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창조경제다-18]나노종합기술원 열영상카메라 핵심기술 개발
미국·이스라엘 제품 수입대체효과 500억원 이상…신규시장 기대 커

나노종합기술원이 개발하고 기술이전한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 진공 패키지 기술' 개발 주역들.(사진 뒷줄 왼쪽부터 송명호 선임연구원, 이훈복 박사 , 박재홍 박사, 김희연 박사, 양충모 박사, 정호 박사 앞줄 왼쪽부터 박범구 연구원, 김경태 선임연구원, 김태현 연구원)
나노종합기술원이 개발하고 기술이전한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 진공 패키지 기술' 개발 주역들.(사진 뒷줄 왼쪽부터 송명호 선임연구원, 이훈복 박사 , 박재홍 박사, 김희연 박사, 양충모 박사, 정호 박사 앞줄 왼쪽부터 박범구 연구원, 김경태 선임연구원, 김태현 연구원)
소자, 소프트웨어, 회로 등 반도체 분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뭉쳤다. 그리고 설계와 공정구현 실험을 반복하길 수백번, 드디어 4년만에 국내에는 없었던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던 보급형(저가형) 열영상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인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

열영상시스템은 쉽게 말하면 공항이나 군수용으로 사용되는 열영상카메라다. 센서가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구현해 내는데 국방용 등 특수 목적으로는 이미 개발돼 사용 중이지만 값이 비싸 민수용으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진공 패키징 기술이 어렵고 까다로워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보급형 열영상시스템으로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급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 제품의 벤치마킹을 시도한적은 많으나 그 역시 고가로 실제 기술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나노종합기술원(원장 이재영)의 연구진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보급형 열영상시스템의 중심 기술인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 패키지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국내 기업에 이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특허만 해도 국제특허를 포함해 10여개가 넘는다. 제품이 출시되면 기존 제품에 비해 십분의 일 정도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해져 500억원이 넘는 수입대체 효과와 열영상카메라의 민수시장을 신규창출할 수 있어 그 가치는 무한대가 될 전망이다.   

나노종합기술원은 지난 17일 에스팩솔루션 기업에 기술을 이전키로 협약을 체결하고 상용화를 위해 본격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기술 개발 주인공들을 만나보았다.

◆기업이 필요로 한다는 한마디에 전문가들 뭉쳐

"기업에 계신 지인이 열영상 시스템은 군수용 뿐만아니라 자동차, 조명감시, 산불감시, 사람 중심 CCTV 등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한데 기술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만 기술이 개발된 상태인데 값이 너무 고가라 수입을 하기는 어렵다면서요."

지인의 이야기에 박재홍 박사를 포함한 다섯명의 눈이 마주쳤다. 섬광처럼 빛났다. 뜻이 모아지니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우선 미국과 이스라엘 제품을 분해해 봤습니다. 원리나 기술은 알겠는데 그들 방식으로 하면 가격을 낮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설계부터 시작했습니다."

소자, 소프트웨어, 회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내부과제로 제안하고 머리를 맞대며 설계부터 공정구현까지 실험에 들어갔다. 기존 기술이 가진 특허를 비켜가며 새로운 설계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허 침해 문제를 간과할 수 없어 새로운 회로 기술을 개발해 넣어봤지요. 그들이 그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설계해서 구현에 성공하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실험을 해 봤냐고요? 아마 좀 과장해서 수백번은 될걸요.(웃음)"

설계를 하고 공정을 구현해 제대로 작동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2008년 내부과제로 시작했으니 초기자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다. 부족한 부분은 몸으로 해결하며(?) 희생층(처음 단계에는 있다가 다음 단계에서 사라지는 층) 재료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들의 연구는 본궤도에 오른다. 특히 이 희생층 소재는 전혀 다른 재료로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가능해 여러가지로 기대가 크다.

"구현에 성공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부에 제안을 했습니다. 정부과제로 당당히 선정되면서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그런데 복병이 또 있었어요. 진공패키지가 문제였습니다."

이 기술은 어두운 곳에서 열원을 감지해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마이크로 센서로 외적 자극에 대단히 민감한 소자이면서도 그 패키지내부의 동작환경이 반드시 완전한 진공상태여야 한다. 또 진공신뢰도가 장기간 보장돼야 했다.

◆필요한 진공패키지 기술 가진 곳 없어 기업 설득해 성공

나노종합기술원이 개발한 핵심 기술과 열감지 테스트 자료.
나노종합기술원이 개발한 핵심 기술과 열감지 테스트 자료.

설계하고 구현까지 성공했으나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인 진공패키지 기술에서 발목을 잡혔다. 소자의 원리상 진공 기술이 적용돼야 하는데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의 반도체 진공패키지 기술을 가진 곳이 국내에는 없었다.

"이번에 기술을 이전키로 한 기업에서 반도체 패키징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들을 설득해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일이 쉽게 안풀리다보니 절실함이 더 큰 덕분인지 서로를 격려하며 패키징에 성공했습니다."

연구를 시작한지 4년만에 국내에서는 최초로 기술 개발에 성공한 셈이다. 이번 나노종합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 패키지 기술'로 하이브리드 적외선 센서 패키지를 이용한 '보급형 열영상시스템' 상용화가 성큼 앞당겨지게 됐다.

이 기술은 사용 범위가 크다. 우선 가장 가깝게는 현재 고정형으로 설치돼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CCTV대신 사람 중심의 열영상시스템이 적용되면 사람이 발생하는 열과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실시간 촬영할 수 있어 범죄 위험에서 대폭 벗어나게 된다.

또 사람이 항상 감시할 수 없는 산이나 노후된 전기시설 감시는 물론 가로등 등에 설치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전력 소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박재홍 박사는 "앞으로 그동안 수입하던 제품대신 이를 대체하고 민수 시장을 새롭게 형성할 수 있어 기대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면서 "5년여의 시간동안 서로 팀은 다르지만 같이 고민하며 필요한 기술을 맡아서 개발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기술 개발에 참여한 모든 연구진의 공으로 돌렸다.

나노종합기술원은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 진공 패키지 기술을 정액 기술료 3000만원 및 매출액의 2.5%에 해당하는 경상기술료를 10년간 받는 조건으로 보급형 열영상시스템 개발을 위해 협력해온 에스팩솔루션에 기술이전 했다. 반도체 및 마이크로 소자 패키지전문 유망중소기업인 에스팩솔루션(대표 이원오)은 보급형 적외선 열상센서 시스템을 민수용으로 사업화할 예정이다.

나노종합기술원과 에스팩솔루션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진들은 앞으로 2년동안 상용화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나노종합기술원과 에스팩솔루션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진들은 앞으로 2년동안 상용화 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