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켐텍, 수소에너지사업단 활동 통해 30배 성장
"정부지원 끊기더라도 지속 연구개발 할 것"

'따르릉~'
2003년, 전기화학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주)엘켐텍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효율 수소 에너지 제조·저장 이용기술 개발사업단'(21세기 프론티어 사업 중 하나)인데요, 이번에 과학기술부(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수소관련 연구프로젝트가 수행됩니다. 약 10년간 정부와 민간업체가 투입돼 999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예정인데 엘켐텍과 공동 연구개발 등 이번 사업을 함께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엘켐텍은 문상봉 대표와 직원 총 2명이 창업한 회사로 이제 막 2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뜻밖에 기회에 감사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R&D(연구개발)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R&D는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먹고사는데 급급한 중소기업에게는 그야말로 모험이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화종합화학에서 근무하며 전기화학분야를 연구해 물 전기분해 기술을 확보하는 등 연구경력이 있었다. R&D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문 대표는 정부과제에 참여하는 것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연구개발은 총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1단계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했고, 2·3단계에는 이를 상업화 할 수 있도록 기업과 대학위탁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막전극접합체 물전기분해'관련 기술 1건과 '막전극접합체 이산화염소발생장치'기술 2건을 개발해 기술 이전했다. 이 외에도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소발생기와 저·고온형 수전해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냈다.

◆ 기적 같은 연구성과 없다? 꾸준한 연구성과에서 보물을 찾다

"물을 정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다 우연히 소금물을 집어넣게 됐어요. 그런데 소금물도 잘 정수 하더군요. 덕분에 바닷물을 정수하는 기술을 개발, 현대중공업에 독점 공급을 하게 됐습니다."

엘켐텍이 연구개발한 성과 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막전극접합체 물전기분해기술'이다. 본래  물을 정수하는데 사용되는 기술이지만 엘켐텍이 개발한 기술은 반응표면적이 타 제품에 비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소금물에서도 사용 가능해 선박의 바닷물을 정제할 수 있다.

사실 문 대표는 소금물에서 작동하는 기술개발이 목표는 아니었다. 그는 "연구하는 과정에 우연히 소금물에서 전기분해를 했더니 잘 되더라.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우리는 바닷물을 정제하는 기술로 확대했고, 현재 선박기술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켐텍의 선박평형수처리(BWT) 시스템 모습 .
엘켐텍의 선박평형수처리(BWT) 시스템 모습 .
문 대표에 따르면 선박에는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가 있다. 이 탱크는 항해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선체를 물속에 더 잠기게 할 목적으로 바닷물을 채워 넣는 공간을 말한다. 그런데 밸러스트 탱크는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에 인천 바닷물을 집어넣고, 미국에서 짐을 실을 때 짐 무게만큼 바닷물을 빼야하는데 해양생물이 전파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

이에 1980년대부터 바닷물을 살균·처리해 배출해야한다는 국제법이 통과가 됐고, 이해관계 등의 문제로 오랜 기간 동안 진전이 없다 올해 2013년 법이 발효됐다. 엘켐텍의 기술이 법 발효와 기가 막히게 맞물려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 기술은 현대중공업에 독점 공급됐다.

그는 "선박은 짓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선박 관련 회사들이 미리 기술을 구입한다"며 "2010년 기술개발을 완료해 2011년 상용화를 시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막전극접합체 이산화염소발생장치'는 포도와 딸기 등 수확한 농산물의 보존저장기간을 길게 해 주는 등 살균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문 대표에 따르면 이 살균제는 매우 유익하지만 폭발성 가스로 갖고 다닐 수 없어 현장에서 아염소산나트륨과 염산 2종류의 용액을 섞어 만들어 써야한다. 그러나 엘켐텍의 기술을 활용하면 2개에서 1가지 물질만 섞어도 살균제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은 2011년도에 연구·개발됐다.

이 외에도 엘켐텍은 사업단과 함께 ‘고분자 고체전해질(PEM)형 수소발생기 제작기술’과 막전극 접합체(M.E.A)제조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확보한 바 있다. PEM형 수전해조 기술은 물을 전기분해해 바로 고순도 수소와 산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M.E.A는 수전해조 및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이다.

또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소발생기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물을 전기분해하기 전 먼저 독성을 갖고 있는 수산화나트륨과 수산화칼륨을 물에 녹였지만 엘켐텍은 순수한 물을 그대로 전기분해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이전 방법보다 안전할 뿐 아니라 같은 시간에 10배 많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경제성도 좋다. 순수한 물에서 수소를 얻는 기술은 국내에서 엘켐텍만이 갖고 있으며, 현재 화력발전소의 발전용 터빈을 식히고, 기업이 수소연료전지를 연구하는데 쓰인다.

그는 "우연하게 연구성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실패를 겪으면서 꾸준히 노력해야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10년간 수소에너지사업단에 소속돼 많은 것을 얻었다"며 "작은 기업이 하는 일에 대해 정부도 믿음으로 끝까지 지켜봐 줬는데, 그 덕분에 좋은 기술들이 개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개발된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지난 2010년 '연구개발 성과지원센터'가 컨설팅 해준 바 있다"며 "시장이 요구하는 사업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고 덧붙였다.

앞으로 엘켐텍은 정부지원이 끝났지만 자체 투자를 통해 지속연구 할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10년 전에 비해 30배 이상 성장했다.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수준과 대등하게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의 지원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원은 끝났지만 우리는 자체적으로 투자를 하여 성장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수소가 미래에너지로 불리고 있지만 수소가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다"면서 "지금까지 수소가 위험하지 않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고 사실로 규명됐다. 우리 역시 편견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며, 수소에너지 상용화에 대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 할 것"이라고 향후 포부를 전했다.

엘켐텍 대표 제품 모습. (시계방향으로)수소발생기, 대용량 수전해 스택, 150bar용 고압 수전 Stack, 수전해 대용량 평가 시스템.
엘켐텍 대표 제품 모습. (시계방향으로)수소발생기, 대용량 수전해 스택, 150bar용 고압 수전 Stack, 수전해 대용량 평가 시스템.

 

* 엘켐텍은 어떤 회사인가요?

엘켐텍은 수처리 관련 위생분야에서 ▲현장형 살균제 발생장치 ▲고농도 살균제 발생장치 ▲선박평형 수처리 장치 등 전해장치와 관련된 제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와 관련된 수소 발생기 및 연료전지의 부품과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환경 분야에서는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T-N처리, 간접 산화, 직접산화 등 환경 부하 저감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엘켐텍의 기술은 식품산업과 만나면 식자재 위생을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살균 발생 장치를 생산할 수 있다. 화학성분이 아닌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발생하는 이온을 통해 살균하게 돼 더욱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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