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크고 작은 몽돌사이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며 해맑은 목소리로 행복을 노래하는 해변에 서면 수평선 위에 바위 하나가 떠있는 모습이 보인다.
크고 작은 몽돌사이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며 해맑은 목소리로 행복을 노래하는 해변에 서면 수평선 위에 바위 하나가 떠있는 모습이 보인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때 묻지 않은 섬. 늘 희뿌연 해무로 둘러싸여 신비감을 간직한 섬.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자연이 아름다운 섬. 충청남도 보령시의 외딴 섬 외연도. 그 섬의 풍경과 자연은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는 늘 익숙한 모습이겠지만 처음 방문한 나에게는 신비롭고 신선하여 1박 2일 동안에 만난 모든 풍경들은 내 마음 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되었다.

수평선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희뿌연 해무에 쌓여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탄 배는 2시간 20여분 만에 외연도에 도착하였다. 날씨가 좋은 오후여서인지 섬은 다행히 안개를 걷고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면서 나를 맞아주었다.

아름다운 모습을 더 사진 속에 담아두고 싶어 해가 지고 난 후에도 한동안 붉은 빛이 남아있는 해변을 쉽게 떠나지 못하였다.
아름다운 모습을 더 사진 속에 담아두고 싶어 해가 지고 난 후에도 한동안 붉은 빛이 남아있는 해변을 쉽게 떠나지 못하였다.
첫날 오후. 남쪽으로 난 부두와 부두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 큰명금과 작은명금이 있는 북쪽 해안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어 저녁녘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에 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언덕을 넘어 조금 내려가자 햇빛에 반짝이는 몽돌들이 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큰명금과 작은명금 몽돌해변이 오른편의 노랑배와 왼편의 매배 해안 절벽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크고 작은 몽돌사이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며 해맑은 목소리로 행복을 노래하는 해변에 서면 수평선 위에 바위 하나가 떠있는 모습이 보인다. 고래 모습을 하였다고 고래바위라고 불리는 작은 무인도이다.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 속이 평안해 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다음 날 새벽 해돋이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에 펼쳐진 새벽 부두의 모습은 전 날 보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다음 날 새벽 해돋이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에 펼쳐진 새벽 부두의 모습은 전 날 보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몽돌해안에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석양은 해무가 깔린 바다 위에 붉은 융단을 깔고 고래바위 너머로 빠르게 지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눈으로 실감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더 사진 속에 담아두고 싶어 해가 지고 난 후에도 한동안 붉은 빛이 남아있는 해변을 쉽게 떠나지 못하였다.

다음 날 새벽 해돋이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에 펼쳐진 새벽 부두의 모습은 전 날 보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푸르스름한 새벽 하늘빛과 해무가 짙게 깔린 부두 모습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다 보니 제법 시간이 흘러버렸다.

노랑배로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섬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노랑배로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섬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어느새 하늘이 훤해 오기 시작하였다. 어제 지도에서 보아두었던 길을 따라 서둘러 노랑배로 향했다. 그런데 그게 패착이었다. 그 길은 외연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279 m의 봉화산을 돌아가는 험한 길이었다. 처음에는 해변을 끼고 가는 산길이 그럴 듯 하였으나 조금 가니 길이 좁아지고 풀이 우거져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인터넷에서 읽었던 정보가 떠올랐다. 누군가 봉화산으로 넘어 가는 길을 가다 무척 고생을 하였다는 이야기와 숲에는 뱀도 있다는 이야기를 써 놓았는데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로 그 길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푸르스름하던 하늘은 어느새 조금씩 아침 노을 빛이 감돌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마을로 내려와 어제 갔던 해안을 거쳐 노랑배로 가기로 하였다. 그 길은 참 아름다웠다. 진작 이 길로 나설걸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어차피 구름이 좀 끼어 있어 해돋이는 제대로 불 수 없었으리라’고 위안을 하면서 아름다운 아침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산책길 가로 펼쳐지는 아침 바다의 풍경과 함께 이슬 맺힌 풀잎과 들꽃들은 나에게 더 없는 행복한 아침을 선사해 주었다.
산책길 가로 펼쳐지는 아침 바다의 풍경과 함께 이슬 맺힌 풀잎과 들꽃들은 나에게 더 없는 행복한 아침을 선사해 주었다.
노랑배로 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섬 풍경은 정말 절경이었다. 짙은 해무가 춤을 추듯 바다와 섬들을 가리웠다 흩어지곤 하면서 숨겨진 섬들을 잠시 보여 주기고 하고 감추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왜 이 섬을 신비의 섬이라고 부르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매배와 상투바위 그리고 매바위가 늘어선 곳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산책길은 나를 한동안 그곳에 붙들어 놓았다. 상투바위와 매바위를 휘감고 도는 해무는 그 뒤편에 있는 대청도와 중청도를 완전히 가리기도 하고 또 푸르른 섬의 모습을 신비롭게 보여주기도 하면서 나의 발길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쯤에서 나는 이미 해돋이 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산책길 가로 펼쳐지는 아침 바다의 풍경과 함께 이슬 맺힌 풀잎과 들꽃들은 나에게 더 없는 행복한 아침을 선사해 주었다.

해돋이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아침 햇살이 해무가 깔린 바다를 비추는 아름다운 풍경은 해돋이 못지 않는 감동스러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해돋이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아침 햇살이 해무가 깔린 바다를 비추는 아름다운 풍경은 해돋이 못지 않는 감동스러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미 해가 한 참 올라온 뒤에야 나는 노랑배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해돋이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아침 햇살이 해무가 깔린 바다를 비추는 아름다운 풍경은 해돋이 못지 않는 감동스러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해돋이를 보려고 달려왔다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아름다운 아침 산책이었다.

어찌 보면 삶도 이러하리라. 살면서 때로는 내가 목표로 하였던 일들을 이룰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우면 충분히 보상을 받을 뿐만 아니라, 처음에 목표로 하였던 것 보다 더 좋은 것들을 그 과정 중에서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 여름 외연도가 나에게 들려준 값진 이야기였다.
 

살면서 때로는 내가 목표로 하였던 일들을 이룰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우면 충분히 보상을 받을 뿐만 아니라, 처음에 목표로 하였던 것 보다 더 좋은 것들을 그 과정 중에서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 여름 외연도가 나에게 들려준 값진 이야기였다.
살면서 때로는 내가 목표로 하였던 일들을 이룰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우면 충분히 보상을 받을 뿐만 아니라, 처음에 목표로 하였던 것 보다 더 좋은 것들을 그 과정 중에서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 여름 외연도가 나에게 들려준 값진 이야기였다.
여름일기 1 –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대에게서
살아 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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