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DNA를 키우자⑨]자가용 비행기 시대 목표 '넥스컴스'
법정관리 2년만에 탈출…"우리가 매일 밤새운건 돈이 아니라 성취감"

초경량 소재를 이용한 넥스컴스의 항공, LCD 분야 주력 제품들.
초경량 소재를 이용한 넥스컴스의 항공, LCD 분야 주력 제품들.
꼭 10년전이다. 2003년 인생을 같이하자는 30대의 패기넘치는 복합재료 전문가 6명은 회사를 설립하기로 뜻을 모은다.

대기업에서 8인승 항공기 설계부터 제작까지 직접 참여한 이들은 강한 희열을 잊을 수 없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마음이 맞았다. 그리고 자가용 항공기 제작을 목표로 창업하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항공기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일. 이들은 항공기 재질 기술을 이용해 밤샘작업도 마다않고 연구개발(R&D)에 몰입한다. 자동차, LCD 패널 등에 적용이 가능한 지금까지 없었던 소재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대기업 납품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며 승승장구했다. 시작이 순조로웠기에 방심한 탓일까. 2009년 이 회사는 법정관리의 늪으로 빠지고 만다. 모두 포기하라고 했지만 6명의 젊은이는 다시 의기투합한다. 2년만에 법정관리 딱지를 툭툭 털어내고 다시한번 자가용 항공기 시대를 열 준비에 나선다.

대덕벤처 넥스컴스(대표 주치홍)의 창업기다.

주 대표는 "우리가 밤을 새워가며 개발한 이유는 돈에 앞서 도전정신과 해냈다는 뿌듯함이다. 그런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지난 10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숨가쁘게 흘러갔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소회했다.

◆매출액의 10% 이상 연구개발에 투입, 승승장구했지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주치홍 대표. 많은 역경속에서도 그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것은 아마 꿈과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은 아닐까.
주치홍 대표. 많은 역경속에서도 그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것은 아마 꿈과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은 아닐까.
넥스컴스는 매출액의 10%(비공식으로는 더 많을 수도 있단다)이상을 투입하며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LCD 패널(Panel)을 이송하기 위한 카셋(Casset)에 쓰이는 CFRP(탄소(Carbon)섬유 보강 폴리머) 서포트바(Support Bar)와 크로스바(Cross Bar)의 제작공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국내 주요 LCD 패널 생산업체에 납품하며 회사의 매출도 껑충껑충 뛰었다.

하지만 기존에 개발한 제품에 대해 품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조사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말이다(주 대표는 이부분에 대해 언젠가는 꼭 짚고 넘어 가고 싶다고 했다). 대기업의 횡포사례였던것.

당시에는 신생벤처로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선 최선을 다했다. 기존 제품에 대해서는 문제 발생시 모두 책임지겠다는 보증을 섰다. 이후 제품에도 수요자가 요구하는 대로 재료와 공정을 바꿔서 진행키로 했다.

기존에 구입해 놓았던 원자재는 폐기됐고, 인건비 등 손실이 컸다. 자금력이 약한 신생벤처에게는 치명타가 됐다. 넥스컴스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졌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의 열정과 진정성을 눈여겨 본 협력기업들이 원재료를 지원하는 등 도움을 줬다. 힘을 얻은 이들은 기존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다른 수요처를 찾아갔다.

"그때 여러 기업이 발주에 참여했는데 정해진 시간에 샘플을 제출한 회사는 넥스컴스 뿐이었어요. 당연히 우리에게 기회가 오게되었죠. 그런데 구매부서에서 우리가 법정관리 상태임을 알고 제동을 걸었어요. 그런데 담당 책임 연구원이 우리 기술을 믿고 적극 지지해주면서 납품 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수요기업은 2010년 넥스컴스에 80억원의 가량의 제품을 주문했다. 자금 여건 상 인력을 갑자기 늘리기는 어려웠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사장, 총무부장, 연구소장 너나할 것없이 모두가 생산 현장으로 뛰어 들었다. 주 대표 역시 생산라인에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납품이 확정되면서 중국과 대만 기업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넥스컴스는 그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법정관리 기업을 졸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위기는 벤처기업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 하지만 대기업 횡포는 근절해야

주 대표는 회사가 어려웠을 때나 지금이나 항상 투명하게 기업을 공개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점이 직원과 협력사에게 믿음을 주었고 회사가 회생하는 원천이 됐다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몇년 동안 글로벌 경제 위기로 넥스컴스도 주춤하는 시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다시 도전에 나서고 있다. 넥스컴스의 최종 목표는 여전히 비행기 제작이다.

주 대표는 "각 가정에서 자동차를 몇대씩 가지고 있듯이 개인용 소형 비행기를 보유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시장을 파악하며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중소기업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다. 나눠서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중소기업에게 위기는 언제나 있다. 그러나 대기업 횡포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 횡포를 근절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담당자의 마인드부터 변해야 한다. 정책이 있어도 담당자가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이 생길 것"이라고 일갈하며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창업을 앞둔 후배들에게는 "창업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죽을 각오로 해야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은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넥스컴스는 항공기에 적용되는 소재기술을 이용해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넥스컴스는 항공기에 적용되는 소재기술을 이용해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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