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장마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 잠시 물러나고 불볕 더위가 6월 말을 달군다. 나에겐 이맘때면 유심히 관심이 가는 나무가 하나 있다. 바로 자귀나무다.
장마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 잠시 물러나고 불볕 더위가 6월 말을 달군다. 나에겐 이맘때면 유심히 관심이 가는 나무가 하나 있다. 바로 자귀나무다.
장마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 잠시 물러나고 불볕 더위가 6월 말을 달군다. 나에겐 이맘때면 유심히 관심이 가는 나무가 하나 있다. 바로 자귀나무다. 이 나무가 나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이었으니 벌써 10년이 넘게 되었다.

그 해 6월은 나에게 새로운 삶이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때였다. 그 전 해에 있었던 위암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집에서 한 동안을 지낸 후 쇠약해진 몸을 추슬러 다시 직장에 출근을 시작하였다. 조심스럽게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감사하게 느껴지고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연구소 안에 자라고 있는 수 많은 나무와 풀들은 나에게 편안함과 큰 위안을 주었다. 그 전에도 연구소의 자연 환경이 아름답다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나무와 풀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내 연구실이 있는 건물의 현관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작은 붉은 색 먼지 떨이같이 생긴 꽃을 가득히 이고 있는 형상의 나무였는데, 그 나무 근처를 지날 때면 다른 데에서는 보기 힘든 큰 검정색 제비나비들이 그 희한하게 생긴 꽃을 찾아와 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내 연구실이 있는 건물의 현관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어느 날 내 연구실이 있는 건물의 현관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사실 이 나무는 연구소의 여기 저기에서 볼 수 있는데, 매년 희한하게 생긴 꽃을 피우는 나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을 뿐 전에는 큰 관심도 없었으며 더욱이 이름을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그 나무를 예전처럼 그냥 이름 모르는 이상한 나무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무의 이름이 자귀나무라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이름을 잘 기억할 수 없었다. 매 번 건물을 나서며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이름이 잘 기억 나질 않아 다시 찾아보곤 하였다. 그러면서 그 나무와 친하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익숙하게 나무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나무와 풀꽃들의 이름을 아는 것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는데, 그 때부터 나는 다른 나무와 풀꽃들의 이름도 하나씩 외워가기 시작하였다. 층층나무, 산딸나무, 이팝나무, 땅비싸리, 까치 수영, 금계국, 루드베키아…. 그러다 보니 정말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그들이 나에게 진정한 꽃이 되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월 하순이 되니 붉은 먼지떨이처럼 생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6월 하순이 되니 붉은 먼지떨이처럼 생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이듬해 봄에는 이 나무가 나의 마음을 한동안 불안하게 만들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다른 나무들은 모두 새잎을 내거나 아름다운 꽃을 피워 봄축제에 참여하였건만 유독 이 나무만은 아무런 소생의 기미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혹시 이 나무가 겨울의 추위를 이기지 못해 영영 죽어 버린 것은 아닌지 몹시 안타까워하였다. 그런데 5월에 접어든 어느 날 가지 끝에 연녹색의 작은 잎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잎을 피우고 다시 지난 해의 모습으로 돌아와 6월 하순이 되니 붉은 먼지떨이처럼 생긴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길쭉한 꽃자루 위에 붉은 명주실처럼 가는 꽃잎이 여러 가닥 부채처럼 퍼져 있고 그 끝에는 작은 구슬이 보일 듯 말 듯 하나씩 매달려 있는 꽃송이 모습이 영락없이 먼지떨이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불꽃같기도 한 꽃이다.
길쭉한 꽃자루 위에 붉은 명주실처럼 가는 꽃잎이 여러 가닥 부채처럼 퍼져 있고 그 끝에는 작은 구슬이 보일 듯 말 듯 하나씩 매달려 있는 꽃송이 모습이 영락없이 먼지떨이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불꽃같기도 한 꽃이다.
하도 이상해서 자귀나무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보니 자귀나무는 잎을 늦게 피우는 잠꾸러기 나무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귀나무의 잎이 나기 시작하면, 이제는 늦서리가 내릴 우려가 없어졌다고 믿고 농가에서는 서둘러 파종을 했고, 첫 꽃이 피면 씨를 뿌리는 적기라고도 생각했다고 한다. 또 자귀나무의 잎은 미모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낮에는 활짝 피지만 밤이 되면 잎새가 접히면서 서로 합쳐져서 꼭 껴안은 듯한 모양이 되기 때문에 합환수(合歡樹) 혹은 야합수(夜合樹)라 하여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나의 머리 나쁨 탓이겠지만 나무 이름의 유래를 진작 알았다면 이 나무의 이름을 외우는데 그렇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뻔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의 이름이 ‘잠을 자는데 귀신 같은 나무’라는 데서 유래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 송이를 코끝에 가져가 보면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향기가 그만이다. 아직까지 이 꽃의 향기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은 한 번쯤 향기를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꽃 송이를 코끝에 가져가 보면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향기가 그만이다. 아직까지 이 꽃의 향기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은 한 번쯤 향기를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길쭉한 꽃자루 위에 붉은 명주실처럼 가는 꽃잎이 여러 가닥 부채처럼 퍼져 있고 그 끝에는 작은 구슬이 보일 듯 말 듯 하나씩 매달려 있는 꽃송이 모습이 영락없이 먼지떨이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불꽃같기도 한 꽃이다. 영어 이름은 비단 나무(silk tree)라고 한다. 꽃 모양을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꽃 송이를 코끝에 가져가 보면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향기가 그만이다. 아직까지 이 꽃의 향기를 맡아보지 못한 사람은 한 번쯤 향기를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이제 다시 찾아올 장마의 빗줄기 속으로 녹아들 자귀나무 꽃 향기처럼 올해에도 감미로운 여름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겠다.

이제 다시 찾아올 장마의 빗줄기 속으로 녹아들 자귀나무 꽃 향기처럼 올해에도 감미로운 여름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겠다.
이제 다시 찾아올 장마의 빗줄기 속으로 녹아들 자귀나무 꽃 향기처럼 올해에도 감미로운 여름 이야기를 만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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