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 : 한비야
출판사 : 푸른숲
'바람(wind)의 딸'로 한껏 주가를 올리던 한비야 씨가 어느 날 긴급구호 팀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들고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느냐'는 물음들을 뒤로 한 채 5년이 흘렀다. 이번 주 소개할 책 '

"아직까지 나를 세계 일주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 오지 여행가 한비야는 잊어주지 바란다. 이제 나는 긴급구호 요원으로 완전히 변신했기 때문이다."

'바람(wind)의 딸'로 한껏 주가를 올리던 한비야 씨가 어느 날 긴급구호 팀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을 들고 다시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세계 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느냐'는 물음들을 뒤로 한 채 5년이 흘렀다.

이번 주 소개할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이렇듯 그녀가 지난 5년간 밟아온 세계 긴급구호의 현장 보고서이자, 자유롭고 거침없이 사는 우리 인생의 새로운 역할 모델 한비야의 삶의 보고서이다.

그 동안 그녀는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서 신고식을 치른 후 아프리카 말라위, 잠비아를 거쳐 이라크,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네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을 거쳐 북한에서 활동했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때는 '지옥같은' 쓰나미 피해지역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그녀에게 국제 구호 활동은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인 모양이다.

한비야 씨가 이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동안 '오지여행가'로 알려진 그녀의 얘기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그녀 특유의 따뜻함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세상은 더 이상 먹고 먹히는 정글의 법칙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고 피를 끓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뻐근한 일인지 온몸으로 보여준다.

세계 곳곳을 누비고, 사람들의 삶 깊숙한 곳을 살펴보는 그녀의 따뜻한 눈은 그대로이지만 그가 들여다보고 있는 곳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아니고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다.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땅과 끝없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삶이다.

이 책을 통해 그녀는 지난 5년간 밟아온 '구호활동가'로서의 삶을 돌아본다. '훈련병'이 돼 구호활동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호된 신고식과 겨우 초보 딱지를 뗀 뒤에 자신만의 영역을 맡아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 마침내 피교육자에서 교육자로 거듭나기까지 그녀가 겪은 체험을 생생히 적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울고 웃고 화나고 무섭고 안타까운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몸은 힘들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은 몸에 달려 있지 않았다.

비록 간접체험이지만 한비야 씨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이것이 한비야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자 능력일 것이다.

다시금 '바람(hope)의 딸, 세계의 딸'로 우뚝 선, 자아가 한층 더 팽창된 그녀의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에너지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거저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 본문 중에서-

한비야 지음/ 푸른숲 / 306쪽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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