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형·창조형 인재양성 걸림돌 이번에는 없애야"
교육부 2017년 수능통합안 제시…"현행 유지" 여론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2017학년도 수능개편안의 하나로 '문·이과 완전 융합형'을 제시하면서 그동안 과학기술계와 교육계에 제기되어 왔던 문·이과 통합교육이 실현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과 '창조 혁신 기반 창조산업 육성' 실현을 선결과제로 제시하며 복합적 소양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방안이라 오는 10월 어떤 결론이 도출될 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 따르면 2017년도 수능은 현 골격을 유지하는 방안과 함께 문이과 구분을 일부 또는 완전히 없애는 방안 두 가지를 발표했다.

이 중 문이과를 사실상 폐지하는 '완전 융합안'은 학생이 공통적이고 균형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이과 통합안으로 계열에 무관한 융복합 인재 양성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석학들 한결같이 "문과-이과 구분 없애야"

문·이과 구분 폐지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와 교육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교육계에서는 지난 2007년 제7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다는 입장이지만 수능에서는 여전히 문·이과가 구분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고교 교육이 수능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지금도 고교 2학년이 되면 문과와 이과로 학생들의 반이 갈리고 수업 내용도 달라진다.

이러한 문·이과 구분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융합형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에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문·이과로 나뉘어있는 교육시스템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실제 문·이과로 구분해 교육을 하고 대입시험까지 치르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 일부 아시아국가 뿐이다.  

창조경제의 전도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민화 KAIST 교수는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교육개혁이 창조경제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인문이 필요성을 제기하면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는 대통령이 제시한 창조경제의 기본적인 구조"라고 밝힌바 있다.

그는 또 "문·이과 중심의 문제풀이 교육이 효율성이 있었지만 이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는 국가전략의 대전환 입구에서 학문간 융합을 막고 창조성을 저해하는 문이과 구분을 그대로 둔다면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이과 통합론자로 널리 알려진 김영식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도 "우리 사회의 경직된 문·이과 구분이 학문의 균형발전을 가로막는다"며 "문이과 구분으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공부의 폭이 좁아지고 과학기술과 일반문화의 유리 상태를 심화시킨다"고 비판해왔다.

일찍부터 문·이과 구분 철폐를 주장해 온 신성철 DGIST 총장도 "문·이과 구분 정책은 융복합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에서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고 꼬집었으며, 이은우 UST 총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갈등과 소통부재의 뿌리에 문이과 구분이 있다"며 문·이과 구분 폐지를 주장했다.

정부 출연연 한 연구원도 "우리 세계는 인문과 자연으로 쪼갤 수 없는 것"이라며 "문이과의 구분은 숲을 잊고 나무만 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보고서'에도 고교 교과과정의 실질적인 문이과 통합을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필수교과목 외에 학생이 자유롭게 교과목을 편성하고 이수하는 통합교과를 제시, 이를 위한 중장기적 재정지원이 강화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정부가 현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의 하나로 이번 대입전형 개선안을 통해 문이과 통합에 대한 추진이 보다 구체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능 부담 등은 해결과제…"창조사회로 가기위한 진통으로 이해해야" 

하지만 문이과 통합에 대한 현저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현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입제안 발전안에 대해 의견이 극명히 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대입전형에 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 단기간에 추진될 문제가 못 된다는 것이다.

교육단체들은 "문이과 장벽을 없애 융합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의도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수능을 기초학력평가로 대체하지 않으면 완전 융합안은 학생들에게 되레 공부 부담만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능 문이과 통합에 따른 통합사회, 융합과학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문이과 통폐합 문제는 고교 교육에서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교육 정책이 또다시 단기간에 바뀜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문이과 통폐합을 찬성하는 이들은 융합적 사고가 강조되는 시대 흐름에 따라 문이과 구분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문이과를 구분한다는 것은 융복합 시대를 살아가는 현실에서 굉장히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며 "창조경제를 주장하는 현 정부에서야 말로 문이과 폐지를 이뤄 융복합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계 한 관계자도 "당장은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이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문이과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며 "학습이나 수능 부담은 우리 사회가 한단계 더 발전하고 창의적인 사회로 가기위한 진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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