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DNA를 키우자-17]대구특구 1호 연구소기업 '인트리'
권영민 대표 "종전과 다른 방식 코덱기술로 세계시장 누빌 것"

인트리는 대구·경북이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된 이후 첫 번째로 설립된 연구소기업.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다중 텍스쳐 이미지 기반 영상처리 방법 및 장치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멀티미디어 코덱(Codec) 기술 전문기업이다.

인트리는 2011년 12월에 설립돼 창업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신생벤처다. 하지만 유·무선의 동영상 콘텐츠 유통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고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선진국들의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압축률이 탁월한 멀티미디어 코덱기술을 개발, 이 분야 강소기업으로 단숨에 등극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 이후 지난 한해는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 2013년 상반기까지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진출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예정입니다."

권영민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며 자신감이 넘친다. 그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그는 이공계 전공은 물론 기업운영의 필수요소인 마케팅 현장까지 직접 발로 뛰며 두루두루 경험을 쌓아온 내공이 깊은 준비된 CEO였다. 준비된 CEO 권영민 대표의 창업기를 들어보자.

◆준비된 CEO, 지인들 말렸지만 ETRI기술에 '감 잡았다' 생각

'단번에 낚아채다.'
그에게는 이 말이 딱 어울렸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권영민 대표는 창과 방패로 무장한 전문가답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과 관련 벤처기업에서 이동통신 장비 업무와 마케팅으로 잔뼈가 굵은 권영민 대표는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간파했다. 또 잠시지만 패기 넘치던 30대에는 이동통신분야로 창업했다가 실패한 쓰디쓴 경험도 있어 기술의 흐름을 좀 더 신중하고 깊이 있게 보는 안목도 갖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그는 ETRI의 '다중 텍스쳐 이미지 기반 영상처리 방법 및 장치 기술'을 접하고 그야말로 '감'이 왔단다. 창업을 결심했다.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우선 가족들과 상의하고 몸담고 있던 회사의 CEO를 비롯해 지인들과도 논의했다.

"몇몇 지인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기존의 회사들도 어려운데 무슨 창업을 하냐고 말렸어요. 그런데 아내와 부모님은 해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근무하고 있던 벤처기업 비앤디에서는 모기업으로 창업을 적극 지원해 주시기로 했죠.

그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면서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ETRI가 기술출자를 하고 ETRI홀딩스, 인트리의 모기업인 비앤디, 권영민 대표가 공동출자했다. 그리고 2011년 12월 모두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시기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구연구개발특구의 1호 연구소 기업으로 '인트리'를 등록하며 창업을 선언했다.

권영민 대표의 기술을 보는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연간 134엑사바이트(EB, 2의 60승 바이트)의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이 생성될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인이 매일 10개씩 1년 동안 30조개의 MMS (Multimedia Messaging System) 또는 인스타그램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또 세계인이 하루 1개씩 1년 동안 3조개의 유튜브 등 동영상을 모바일로 감상한 결과와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유선분야의 데이터 트래픽까지 더한다면 그 수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디스커버리 서비스는 2010년 보고서를 통해 유로 TV 인코더와 트랜스코더 전체 시계 시장의 수익이 2010년 7억7900만 달러에서 2016년 14억800만 달러로 연평균 10.4%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Sullivan)은 2011년 발표에서 세계 비디오 트랜스코더 시장이 2010년 2억3000만 달러에서 2017년에는 7억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기술개발 속도도 빨라지게 마련이다. 이는 기존의 코덱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코덱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신생벤처 인트리의 존재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기존과 전혀다른 방식의 코덱기술개발에 주력  

인트리 구성원들이 새로운 인트라프레임 압축방법에 대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인트리 구성원들이 새로운 인트라프레임 압축방법에 대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인트리의 중심기술인 코덱은 음성 또는 영상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코더(Coder)와 디지털 신호를 음성 또는 영상으로 변환하는 디코더(Decorder)의 합성어(Co+Dec)로 부호기와 복호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장치다. 즉 부피를 줄여서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전송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파일을 압축하고 또 그 파일의 압축을 푸는 프로그램이다.

상용화된 코덱기술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는 기술은 H.264를 꼽을 수 있다. 현재는 이를 업그레이드한 H.265의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트리가 개발한 멀티미디어 코덱 기술은 'X264 Extension'으로 기존 'H.264' 멀티미디어 코덱과 비교해 압축 성능이 30% 이상 개선됐다. 또 H.264의 고정 블록 처리방식을 가변 블록 처리방식으로 바꿔 적용하고 자체 개발한 '블록 메모리(BM:Block Memory)' 기술을 채택했다.

권 대표에 의하면 인트리의 'X264 Extension' 기술은 기존 'H.264' 코덱에 비해 압축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영상 차이를 수치로 나타낸 'PSNR(Peak Signal-to-Noise Ratio)'을 비교해보면 원본 영상과 같은 수준의 품질을 제공한다. 그리고 지금 주로 사용하고 있는 H.264 기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즉 사용자가 'X264 Extension'를 도입하더라도 별도의 작업을 하거나 시스템을 변경할 필요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인트리의 기술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의 코덱 기술을 개발한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 대표에게 최근에 개발 중인 기술에 대해 질문했다.

"코덱기술은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같은 기술로 승부를 걸 순 없겠죠. 인트리가 새롭게 개발하는 기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동영상 등의 원본 훼손 없이 기존의 기술보다 최소한 30%에서 50%까지 압축률이 높은 기술입니다."

인트리는 올해 안으로 기술개발을 완료할 목표를 세우고 진행 중이다. 권 대표를 비롯해 인트리의 구성원들은 계사년을 보내는 각오가 남다르다. 회사의 사활이 걸렸다는 일심동체의 마음으로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질주 중이다. 가능성이 점점 커지며 빛을 발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굴지의 해외 기업의 관심이 인트리에 쏠리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권 대표는 "신생벤처에서 표준화까지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기술을 개발한 후에는 글로벌 기업과 표준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연구소기업, 기술력으로 글로벌 무대서 제대로 평가 받겠다

연구소 기업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보유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하는 기업이다. 공공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과 연구소 간 합작으로 설립되는 게 대부분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내에는 연구소 기업이 여럿이다. 그 중 인트리는 대구연구개발특구의 첫 번째 연구소 기업이라는데 남다른 의미를 둔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축적된 연구 성과가 대구특구로 확산돼 창업을 통한 기술사업화로 연계되는 '거점-연계(Hub-Spoke)'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권영민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일자리 창출, 성공 모델 등등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듯 한 가지씩 해결해가고 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지방에 있어 인재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지방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현장에 가서 기업의 기술과 비전 등 그들과 기업의 미래를 이야기 하다보면 충분히 좋은 인재를 만날 수 있죠."

권영민 대표는 지방에 있다고 인재가 없다는 것은 기우라고 말한다. 인트리 구성원 역시 지방의 인재들로 채웠다. 그들은 수도권으로 갈 기회도 있었지만 지방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보자며 동참했다. 또 인트리가 설립된 이후 대구지역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권 대표는 "후배들로부터 연구소 기업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그만큼 어깨도 무거워진다고 말한다.

"지역의 IT기업들과 모임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역량, 정보 등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며 열매를 맺어가는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누군가 이정표를 만들어 줘야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터가 마련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지역 인재들로 지역 기업의 새로운 성공 역사를 쓰겠다고 다짐하는 인트리 구성원들.
지역 인재들로 지역 기업의 새로운 성공 역사를 쓰겠다고 다짐하는 인트리 구성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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