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DNA를 키우자⑩]3D 입체음향 전문 벤처기업 '이머시스
혁신 아이디어에 기술·디자인 성공적 만남…글로벌 사운드 기업이 목표"

서로를 아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일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이머시스.
서로를 아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일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이머시스.
바야흐로 멀티미디어 시대다. 하루의 시작을 알람소리부터 시작해 통근버스에 앉아 흘러나오는 뉴스라디오를 듣고, 사무실에서는 전화기 스피커로 나오는 선명한 음질로 상대방과 통화한다. 퇴근할 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때때로 자동차를 몰고 멀리 나갈 때 걸려오는 전화는 핸즈프리(hands-free)로 받고, 동시에 주변 맛집은 손을 대지 않고 음성으로 검색한다. 그리고 주말엔 영화관에 가 서라운드 사운드의 웅장함을 느끼며 전율을 만끽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청각, 소리에 관한 이야기다.

신체기관의 하나인 청각은 여러 감각기관 중 가장 먼저 발달한다. 태아는 22주가 되었을 때부터 바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태어나지 않은 상태, 자궁에 있을 때부터 소리에 반응하고 자극을 받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임산부가 꾸준히 클래식을 들으며 태교하는 것도 주변에서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옛 문헌에 의하면 왕실 임산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성현의 말씀을 새긴 옥판을 소리 내어 읽었다고 하니, 소리의 중요성은 예부터 지금까지 꾸준했다고 할 수 있다.

◆소리와 더불어 살아가다

듣는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김풍민 대표
듣는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김풍민 대표
소리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풍민 이머시스 대표다. '소리와 사랑에 빠진 남자'로 통한다. 그의 하루는 '소리'로 시작해서 '소리'로 끝난다. 자나 깨나 음향기술 개발에 대한 생각뿐이니, 지성이면 감천이다. 결국 그는 오디오 분야에 다양한 혁신을 창조할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그는 가상스피커 등의 입체음향기술, 보이스 통화용 신호처리기술 등을 활용해 원음을 최대한 유지한 고음질 사운드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듣는 행복’을 느끼게 하고 있다.

"소리는 정말 중요해요. 우리 모두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말을 하고 소리를 듣죠. 물론 시각을 통해 소통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몇 마디를 채 나누지도 않았는데 그는 소리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소리에 대한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는 정확한 발음과 청명한 음색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소리는 우리 주변에 항상 있습니다. 소음이라고 일컫는 노이즈(Noise)부터 우리가 말하는 음성(Voice), 그리고 평소 우리가 듣는 노래(Music)가 있죠."

그는 여러 음향기술 중에서도 음성(Voice)기술의 중요성을 느꼈다. 가까이 혹은 떨어져서 이야기할 때 상대방에 들리는 소리를 평준화함으로써 소리를 조절하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는 당장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

"사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사운드 또는 소리라고 하면 대부분 스피커를 떠올리곤 한다는 것이에요. 마이크도 사운드입니다. 둘은 하나라고 보면 돼요. 말하지 못하면 듣지 못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청각기관이 손상된 청각장애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마이크의 역할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정확한 신호로 바꾸고 노이즈 없이 명확한 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그는 이것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듣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정말 특별하고 어려운 일인데 사람들은 아직 그걸 잘 모르죠. 음향기술은 너무나 복잡해 아직도 정복되지 않은 미개척지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전 이 블루오션에서 사람들에게 '듣는 행복'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고 싶습니다."

◆소리는 세계를 확장시키는 열쇠

소리 없는 공포영화는 아무리 화면이 괴기스러울지언정 전혀 무섭지 않다.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은 아무리 빠르고 정신없이 흘러가도 전혀 역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김 대표는 '소리'의 중요성을 자신의 '목소리'에 힘주어 역설했다.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의 명장면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상상해보세요. 그 장면이 선명히 기억나나요? 아니라면, 이제 다르게 그 영화의 OST를 마음속으로 불러보며 장면을 다시 떠올려봅시다. 이번에는 어때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소리의 차이가 상상의 폭을 넓히고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순간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며 듣는 소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시각을 넓혀주고, 소리로 장면을 기억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아주 예부터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영화의 제작비의 30%정도는 음향에 투자되었습니다. 이는 엄청난 비율이면서 동시에 소리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한 결과지요."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면 어떤 영상을 보더라도 전달력은 확연하게 달라진다. 외국의 영화사들은 소리의 중요성을 미리 깨닫고 모든 음향작업을 스튜디오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수행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은 엄청난 성과를 낳게 되었다.

실제로 영화 스타워즈의 여러 테마 주제곡, 그리고 타이타닉의 주제가인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같은 유명한 노래들은 아직도 전 세계 각국의 방송사에서 꾸준히 개런티를 받는다고 하니, 소리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순간이다.

"소리는 부가가치를 끊임없이 낳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잘 만들고 정돈된 소리 하나가 오랜 세월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거죠. 이는 극장상영으로 관객을 동원해 벌어들인 수입과 맞먹는 수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깝고 좁게 보기보다는, 멀고 넓게 봐야 하죠."

이머시스에서 양산한 Soundonut 및 수출용 Package 제품.
이머시스에서 양산한 Soundonut 및 수출용 Package 제품.

◆소리를 디자인하다

이머시스는 2000년 3D입체음향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당시 입체음향의 최대 업체인 돌비社는 여러 물리적인 위치에 스피커를 배치해 입체음향을 구현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후좌우사운드의 5.1채널부터, 상하의 사운드를 추가한 10.2채널까지 구현하기도 했다.

이런 물리적인 입체음향이 너무나 당연시 되던 시절, 이머시스는 독특하게도 돌비社와 전혀 다른 입체음향의 개념을 선보였다. 돌비社에서 사용하던 물리적 하드웨어기반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입체음향의 구현이 그것이다. 단 두 개의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상의 입체음향은 물량으로 표현하는 경쟁사의 입체음향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내 손 안의 영화관이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껍데기는 가라'라고 표현할까요? 저는 겉보다는 속에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사람을 볼 때나, 기술을 개발할 때나 변함이 없어요. 우리는 심장이 뛰기 때문에 살아있을 수 있고, 뇌가 있기 때문에 사고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외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머시스의 입체음향기술 또한 저의 이런 인생의 철학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머시스의 성공적인 음향·음장기술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소형 가전기기부터 적용되었다. 그 중 가장 각광받은 분야는 모바일. 기기특성상 음향과 음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김풍민 대표는 소리가 들어오면 원음에 가깝고 실감 있게 바꿔주는 오디오 필터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것을 메이븐(MAVEN)기술이라 명명했다. 메이븐(MAVEN)기술은 현재 우리가 들고 다니는 LG, SKY휴대폰에 탑재되어 있다.

이머시스가 준비하는 Conference Call Phone 및 지향성스피커.
이머시스가 준비하는 Conference Call Phone 및 지향성스피커.
음향·음장기술시장은 급변중이다. 약 3~4년 전 애플社의 스티브잡스가 앞으로 음성 및 소리가 IT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언급을 하고나서부터 너도나도 소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술개발에 총력을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금 상황이 이머시스의 기업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음향 및 음성기술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었고, 전 세계의 글로벌기업의 신제품 개발에 이머시스만이 갖고 있는 기술이 탑재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생긴 것이죠."

이머시스의 기술은 회사에서 회의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부터, 운전을 하거나 집에서 TV를 보는 일상생활에까지 접목시킬 수 있을 정도로 기회의 폭은 실로 방대했다. 게다가 김풍민 대표의 앞으로의 상상력은 그것의 틀을 깨뜨리는 수준이었다.

"특히 음성기술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모든 가전기기는 IT기술을 탑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IT기술 중 가장 각광받는 분야면서도 경쟁력 있는 기술은 음성기술입니다. 사람의 목소리와 주변소음을 정확히 구별해내고, 명령어를 식별해 지시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단 한마디의 말만으로도 가전기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덧붙여 김풍민 대표는 이머시스의 큰 포부를 밝혔다.

"이머시스의 궁극적 목표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글로벌 사운드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글로벌 사운드기업이 되기 위해 제일 중요한 요소인 ‘사람이든 기계든 정확한 말을 듣게끔 해주는 것’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겠지요. 우리만의 음향·음성기술이 담긴 전자기기로 사용자들에게 생생하고 진정한 감동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최대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디자인 구원투수 대덕연구개발특구

여러 제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운도넛은 이머시스의 주력제품이다. 혁신적인 모양과 실용성, 그리고 훌륭한 음질까지 두루 갖춰 국내는 물론 아니라 외국에서도 러브콜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 사운도넛은 이머시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세심한 디자인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디자인지원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동시에 바라는 점도 시사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평가를 자주 다닙니다. 이제 곧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사람들에게 카운슬링을 해주며 많은 것을 느끼곤 합니다. 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는 많은 기업들이 세워지고, 동시에 쓰러집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일은 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이머시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된 것처럼, 앞으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그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그만큼 믿고 지켜봐주는 묵묵한 등대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실함은 나의 힘

김풍민 대표는 성실함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선생님이 대답해주기 곤란해 할 때까지 공부하고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뭐든 성실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창 이머시스를 키워나갈 때 창업에 도움이 되는 책은 빠짐없이 다 읽었어요. 아직도 책 내용이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그가 내민 책은 손때가 가득 묻어 있어 한 눈에 보기에도 여러 번 읽은 티가 났다. 책 내부는 페이지마다 직접 접어놓은 표시와 빨간 펜으로 중요한 부분을 강조해놓기도 하고, 포스트잇이 책 사이사이로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메모와 인맥관리 또한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메모를 습관처럼 하다 보니, 나름대로의 암호가 생겼어요. 다른 사람이 보면 ‘도대체 무슨 낙서를 써 놨나’라고 할 정도에요. 가끔씩 암호로 가득한 제 수첩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동시에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메모만큼 중요한 인맥관리 또한 저만의 방식이 있어요. 바로 명함에 메모를 하고, 휴대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무게를 최소화시키는 것이죠."

그의 성실함은 술기운마저도 꺾을 수 없다고 한다. 술을 아무리 늦은 시간까지 마셔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꼭 운동을 하고 동이 트는걸 보면서 회사에 도착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오랜 세월을 지속하다보니 이미 습관처럼 굳어져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니, 이머시스가 이렇게 성공할 수밖에 없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있었다.

◆사람이 무엇보다도 최우선이다

사원과 말을 편하게 섞는 대표가 어디 쉽게 있을까. 인터뷰가 한창 무르익던 중, 김풍민 대표에게 급한 전화가 와 사원이 잠시 들어와 보고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둘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은 회사 내에서 너무나 일상적이고 당연한 내용이었지만, 태도나 분위기는 여타 회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그들이 주고받는 뉘앙스가 마치 가족들에게나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사내 분위기가 좋으냐고 물어보니 김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어냅니다. 사람사이가 소원해지면 그 조직은 금방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일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외양보다는 내면을 중요시합니다. 서로를 아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일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은 언제든지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게 바로 제 경영철학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세계시장의 기회와 더불어 이머시스만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든든한 지원, 그리고 가족 같은 사내분위기까지. 갖출 것도 이 정도로 갖춘 곳이 아마 더 있을까. 이머시스의 글로벌 사운드기업으로의 전망은 오늘도, 내일도 맑음이다.

오디어 솔루션을 이용한 다양한 안드로이드앱 개발과정.
오디어 솔루션을 이용한 다양한 안드로이드앱 개발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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