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비가 쏟아지는 날 나는 때때로 나무들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윈도우 와이퍼를 멈춘 채 앞 유리창에 부딪혀 흐르는 빗물이 만드는 세상의 변화를 감상하기 좋아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 나는 때때로 나무들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윈도우 와이퍼를 멈춘 채 앞 유리창에 부딪혀 흐르는 빗물이 만드는 세상의 변화를 감상하기 좋아한다.
51일간이라는 최장 장마기간의 신기록을 세우면서 지루하게 지속되었던 장마도 이제 끝나는 것 같다. 내가 미국에 유학을 가 있던 4년 동안을 제외하고는 내 기억의 여름 속에는 늘 이렇게 비에 젖은 날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우리의 여름은 장마와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마철에는 모든 것이 젖어 있고 꿉꿉하여 불쾌지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외출을 하기에도 불편함이 많았다.

가끔은 차 밖으로 나가 풀잎과 길 위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직접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내 사진 속에서도 노래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가사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함이 조금이나마 묻어나기를 바란다.
가끔은 차 밖으로 나가 풀잎과 길 위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직접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내 사진 속에서도 노래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가사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함이 조금이나마 묻어나기를 바란다.
그래도 비가 오는 날에는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고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감상적이 되기도 하여 좋았다. 더욱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있어 오히려 떠나가는 장마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한 여름을 지나면서 나의 카메라에 담긴 비에 젖은 여름의 빛깔들을 모아보기로 한다.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연못가에 가서 빗방울이 만드는 동그란 파문 보기를 좋아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불렀던 동요가 떠오르며 그 때의 순수함으로 마음을 정화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연못가에 가서 빗방울이 만드는 동그란 파문 보기를 좋아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불렀던 동요가 떠오르며 그 때의 순수함으로 마음을 정화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평상시와 무언가 다른 모습의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창 밖으로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순식간에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내곤 한다. 비가 쏟아지는 날 나는 때때로 나무들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윈도우 와이퍼를 멈춘 채 앞 유리창에 부딪혀 흐르는 빗물이 만드는 세상의 변화를 감상하기 좋아한다. 차창 밖 풍경은 조금씩 일그러지면서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변했다가 추상화가 되고 나중엔 형체나 색깔조차 사라진 희뿌연 빈 캔버스가 되어 버린다.

가끔은 차 밖으로 나가 풀잎과 길 위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직접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이럴 때면 늘 느끼는 대로 사진에 담을 수 없어 빗줄기와 씨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카메라에 빗물이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쓰다 보면 옷들이 축축이 젖곤 한다.

비가 잠시 그친 아침의 풀밭이나 화단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물방울들은 늘 나에게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비가 잠시 그친 아침의 풀밭이나 화단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물방울들은 늘 나에게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이런 날이면 자주 "비 오는 날의 수채화"라는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이렇게 시작되는 이 멋진 노래는

"세상 사람 모두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라는 아름다운 바람을 소리쳐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사진 속에서도 이러한 행복한 바람이 묻어나기를 바란다.

◆ 빗방울이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풀잎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들 속에 거꾸로 투영되어 비추이는 세상은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투명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정화되어 있다.
풀잎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들 속에 거꾸로 투영되어 비추이는 세상은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투명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정화되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연못가에 가서 빗방울이 만드는 동그란 파문 보기를 좋아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불렀던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하는 동요가 떠오르며 그 때의 순수함으로 마음을 정화해 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빗방울은 나뭇가지 사이나 꽃들 사이에 쳐놓은 거미줄 위에 아름답게 작은 우주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빗방울은 나뭇가지 사이나 꽃들 사이에 쳐놓은 거미줄 위에 아름답게 작은 우주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비가 잠시 그친 아침의 풀밭이나 화단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물방울들은 늘 나에게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풀잎에 맺힌 투명한 물방울들 속에 거꾸로 투영되어 비추이는 세상은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투명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정화되어 있다. 또한 나뭇가지 사이나 꽃들 사이에 쳐놓은 거미줄 위에는 아름답게 작은 우주가 만들어 지기도 한다. 물론 먹잇감을 잡아야 하는 거미들에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되니 반갑지 않은 일이겠지만......

◆ 소나기와 잠자리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길이나 풀밭 위에 군데군데 얕은 물웅덩이들을 남겨 놓은 채 어느새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흰 뭉게구름이 피어 오르고 밝은 태양과 함께 파란 하늘을 드러낸다.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길이나 풀밭 위에 군데군데 얕은 물웅덩이들을 남겨 놓은 채 어느새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흰 뭉게구름이 피어 오르고 밝은 태양과 함께 파란 하늘을 드러낸다.
한 여름이 되면 꼭 빠질 수 없는 것이 한낮의 소나기일 것이다. 멀쩡한 하늘에 갑자기 시꺼먼 비구름이 몰려오고 이내 후드득 굵은 빗방울이 넓은 나뭇잎을 두드리며 떨어지는가 하면, 어느새 창밖에는 빨랫줄 같은 빗줄기가 하늘과 땅 사이에 촘촘히 늘어서게 되는 장관을 연출하곤 한다. 번개와 천둥이 동반할 때에는 마치 세상이 끝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소나기란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어서 조금 지나면 길이나 풀밭 위에 군데군데 얕은 물웅덩이들을 남겨 놓은 채 어느새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흰 뭉게구름이 피어 오르고 밝은 태양과 함께 파란 하늘을 드러낸다.

작은 오솔길 위나 때로는 아스팔트가 깔린 작은 찻길 위에도 그러한 물웅덩이는 만들어진다. 물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얕은 물속이 너무도 깊게 보여 신기하기만 하다. 그 속엔 파란 하늘도, 흰 뭉게구름도, 그리고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미루나무도 다 들어 있다. 도무지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가진 것은 없으면서 겉으론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물웅덩이, 그리고 곧 허망하게 사라져버릴 허상에 미래를 거는 작은 고추잠자리, 이러한 것들이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깊은 물가에 나가 내 삶을 비추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실제로 가진 것은 없으면서 겉으론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물웅덩이, 그리고 곧 허망하게 사라져버릴 허상에 미래를 거는 작은 고추잠자리, 이러한 것들이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깊은 물가에 나가 내 삶을 비추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 위론 빨간 고추잠자리들이 나지막이 나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놈은 홀로 나르며 유유자적하게 물속에 비추인 하늘을 감상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두 마리가 어울려 짝짓기를 하면서 물속에 가끔씩 꼬리를 담그며 알을 낳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한 여름 한낮의 햇볕이 내려 쪼이면 그렇게 깊게만 보였던 웅덩이의 물은 이내 말라버려 그곳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인양 사라지고 만다. 일생을 걸고 그곳에 알을 낳아둔 작은 고추잠자리 부부들의 꿈과 희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실제로 가진 것은 없으면서 겉으론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물웅덩이, 그리고 곧 허망하게 사라져버릴 허상에 미래를 거는 작은 고추잠자리, 이러한 것들이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깊은 물가에 나가 내 삶을 비추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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