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DNA를 키우자 16]친환경 하·폐수처리 토털서비스
고명한 대표 "세계 각국 하수 및 폐수처리장에 우리 기업 장치 및 기술이 공급되길 꿈 꿔"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간다. 따라서 선진국 대열에 오를수록 환경에 대한 규제와 관리가 엄격해진다. 문명사회서 제도와 규제가 까다롭다는 것은 그를 뒷받침할 기술이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규제와 기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최대 국책과제는 4대강 공사로 대변됐던 수질관리다. 그만큼 물 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친환경 폐수처리시설을 개발하는 전문 벤처기업이 있다. 바로 ANT21(에이엔티21).

까다로운 기술과 조건을 요구하는 환경 분야서 국내는 물론 미국, 중동지역까지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이 벤처기업은 작기만 강한 강소기업이다. 에이엔티21은 오폐수처리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환경업체다. 폐수를 관리하는 기술과 제품생산에서 벗어나 수질처리의 전 공정을 관리하는 수질컨설팅 회사를 지향한다.

비행접시처럼 생긴 독특한 형태의 기포생성기를 개발, 수관리 시장을 장악하는 ANT21을 탐방해 봤다.

◆5명으로 시작 연구원만 정원의 30%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자리 잡은 ANT21은 지난 2001년 탄생했다. 공학박사인 고명한 대표는 당시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충남대학교 산업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환경 분야 교수로 있던 고 대표는 당시 화학적 폐수처리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고 대표는 "기존의 하수처리장과 오폐수처리장은 시설의 노후화와 오염물질 부하 증가 등 기술적 부분서 한계가 분명했다"며 "대학에서 연구활동과 현장컨설팅을 수행하면서 환경관련 기술적 노하우로 사업성공을 자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대학을 떠나 동료 등 지인 5명으로 회사를 세웠다. 회사 창립과 함께 연구 전담부서를 뒀다. 5명의 인력이 대부분 수질분야 전문 인력이었기 때문에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과 제품의 우수성만으로 폐수처리 시장은 쉽게 문을 열지 않았다. 초기 벤처기업들이 겪는 자금부족과 부실한 마케팅 등으로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 대표는 "기술에 대한 믿음만 갖고 창업을 시작했다"면서 "우리 제품이 좋다는 것을 우리만 알고 수요처에서 알지 못한다면 기업이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5~6년이 흘렀어도 매출은 6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서둘러 기술개발과 함께 마케팅에 무게중심을 옮겼다.

시장 공략을 위해 공공기관,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시설, 대형 오폐수발생지 등을 찾아 공격적 마케팅을 시도했고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도 찾았다.

고 대표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여러 지원 사업 중 마케팅 분야에서의 지원이 가장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벤처기업이 나홀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소총 들고 탱크부대와 맞붙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국내외 마케팅 지원은 벤처기업에게 필수다.

그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공신력이 높고 국내 네트워크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다"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해외마케팅 지원을 통해 환경전시회에 참석했는데 기술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해 줬다"고 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및 국제공동연구과제 수행에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이를 발판으로 산소공급장치인 산기관 등 폐수처리에 필요한 소재기술 생산에서 벗어나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소재생산을 중심으로 시설과 설비, 장치산업, 폐수처리를 위한 컨설팅 등 수질관리를 위한 제품생산 및 설치, 프로세서 등 전 공정을 개발했다. 수질관리 제반공정을 묶는 패키지 상품을 제도화한 것이다.

고 대표는 "원천 소재개발과 장치개발, 공정개발까지 패키지로 턴키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진단하고 설계하고 시공하고 사후 서비스까지 환경에 대한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회사 영역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후 10억 원대로 매출이 올라서더니 2010년에는 20억대를 찍고 2012년에는 50억 원대로 7~8년 사이 10배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직원도 현재는 15명이다. 고 대표는 수관리 토털서비스를 상품화하면서 기술개발도 박차를 가해 연구개발 분야에 정원 15명 중 5명을 둬 R&D에 몰두하고 있다.

마케팅이 체계화되고 자리를 잡는다면 결국 제품의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기업미래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판단에서 고 대표는 연구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대표는 "초창기부터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면서 "이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고히 하고 새로운 개발상품을 누적시켰으며 국내시장서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ANT21의 자랑 어떤 제품이 있나

ANT21의 주력 생산품 다층원뿔형산기관.
ANT21의 주력 생산품 다층원뿔형산기관.
ANT21은 수질 및 대기처리 공법 등에서 모두 특허 8건과 실용신안 8건, 의장 3건, 미국 의장 1건 등 다수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제품과 기술력이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다층원뿔형산기관은 ANT21의 주력 생산품이다. 원뿔산기관은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다. 산소 공급능력에 따라 수처리 능력이 달라지고 이는 호기성 미생물들의 생성 및 사멸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산기관은 전력소비량을 최소화하면서 산소공급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원뿔형산기관은 삼각피치법의 전멸 균일기포발생방식으로 산소전달율과 교반기능이 뛰어나다. 또 낮은 압력손실로 에너지 절감효과가 크며 경쟁업체 제품들이 고무재질이라면 ANT21은 플라스틱을 이용, 내구성도 끌어 올렸다.

사용처는 오수처리장이나 하수처리장, 위생시설, 정수장, 축산폐기물 집수조, 폭기조 등 매우 다양하다. 이 기술로 ANT21은 특허와 기술인증은 물론 2012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신기술 인증(NeT)을 받았고 환경부는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고 대표는 "기존 제품과 달리 반영구적이고 30% 이상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며 "이산화탄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차별화된 특징으로 수요처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 제품을 이용해 신 개념의 'ANT 공법'을 정립했다. ANT 공법은 기존 오폐수 처리 시설과 정화조의 개·보수 없이 방류구에 간단한 장비설치만으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새 공법은 물속의 부유성 오염물질(SS),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질소와 인 등의 분해 처리속도를 크게 단축시키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서도 눈여겨보는 기술이 됐다.

특히 ANT 공법은 기존 오폐수처리 시설을 유지하면서 수질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지관리가 용이하고 높은 가격경쟁력, 소규모 설치면적, 짧은 역세척 시간 등 장점이 많다. ANT21의 첨단 기술력은 파주의 산업단지와 수자원공사, 종합환경시설, 포스코건설, 화학연구원, 김포하수처리장, 거제정수처리장 등 전국 100여 곳이 넘는 폐수·정수장 등에 설치돼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에너지 소모량이 적은 원뿔형산기관의 매력은 관공서에서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고 대표는 "폐수종말처리장에서 들어가는 전력비를 100%로 볼 때 산기관에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량이 60% 이상 되기 때문에 산기관의 에너지 절약기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에 연고를 둔 고 대표는 대전하수종말처리장에 자사제품이 이용된 것을 특히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대전시하수종말처리장의 일일 처리 용량이 90만 톤이다. 마지막 개조작업을 하면서 일 30만톤 규모의 시설공사를 우리가 맡고 있다"며 "대전 시민 수요의 30%를 우리기술로 처리한다고 하니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친수성 바이오칩 필터와 고효율 유동상 광촉매 산화반응기 등도 ANT21의 대표제품이다. 친수성 바이오칩 필터는 후단수처리기법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환경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용존산소량 등 여러 수질방류 기준이 강화돼 기존 처리시설만으로는 규제조건을 맞출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기존 설비를 개량하던지 기존처리 시설 수단에 다른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후자에 사용되는 기술이 친수성 바이오칩 필터로 기존 처리시설 말미에 설치돼 부유물질을 등을 제거하기 위한 필터다.

ANT21이 선보인 친수성 바이오칩 필터는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기포를 다량 발생시켜 공기만으로 부유물질을 제거한다. 물보다 가볍고 산기관 만으로 역세척이 가능, 별도의 역세 펌프도 필요 없다. 유동상 광촉매 산화반응기는 신속한 광산화 반응 및 용존산소, 살균 제거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고 대표는 "환경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설비를 그대로 두고 배수 직전의 물을 관리하는 기법이 후단수처리기법으로 이 때 중요한 장치가 필터"라며 "바이오칩 필터는 1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공기만으로 부유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ANT21의 강점은 특허와 신안등록 등 자신들만의 우수 소재에서부터 이를 이용한 수처리 프로세서를 만든데 있다. 고 대표는 "산기관과 주변기술이 유기적으로 적용돼야 원하는 수질을 얻을 수 있다"면서 "원뿔형산기관, 바이오칩 필터, 광촉매 반응기, 유동사 여재 등이 조화를 이뤄 최적의 수관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중랑하수처리장에 원뿔형산기관이 설치된 모습.
중랑하수처리장에 원뿔형산기관이 설치된 모습.

◆기업성장의 터닝포인트, 해외시장 공략

"환경은 기술과 과학이 발전할수록 관심을 가져야하는 분야입니다. 특히 선진국이라면 모든 사회적 활동이 친환경이란 제약 속에서 이뤄질 겁니다.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해질수록 이를 뒷받침해야 할 기술과 제품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야 하죠. 여기에 환경기업의 시장성이 있습니다."

고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기술도 우수하겠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과 기준이 엄격하며 이는 위험성과 함께 수질관리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여겼다. 이에 ANT21은 일찍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2003년 중국 산동서이박시 오수처리공사 때 중국과 협력을 맺었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중국 청도에 지사 사무소를 개소했다. 또 2005년 미국 LA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해마다 무역관 등에서 수처리 전문전시회를 열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의 기폭제는 2009년 찾아 왔다. 그해 2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수전력청의 담맘지역 하수종말처리장 개선사업을 수주해 이 곳 하수처리장의 효율의 20% 이상 끌어 올리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어 2010년에는 영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동유럽 진출도 가시화 됐다. 특히 사우디아리비아와 친환경 폐수처리시설 개발을 위한 국제공동R&D센터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설립키로 하면서 경쟁업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부하이메드 그룹(Abu-Haimed Group)과 ANT21은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 공동R&D센터를 개소키로 합의하고 협력을 맺었다. 국제공동R&D센터를 통해 ANT21과 아부하이메드 그룹은 친환경 수처리 시스템에 활용될 저비중 바이오 필름을 이용한 복합 생물반응조를 공동개발 할 예정이다.

고 대표는 "아부하이메드 그룹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수질오염방지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지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하수 및 폐수처리장에 수출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ANT21은 '2011 연구개발특구 기술사업화 대상 시상식'에서 공공기술사업화 기업부문서 수상하기도 했다.

◆기술연구소에서 준비 중인 신제품은

ANT21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수상기록과 특허증.
ANT21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수상기록과 특허증.
석·박사 인력 5명으로 구성된 기술연구소의 역할은 수질관리라는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빗물처리를 이용한 공중화장실 자동화 연구, 제2용수 재활용방안 연구,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보안등에 대한 연구개발 등이 한창 진행 중이다.

대전시에는 빗물을 재활용하도록 권장하는 조례가 제정돼 있다. 자치단체가 빗물을 이용한 친환경 기술개발과 이용을 권장하고 나서자 이를 바탕으로 빗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거쳐 공중화장실 등에 상용화한다는 것이 빗물 처리 및 공중화장실 자동화 연구다. 이 기술은 저류조에 빗물을 모으는 수집기술, 필터를 이용한 정화기술, 배수기술 등이 융합돼야 한다.

고 대표는 "비가 오면 지붕에 있는 빗물을 저류조에 모은 뒤 이를 화장실이나 조경수에 사용하는 기술이 활성화 될 것"이라면서 "수질관리와 빗물 수집 및 배수 구성을 위한 설계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보안등도 기술연구소에서 공을 들이는 신제품 중 하나다. 태양과 바람을 이용하는 보안등은 에너지원을 두 가지 자연현상에서 찾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이며 효율이 뛰어나다. 한국지형에 적합한 발전기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하이브리드 보안등은 전기배선이 전혀 필요 없어 뛰어난 친환경성을 자랑하고 감전 등 안전사고에서도 자유롭다.

또 소음이 작아 도심인접지에서 활용이 가능하고 DC전용 LED등을 사용해 수명이 길고 충분한 배터리 용량으로 발전이 없어도 5일간 사용이 가능하다. 이미 한밭대학교와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대전원평초등학교, 대전매봉중학교 등지에 설치돼 시범 운영 중이다.

ANT21은 빗물이용 기술, 공중화장실 저류조기술, 하이브리드 보안등 기술 등을 융합해 물과 전력이 필요 없는 공중화장실을 선보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고 대표는 벤처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희망사항도 빼놓지 않았다.

"기술력으로 시장에 뛰어든 모든 벤처기업들의 공통된 사항이 바로 자금과 마케팅 능력입니다. 기술만으로는 자금을 끌어 모으기 힘들고 좋은 제품이 개발되도 이를 수요처와 연결하지 못하면 기업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벤처기업의 잠재력과 기술력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안정된 기금확보방안과 마케팅지원 제도가 절실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 경영자들에게도 그는 "마케팅능력은 기술력과 기업발전을 극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기술력과 함께 마케팅의 능력도 고민해 봐야한다고 충고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가 기업을 경영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다. 시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엔지니어링이라는 것. 하지만 시공분야에 비해 엔지니어분야는 대우도 약하고 척박하다. 엔지니어링은 도면을 구축하고 그리는 사람이라고 하면 시공은 이를 토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조리사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 즉 시공사라면 요리사는 음식 소재를 선정하는 엔지니어링이다.

고 대표는 "소재를 선정하는 사람들이 중요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며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나부터 판을 깔아주고 능력을 발휘토록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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