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 중심' 국정기조 체감·공감대 떨어져
시진핑 '중국과학원' 방문 과학자들과 '중국의 꿈' 공유
수시로 그냥 연구현장 방문해 '한국의 꿈' 공유하길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 첫 업무보고를 받기위해 24일 강원도청을 방문,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덕 등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대통령이 '지금' 방문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 첫 업무보고를 받기위해 24일 강원도청을 방문,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덕 등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대통령이 '지금' 방문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 18일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과학원 방문 소식을 전했다. 중국과학원은 1949년 설립된 중국 국무원 직속의 기초과학연구소다. 우리나라로 치면 현재 설립중인 기초과학연구원(IBS)과 비슷하다. 신화통신은 시진핑 수석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수석의 과학기술 사랑은 남다르다. 중국과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애정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는 충돌형 가속기 등을 둘러보고 과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학자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성공은 격려하되 실패는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과학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행보와 발언은 사실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과학자의 창의성 존중,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창업) 분위기 조성. 2013년 한국사회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얘기들이다. 최고 통치권자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창조경제'라면, 중국은 '창신(創新)'이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자(法古創新)는 것이다. 중국 역시 그 중심은 과학기술이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우리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양적성장에 치우쳐 왔다. '질적성장'이 필요한데 그 원동력을 과학기술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가 올해 우주, 핵물리, 에너지 등 과학기술 분야에 쏟는 예산만 우리나라 돈으로 약 46조원에 달한다. 

과학기술이라면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정 핵심과제를 '창조경제'로 정하고, 그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를 실현시킬 미래창조과학부도 탄생시켰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어떻게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경험적·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물론 과학기술이다.

이러한 국정기조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과학기술 사랑을 체감하기 어렵다. 창조경제와 그 중심축으로서의 미래부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밤잠 설쳐가며 일했지만 여론은 냉담하다. 이런저런 사정이야 있겠지만 '미래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세간의 비판을 단박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느낌표'도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물음표' 투성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 재확인이다. 부처를 탓하고 참모들의 책임만 따질 여유가 없다. 위와 아래가 따로 노는 문제를 가장 빨리,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맨 위'가 '맨 아래'를 직접 만나는 것 뿐이다. 물론 중간 단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과학기술 현장을 방문할 최적의 시점은 '지금'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 민생방문'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4일에는 강원도를 방문해 취임 후 처음으로 지역 업무보고를 받았다. 강원도를 선택한 것은 최근 장마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주민을 위로하기 측면이 크다. 앞서 22일에는 부산을 찾았다. 이번주 휴가를 보내고 나면 지방행보는 더욱 분주해질 것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과학기술의 중심 '대덕'을 방문하는데 시간을 들이고 있는 이유를 과학현장에서는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취임식 이전에 대덕을 방문해주면 좋을 것이라는 여론이 있었다.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취임식 직후도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역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연구현장 방문은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ADD) 방문이 유일하다. 별개의 문제가 아니지만 ADD 방문은 연구현장이나 과학기술 보다 국방과 안보의 의미가 크다.

시진핑 주석이 왜 중국과학원을 방문했는지 그 배경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딱히 다른 정치적 이슈가 없었던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냥' 간 것이다. 그래야 한다. 대통령의 방문에 어찌 목적이 없을 수 있겠냐만 과학기술계만은 예외가 되어야 한다. '이벤트'나 '행사' 때문이 아니라 '그냥' 가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ADD를 설립하고 12차례, KIST를 세운 뒤 8차례나 방문했던 것은 단지 재임기간이 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학원에서 시진핑 주석은 과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애국심이다.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경이 있다." 프랑스 생물학자인 파스퇴르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중국의 꿈'을 과학자들과 공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나라 최고 통치권자도 수시로, 특별한 이유없이 과학기술 현장을 방문해 '한국의 꿈'을 과학자들과 공유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5년은 생각보다 짧다. '지금'이 아니라면 '다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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