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Strasbourg대) 교수

우리나라는 60년 전 세계에서 제일 못 사는 빈곤국가였다. 이제는 경제 규모 세계 15위로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랐고 다른 나라를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한국에 대해 북한의 위협이 있지만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보여준 문화 콘텐츠, 삼성(SAMSUNG), 현대(Hyundai), LG 등 대기업의 활약에 주목하며 대한민국을 인식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에서 방문 교수로 일하고 있는 필자한테 콧대 높은 프랑스 지식인들이 자주 묻는다. "What makes SAMSUNG such an innovative company in short time?" 무엇이 삼성을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만들었냐는 질문이다. 필자는 열심히 일하고 기술적으로는 빠른 개발과 지속적인 품질 향상, 식스시그마, 트리즈(TRIZ), 공급망 관리(SCM) 등 혁신적인 방법을 전사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답을 한다.  

프랑스인들의 관심과 질문이 자랑스럽지만 앞으로는 우리 중견 기업들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받아 봤으면 하는 바램이 많이 생긴다.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과 능력을 구축했지만, 자금이나 인력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은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들기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여 걱정이다. 또한 빈부의 격차, 세대간 격차 심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심화, 성장 동력의 둔화, 고급 일자리 부족 등이 사회 전반에 퍼진 상태다.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경제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정부지원과 국민들의 희생으로 몇몇 대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고 짧은 시간안에 압축성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열악해졌고, 중간에 허리가 되는 중견 기업이 적어지고 있고 또 어려워졌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가진 자연 자원은 보잘것 없고 자급자족이 안 되는 나라다. 우리가 수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99%에 이르는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수출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중소기업도 좁은 내수시장과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있는 수출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삼무 (三無)라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당장 한달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양질의 수출은 그림의 떡이다.
 
컨설팅 분야에서 '기관차 이론'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모든 차량들을 다 끌어 가려고 하지 말고 앞에 한 두 량의 기관차를 선도적으로 잘 가게 해서 뒤 다른 기관차들까지 따라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규모의 중소기업 중에서 중견 기업이 규모 등에서 중소기업을 끌어가는 선도 기관차가 될 수 있고 중소 기업 지원의 조기 효과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자체 노력과 함께 정부에서 해외 바이어를 찾아 주고, 홍보를 도와 주고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주는 단기 정책도 중요하다.

이런 수동적인 지원과 함께 수출하는 해외 시장, 고객, 제품 정보를 먼저 조사해서 현지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적기에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형 공급망(SCM) 관리와 지속적인 품질 안정을 통해서 세계적인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게 해야 한다.  저성장에 들어간 대한민국은 산업생태계 조성과 성장사다리 구축으로  중견 기업들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특허가 중요하다. 저가 수출에 의존하던 과거에는 반덤핑 등 가격 견제가 있었다면 이제는 애플사 처럼 경쟁하는 기업들이 특허, 브랜드의 견제를 막고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현지 특허를 우리 중견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면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즉 '작은 SAMSUNG'과 같은 중견기업이 될 수 있다.

요즘 창조경제라는 큰 담론과 슬로건이 유행이나 그 실체나 실행 방법이 분명치 않아서 추상적이며 좀 공허하다는 얘기가 많이 있다.  창조 경제의 구체적인 초기 실행 방법으로, IT와 과학기술, 대학들까지 중견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워 주고 실무적인 인재를 배출할 수 있게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제일 군소리가 없고 경제가 탄탄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 같은 나라는 세계적인 수백 개의 글로벌  강소 기업, 히든 챔피온 기업이 많은 독일이다. 그 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영국, 스위스, 북유럽 등에서도 강한 글로벌 중견 기업들을 꽤 본다.

수출 시장도 우리는 너무 중국과 미국, 최근 몇몇 신흥 발전국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소원해지고 있는 큰 시장이 유럽이다.  유럽과 FTA가 되었지만 오히려 무역량이 다소 줄고 있다고 한다.  남유럽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로 그들 나라의 재정 위기이다.  유럽의 많은 선진국의 국민 소득은 대부분 4만 달러 이상이고 인구도 8억 명이다. 디자인, 친환경 등 무형 가치에 대해서도 제 값을 좀 더 쳐 준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가 약해서 우리 나라가 강한 디지털 기기 수출에 큰 잠재 시장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유럽의 식민지였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우리가 관련 신흥 시장 국가 진출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유럽 국가들도 한국의 대기업부터 중견기업들까지 사업 파트너로 같이 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큰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데, 카피, 불법 거래 등으로 두려워하기도 한다.  한국이 동아시아 시장의 좋은 파트너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렵게 시작했던 인천 공항이 동아시아의 세계적인 허브 공항이 된 것처럼, 한국이 유럽 나라들의 동아시아 진출의 허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서 경제도 활성화되고 대학 교육의 내용도 보다 실용적으로 되고 글로벌 중견 기업에 양질의 일자리가 늘게 되면, 대기업과 공무원을 주로 쳐다 보는 청년들도 중소기업으로 많이 가는 일자리 선순환의 길이 생길 수 있다. 창조 경제의 구체적인 조기 실천 방안으로 중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R&D 역량을 빠른 시간에 높일 수 있는 방법에 우리의 지혜와 빠른 실천을 모아보자.

11월 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영국과 벨기에를 공식 방문한다. 정상 외교의 큰 성과와 함께 민간, 특히 중소 기업들의 유럽 교류와 수출의 실질적인 큰 결실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경원 교수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기계설계공학과 교수.  현재 프랑스 INSA (Institute National des Science Appliquees,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Strasbourg대학교 트리즈 (TRIZ) 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 후 방문학자, LG 전자 멀티연구소에서 팀장과 Wayne State 대학에서는 연구 교수로 활동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지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트리즈학회 전 총무이사로,  트리즈를 기반으로 한 개념 설계 방법, 기술 혁신, 신기술 창업과 유럽과의 산업 기술 교류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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