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스코프시스템, 공초점 현미경 기술만으로 무작정 창업
산업계에서 나름 인정…"어려웠지만 보람과 사명감에 사업 지속"

전병선 대표가 나노스코프시스템에서 개발한 공초점 현미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병선 대표가 나노스코프시스템에서 개발한 공초점 현미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장조사·가격경쟁력·창업 경험 등 어느것 하나도 준비된게 없었다.

같은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KAIST 박사과정 5명이 2006년 공초점 현미경이라는 아이템 하나만 믿고 창업에 도전장을 냈다. 단지 아이템이 특별하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을 했다는 것.

공초점 현미경은 최근 반도체 부품과 재료의 3차원 미세 구조를 관측하는데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시장 폭은 여전히 좁은게 사실이다. 기존 시장은 독일과 일본의 제품이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어 신생벤처가 기술력만으로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장 창업포기를 선언하고 본래 연구자의 위치로 돌아와야 하겠지만 올해로 7년차를 맞은 나노스코프시스템 구성원의 창업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미국시장에서 데모 제품을 구입해가며 해외진출 물꼬까지 활짝 열려  대박행진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어느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전병선 대표는 "아마 시장조사를 했으면 창업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템이 괜찮으면 시장은 열릴것으로 생각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토로하며 "그렇지만 우리제품이 출시되면서 제품 가격이 낮아졌고 빠른서비스로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다. 주력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 기술 개발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로 마케팅, 회계까지 다 하며 힘들었다" 

나노스코프시스템은 공초점 현미경으로 기술력은 나름 인정받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사용범위가 넓지 않아 시장이 좁았고 그나마 기존 해외 제품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다행히 산업현장에서 가격경쟁력과 서비스로 조금씩 시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었다.  

창업멤버 5명 중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표직을 맡게 됐다는 전 대표. 시간이 흐르면서 창업에 참여했던 2명은 포기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3명은 여전히 건재하게 나노스코프시스템을 이끌고 있다.

"창업하고 후회를 진짜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제품 개발은 기본이고 대표를 맡았으니 마케팅, 회계까지 다 처리하느라 정말 힘들었죠. 지금이야 인력이 있지만 처음에는 엔지니어만으로 운영했거든요."

그는 어려웠던 시기를 헛헛한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에게 '힘들면 포기하지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버티고 있는냐'고 물었다.

전 대표는 "창업을 하니 되돌릴수는 없더라. 비교적 브랜드에 민감하지 않은 산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시장과 인지도를 조금씩 넓혀갔다"면서 "가격에서 경쟁력이 있었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보람이 많았다. 무엇보다 우리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이들에 대한 신뢰와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 회사문을 닫는게 쉽지 않았다"며 어려운 가운데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보람을 들었다.

나노스코프시스템 직원이 제품을 시험해보고 있다.
나노스코프시스템 직원이 제품을 시험해보고 있다.

◆해외 마케팅 기업이 기술력 알아보고 데모 제품 구입, 글로벌 시장 물꼬 

국내시장에서 시장을 조금씩 넓히며 현재 나노스코프시스템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회사가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였다. 국내판매 실적도 많지 않은 그들에게 해외 시장은 불가능하기만 해보였다.

지성이면 감천. 나노스코프시스템에 행운이 찾아들었다. 올해 3월 KAIST 이노베이션센터의 지원으로 미국 전시회에 참석했을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의 마케팅 기업이 나노스코프시스템의 제품을 데모제품으로 구입했다.

공초점 현미경은 고가의 제품으로 직접 구매를 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게 보통이다. 제품을 구입했다는 것은 기술력을 알아보고 그들이 본격 판매를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노스코프시스템으로서는 해외 시장 진출 파트너가 생긴 셈이다.

전 대표는 "해외 진출 물꼬가 열렸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과 중국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회사인데 이번 인연으로 중국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나노스코프시스템은 공초점 현미경 기술을 이용해 나노와 바이오 분야 현미경 개발에도 주력했다. 5년간의 연구끝에 올해 바이오 현미경을 출시했다. 벌써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데이터가 충분해 해외 진출에도 무리가 없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무모한 도전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보람과 사명감을 기업가정신의 모토로 삼은 이들의 행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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