금으로 과제 진행…실패해도 책임 안물어

과제 평가를 받기 위한 시험대. 평가관리위원회는 결코 성공과 실패로 과제의 수준을 평가하지 않는다.
신참 과학자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위한 프로젝트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에서 진행 중이다.

표준연만의 독창적인 모델로 꼽히는 '모험연구개발과제'는 신입 과학자들의 따끈따끈한 아이디어를 성공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이론이나 불확실한 방법 등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과 맥을 같이 한다.

1997년 시작된 이 과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과 더불어 파릇 파릇한 아이디어에 가해지는 사망선고를 막고자 생겨났다. 당시 표준연 원장이었던 고 정명세 원장은 신입 과학자들이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소속을 달리할 경우, 그동안 진행해 온 연구를 포기하고 연구원 랩실에 소속돼 목표를 따라가야만 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생긴 과제가 바로 '모험연구개발과제'다. 연구원 자체연구개발적립금을 사용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과제로, 입원한 지 2년 미만인 신진 연구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다. 쉽게 말해 아이디어만 좋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000∼3000만원을 지원'하는 통 큰 프로젝트다.

한 해 약 25명의 과학자가 새로 둥지를 트는데, 그 중 13명 정도가 이 과제의 혜택을 보게 된다. 평균 경쟁률은 2대 1 정도로, 사업을 시작할 경우 대부분의 신입 연구원들이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고 선택을 기다린다. 연구기간은 1년 이내를 원칙으로 하지만, 연구수행 독려를 위해 우수성과를 창출한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계속과제(1년 연장)를 지원하기도 한다.

평가지표는 연구주제의 적정성과 목표설정의 타당성, 추진전략의 우수성, 결과 활용 가능성 및 파급효과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주로 적정성과 타당성을 살펴본다는 게 표준연 측의 설명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 과제가 표준연의 임무와 합치될 경우, 연구원의 주요 사업에 반영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

2011년 모험연구개발과제의 최종 평가 결과보고에 따르면 우수성과를 창출한 정욱철 박사의 과제에 대해서는 계속 과제로 2000만원이 지원됐으며, 그 외 과제는 종료됐다. 정 박사의 '루트 히트 파이프 기술 응용 등온전기로 개발' 과제는 표준연 주요 사업인 '국가기반측정표준 선진화 사업'에 반영, 국민의 삶에 이바지할 수 있는 측정 표준을 보급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김양훈 예산팀장은 "많은 신입 과학자들이 학교 다닐 때는 지도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이뤄나가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데, 연구원으로 옮기면서 동시에 바보가된다"며 "새로 직장을 가지면서 아이디어를 버리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호응이 좋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이 과제는 기성 과학자들의 인센티브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돌려 운용하는 것인 만큼, 연구원들의 합의가 우선될 수 밖에 없다"며 "더 큰 목표를 위해 연구원들이 하나되는 마음으로 이 과제를 16년 동안 묵묵히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김 팀장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정부의 지원'을 꼽았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지원을 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자체 적립금으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나마 1억으로 시작했던 과제가 지금은 3억 정도의 규모로 늘어났지만, 솔직히 적다. 한 명당 최소 5000만원은 지원해 줄 수 있어야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표준연은 적립금을 활용하는 자체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연구원 미션을 수행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능력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험연구개발과제 뿐만 아니라 창의적전문연구사업, 실용화사업, 수탁사업 매칭 등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에 새로운 옷을 입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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