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10월은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어 절정을 이루는 계절이다. 푸른 하늘과 맑고 상쾌한 바람, 그리고 나무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가을빛은 누구라도 마음 속 한 구석에 시인의 심성을 품게 한다.

10월이 되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노래 중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이 있다. 원래 이 곡은 '시크릿 가든'이라는 노르웨이 그룹이 '봄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 라는 이름으로 작곡한 연주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사를 붙여 가을노래로 바꾸어 놓았다.

노르웨이의 봄과 우리의 가을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 지는 아직 노르웨이의 봄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소박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가사와 함께 처음 이 곡을 부른 바리톤 김동규의 매력적인 음색이 어우러져 이제 이 노래는 특히 내 아내를 위시한 많은 여성들에게 10월이 되면 몇 번은 듣고 넘어가야 하는 명곡이 되었다.

개성과 가치관이 다른 수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적인 행복의 조건을 찾는 일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개성과 가치관이 다른 수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적인 행복의 조건을 찾는 일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중략)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나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바로 우리 삶에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바로 우리 삶에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복한 삶은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고 이를 다룬 책들도 수 없이 발간되고 있지만, 이러한 책들에서 말하는 결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방법들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쓴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은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200여 명의 사람들과 그 외의 비교 집단의 삶을 80여 년 동안 추적 조사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행복의 조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그 결론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뽑은 삶의 황혼기에 필요한 행복의 일곱 가지 조건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와 함께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그리고 '알맞은 체중'이었다. 어쩌면 개성과 가치관이 다른 수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적인 행복의 조건을 찾는 일 자체가 참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행복한 삶을 위한 징검다리에 쓰일 돌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징검다리에 쓰일 돌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10월은 직장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달이다. 왜나 하면 10월 초반에는 개천절과 한글날이라는 두 개의 징검다리 휴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하나의 현명한 방법이 바로 우리 삶에 이와 같이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삶이라는 시냇물 위에 작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들로 하루 혹은 며칠 단위의 디딤돌을 놓고 그 돌을 밟으며 천천히 가다 보면 소박한 행복으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이다.

징검다리에 쓰이는 돌들이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돌이듯이 행복한 삶을 위한 징검다리에 쓰일 돌 역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아침 산책을 하며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풀잎 위의 이슬을 보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 가벼운 점심을 함께 하며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누는 일일 수도 있으며, 적조했던 친구에게 안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뿐이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 보는 일,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아내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일, 자녀들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보내주는 일 등 생각해 보면 참으로 많다.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징검다리가 남에게도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더더욱 즐겁고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징검다리가 남에게도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더더욱 즐겁고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시냇물이 깊은 곳에는 징검다리를 만들기 위해 좀 큰 돌을 놓아야 하는 것처럼 조금 힘든 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조금은 비용과 노력이 더 필요한 삶의 목표를 실행해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 나의 힘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 마음 속에 미움으로 남아 있던 누군가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일 등등. 이렇게 함으로써 멀리 있는 큰 인생의 목표만 바라보고 매진하느라 매일 매일의 작은 기쁨과 행복을 놓치며 결국에는 그 곳까지 도달하기 전에 지쳐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징검다리가 남에게도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더더욱 즐겁고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오늘 나는 10월의 어느 멋진 아침에 만난 초가을 아침 햇살을 내 삶의 시냇물 위에 디딤돌로 놓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디딤돌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기쁨이 되어 누군가에게는 행복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햇살을 담은 사진을 찍는다.

오늘 나는 10월의 어느 멋진 아침에 만난 초가을 아침 햇살을 내 삶의 시냇물 위에 디딤돌로 놓기로 했다.
오늘 나는 10월의 어느 멋진 아침에 만난 초가을 아침 햇살을 내 삶의 시냇물 위에 디딤돌로 놓기로 했다.

행복/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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