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광섬유 레이저'는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긴 광학섬유로 만들어지는 광섬유 레이저는 열 특성이 우수하고 고체나 가스 레이저와 비교해 성능이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다. 또 소형 경량화가 가능하고 수명 및 유지보수 비용도 저렴하다.

이런 장점으로 제조 강국인 한국에서도 자동차, 조선, 항공 등의 산업용 레이저 활용 분야에서 광섬유 레이저의 이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레이저 관련 광부품 기술 대부분을 수입하는 형편이다. 그중 광섬유 레이저를 고출력 산업용 레이저로 응용하는 데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빔 컴바이너(Beam Combiner)'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빔 컴바이너는 낮은 출력의 광섬유를 묶어서 레이저 출력을 증폭시켜주는 부품으로서 광섬유 레이저를 고출력 산업용 레이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부품이다.

이상테크(대표 김선주·이상필)는 선진국에서도 소수의 업체만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빔 컴바이너를 자체 개발해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준비 중인 광통신 소자 전문기업이다.

◆망한 회사 동료들 모여 한솥밥 "다양한 기술·끈끈한 결집력이 최고 자산"

빛고을이란 이름처럼 광주는 2000년대 초부터 태양전지·LED·디스플레이 등의 광(光)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호남고속도로 광산 나들목을 빠져나와 광주과학기술원을 지나면 첨단지구라는 산업단지가 눈에 띈다. 이곳에 국내 유일의 광산업 집적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이상테크는 2006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설립됐다. 여기에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김선주 이상테크 대표의 말이다.

"이상테크 직원들은 대부분 원래 한 직장에 다니던 동료들이었습니다. 커플러와 커넥터 등을 생산하던 광부품 회사에 함께 다녔는데 경영난으로 회사가 문을 닫으며 모두 뿔뿔이 흩어졌지요. 그러다 헤어졌던 직원들이 믿는 의지할 만한 사람들끼리 한번 의기투합해보자고 세운 회사가 바로 이상테크입니다."

뚜렷한 사업기반도 없던 믿고 의지할 데라고는 좁은 사무실서 부대끼는 동료들밖에 없었던 이상테크 직원들은 예전 회사에서 만들던 부가가치 낮은 제품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료들 간의 끈끈한 결집력은 무엇보다 큰 회사 성장의 자산이 됐다.

4명에서 출발한 인원은 동료들의 합류와 신규인력 보충에 힘입어 12명, 18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형편이 나아지면서 함평에서 광주와 좀 더 가까운 송정리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1년 만인 2009년 마침내 광주에 '입성'하는 감격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예전에 만들었던 부가가치 낮은 제품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상테크가 만들던 제품 중 광커플러(coupler, 센서로부터 신호를 수신해 다른 종류의 신호로 조작 장치에 보내는 결합부)의 경우는 수익성이 너무 낮아 대부분의 국내 광전자부품 기업들이 앞 다퉈 생산을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전량수입 '빔 컴바이너' 자체개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원이 큰 힘"

이상테크는 광주 광산업 집적화단지로 회사를 옮긴 2009년 본격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 주력 아이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광섬유 레이저 가공장비는 이미 여러 산업분야와 연구소, 대학 등에서 사용하는데 레이저 장비를 만드는 부품은 대부분 수입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특히 광섬유 레이저 장비의 핵심부품인 빔 컴바이너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커플러의 경우 제품 1개의 단가가 1만 원 내외인데 비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빔 컨바이너는 하나의 가격이 100만 원에 이를 만큼 고가의 제품이었다. 빔 컴바이너를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에 10개사 정도. 우리나라의 빔 컴바이너 시장은 약 200억 규모. 또 광섬유 레이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며 관련 부품의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기술력만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었다.

광통신과 전기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들이 모인 회사라는 것은 이럴 때 큰 도움이 됐다. 빔 컴바이너는 그것을 생산하는 장비만도 대당 1억 원에 이르는 고가인데 이상테크는 광섬유를 기반으로 하는 특수 광섬유 소자 개발과 장비 제작에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많아 잘하면 장비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을 듯했다.

이에 따라 이상테크 직원들은 선행 기술조사부터 차근차근 빔 컴바이너 개발을 준비했다. 그리고 2011년 기회는 찾아왔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기술사업화 지원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김 대표는 "2011년초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주최한 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게 빔 컴바이너 자체개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했던 참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특구기술사업화사업 지원은 꿈을 현실화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높은 경쟁률 속에 치러진 최종 선정평가에서 이상테크의 '다단형 광섬유 레이저를 위한 입력신호 포트가 있는 빔 컴바이너' 개발계획은 좋은 점수로 최종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오랜 시간 선행기술조사 등 착실하게 준비를 해온 게 선정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같은 해 11월 시작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원은 1차년도인 2012년 말까지 2억 원, 2013년 말까지 2억 원 등 24개월 간 모두 4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1차년도 사업이 종료된 현재 이상테크는 25W 급의 다단형 빔 컴바이너 개발을 비롯해 빔 컴바이너 제작 시스템과 이종광섬유 접속기술, 고출력 패키징 등 추가기술 확보에도 성공하고 특허출원을 준비 중이다.

◆"시장 안착 성공하고 해외 시장 도전할 것"

이상테크에 2012년은 미래 성장엔진이 될 빔 컴바이너 개발에 성공한 뜻 깊은 한해였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술개발에 주력하느라 정작 당장의 먹을거리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김 대표는 "신제품 개발에 많은 힘을 쏟기도 했지만 광통신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새로운 발주가 없었다"며 "다행히 직원 모두 힘을 합쳐 돈 될 만한 것들은 가리지 않고 했던 덕분에 어려움을 잘 넘겼다"고 웃었다.

옛 동료들이 뭉쳐 회사를 만들 때 약속했던 마음가짐이 큰 힘이 됐다. 김 대표는 "서로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자, 초심을 잊지 말자는 첫 마음을 되새기며 어려움을 헤쳐 나왔고 이제 함께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테크는 새로 개발에 성공한 빔 컴바이너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올해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신제품으로 시장에 신규 진입하자면 경쟁 제품과도 경쟁해야 하지만 기존제품을 고집하는 고객들의 관성도 돌려놓아야 한다.

김 대표는 "특히 광섬유레이저 시장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반면 관련부품의 수입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부품국산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관련제품의 경우 현재 전 세계 10개사 정도가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 기술력이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수입대체는 물론 수출에도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현실화하기는 어려운 법인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리며 "우리처럼 기술만으로 출발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그들이 제대로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한 마케팅, 영업까지 일련의 종합적인 지원제도를 운영한다면 더 큰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