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가치소프트 대표 "세상위한 참된 가치 만들기 위해 창업"
가치 변질 막기위해 투자도 안받아…한국의 구글로 키울 것

가치소프트는 이름 그대로 소프트웨어(SW)기업. 그중에서도 우편분야 SW전문기업이다. 영상처리와 인공지능기술, 주소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우편주소 판독시스템, 우편자동접수 지원지스템, 개별우편 자동접수 지원 시스템 등 다양한 우편분야 제품과 카메라 영상 기반 바코드 인식엔진 등이 주요 사업 아이템이다. 우체국에서 사용되는 장비 대부분의 SW를 개발하는 회사로 해석해도 좋겠다.

이 회사는 2012년 1월에 창업해 이제 2년 남짓의 신생벤처. 하지만 김호연 대표는 국내 우편자동화를 앞당긴 '한글주소인식기술' 개발 주역으로 출발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김 대표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으로 우편물의 주소를 인식해 각각 구분하는 순로구분기의 인식모듈 개발에 성공하면서 사람이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업무효율을 16배나 높였다.

순로구분기는 전국 우체국에 200여대가 배포돼 있으며 최근에는 가치소프트에서 순로구분기의 SW를 업그레이드하는데 성공, 시장 중심의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하드웨어(HW)와 영상기술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벤처의 성장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풍의 향기가 빛으로 무르익어 가는 가을날 가치소프트를 찾았다. ETRI 내에 있는 이 회사의 직원은 김호연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전부. 규모는 작지만 고객과 세상을 위한 참된 가치를 만들고 창출한 가치를 모두와 나누겠다는 당찬 포부로 움직이고 있다.

김호연 대표는 "우편분야 전문기업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하드웨어(HW) 기업과 협력키로 했다"면서 "지금은 작은 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의 주력기술인 영상인식기술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임을 밝히며 지난 2년간의 시간을 소회했다.

◆전혀 사업가답지 않은 김호연 대표의 창업 선언, 모두가 "안된다"고 말려

김호연 대표
김호연 대표
"학위과정에 있을 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준비가 부족하고 현실적인 장애가 많아 적극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예비창업제도라는 제도를 보고 용기를 내 창업을 하겠노라고 선언하고 도전에 나섰습니다."

김호연 대표의 창업선언은 집안 모두에게 폭탄발언이었다. 평소 조용한 성품으로 연구원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던 그가 창업을 선언하니 아내는 물론 지인들까지 "사업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라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창업시작부터 난관을 만난 셈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것도 큰소리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기만 했던 그가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오래전부터 키워온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연구소 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하는 김 대표.

"연구원으로 평생을 마무리하면 먹고사는데는 문제가 없겠지요. 한번뿐인 인생을 안정속에 그대로 가둬두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구원은 스트레스도 있지만 사회적 혜택도 많이 받은 사람들입니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것.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다.  가족부터 설득에 나섰다.

"아내부터 설득했습니다. 휴직제도가 있으니 우선 그 제도를 이용해 창업을 하겠다고 했죠. 물론 창업을 했으니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창업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회사 구성원과 그 가족이 함께하는 것으로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시작이 아닙니다."

◆우편 실무자들의 요구있어 자연스럽게 시장 열려

김호연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의 요구다. 시스템의 변화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했지만 우편이라는 전문적인 특성 때문에 이를 맡아줄 마땅한 기업이 없었다.

가치소프트는 현재 우체국에서 사용되는 장비의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맡고 있다. 그중 우편주소 판독시스템은 우편영상으로 주소 및 우편번호를 자동으로 판독, 업무 시간을 대폭 줄였다. 한글주소 뿐만 아니라 새롭게 바뀐 전국의 지번, 건물번호까지 다양한 주소 판독이 가능하다. 주소 판독률도 90%, 우편번호 판독률은 95%이상에 이른다.

우편자동접수 지원 시스템은 ID 바코드가 부착된 우편물을 투입하면 바코드와 송수신 주소를 판독하고 접수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해 사람이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분당 30매를 처리하면서 쉽고 빠른 주소 입력시스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개별우편자동접수 지원시스템과 쉽고 빠른 주소입력시스템, 우편번호 및 주소검증기, 온라인 기표지 출력시스템도 가치소프트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하드웨어 장비제작에도 직접 나섰다.

김 대표는 "국내 우편 시장만으로는 시장이 제한적이다. 하드웨어 회사와 협력을 맺고 SW+HW를 통해 외국 시장 공략도 나설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내년 상반기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가치소프트의 보유 기술은 영상과 지능화 기술에 기반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상기반 보안관제 시스템 등 관련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치 변질 막기 위해 일부러 투자도 안받아, "한국의 구글로 키울 것"

김 대표를 포함해 가치소프트 구성원들이 SW에 HW를 접목해 제품화 하고 있는 판독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해 가치소프트 구성원들이 SW에 HW를 접목해 제품화 하고 있는 판독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평소 조용하기만 했던 김 대표가 창업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할 수 있었던데는 창업전부터 다진 기업가정신이 바탕이 됐다. 그가 회사명에 '가치'라는 단어를 넣은것도 기업가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 자아실현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시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창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는데 바로 사람입니다.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는 모토로 회사명에도 '가치'를 넣었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왜곡없이 실현하기 위해 일부러 투자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벤처로 인증을 받아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도 여럿 있었지만 그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기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투자를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자칫 투자자가 요구하는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일정궤도에 올라서고 점프업이 필요할 때가 되면 그때 투자를 받을 생각입니다."

이처럼 탄탄한 기업가정신과 기술로 창업했지만 흔들릴때도 있었노라고 고백하는 김 대표. 창업 후 10개월이 지날무렵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것인가'하는 자문자답에 빠지며 잠시 부담을 느끼기도 했단다. 물론 지금은 부담감에서 벗어났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우선 목표를 정확히 하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고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생각을 하니 어려움이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마인트컨트롤을 부담감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비결로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회사는 자유로운 연구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개발에 몰두하며 모두가 다니고 싶어 하는 곳. 미국 실리콘밸리내에 있는 구글같은 회사가 그가 생각하는 롤모델이다. 대부분의 많은 회사들이 막연하게 구글을 꿈꾼다.  김 대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한국의 구글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직장인 대부분 낮시간에는 일 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나 세상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세상이 필요로하는 기술도 알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직원들이 여러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근무형태와 복지 등을 다양하게 운영하며 직원들이 정말 근무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 것입니다."

아직은 신생벤처로 꿈을 실천에 옮기기에는 거리가 있지만 김 대표의 확고한 기업가정신과 경영철학이 한국의 구글 탄생이 멀지 않았음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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