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초콜릿이 있는 섬

 

▲ 과학나눔을 위해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 있는 외연초등학교에 다녀왔다. 행사가 있기 전날 오후 동료들과 함께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난생 처음 가보는 외딴섬 외연도로 향했다. ⓒ2013 HelloDD.com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육지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섬. 충남 보령시 대천항으로부터 약 53 km, 면적 0.52 km2, 160여 가구 550여명이 살고 있는 외딴섬. 대천항에서 배로 2시간 20여분을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섬. 평상시 짙은 해무에 쌓여 있어 연기에 가린 듯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신비의 섬. CNN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아름다운 섬 중의 하나로 가보고 싶은 섬 외연도. 그곳에는 외연도의 유일한 학교인 외연도초등학교가 있다.

지난 6월 말 과학나눔을 하기 위해 충남 보령시 외연도에 있는 외연초등학교에 다녀왔다. 행사가 있기 전날 오후 동료들과 함께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난생 처음 가보는 외딴섬 외연도로 향했다. 장마철인데도 다행히 날씨가 좋고 바람이 강하지 않아 바다는 잔잔했다. 대천항을 출발한 배가 수평선을 향해 한참을 달리자 수평선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은 희뿌연 해무에 쌓여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하였다.

 

▲ 대천항을 출발한 배가 수평선을 향해 한참을 달리자 수평선 위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은 희뿌연 해무에 쌓여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하였다. ⓒ2013 HelloDD.com

중간에 녹도와 호도를 들린 배는 2시간 20여분 만에 드디어 목적지 외연도에 가까이 다가갔다. 날씨가 좋은 오후여서인지 섬은 다행히 안개에 가려져 있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제법 큰 섬이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줄 기념품과 학생들과 함께 만들 공작물 등 제법 무거운 짐을 들고 부두에 내려 숙소로 향했다.

부두에서 가까이 위치한 숙소는 마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여관으로 식당이 함께 있어 편리하였다. 짐을 풀고 우선 초등학교에 가는 길도 익힐 겸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마을 곳곳에는 담장에 물고기며 나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마을을 밝게 만들어 주었다.

 

▲ 마을 곳곳에는 담장에 물고기며 나무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마을을 밝게 만들어 주었다. ⓒ2013 HelloDD.com

학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상록수림 바로 옆에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 1943년에 분교로 개교한 후 1966년에 독립된 초등학교로 승격되었는데, 건물은 비교적 최근에 다시 개축한 것으로 보였다. 2013년 현재 3학급으로 편성하여 17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에 보이는 섬 풍경은 정말 신비하였다. 푸르스름한 새벽빛과 짙은 해무에 감싸여 희미하게 보이는 듯 하다가는 사라지고 또 다시 살며시 모습을 들어내는 섬들을 보면서 왜 이 섬을 신비의 섬으로 부르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다음날 새벽에 보이는 섬 풍경은 정말 신비하였다. ⓒ2013 HelloDD.com

점심식사를 마치고 선생님의 안내로 과학교실에 들어가 수업 준비를 하였는데, 아직 수업시간이 되기도 전에 학생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무슨 수업을 할지 자못 궁금해 하였다. 이날 준비한 강연의 제목은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였다. 늘 바다를 보며 살고 있는 섬 아이들에게 익숙한 주제를 가지고 그 속에 있는 과학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선정한 주제였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원래 학생 수는 13명이지만 그 중 3명은 육지에 나가 이날은 10명만 참석하여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미리 입수한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각자의 이름을 화면에 차례차례 보여주자 아이들은 자기 사진이 비춰질 때 마다 환성을 지르며 좋아하였다. 처음 만난 아이들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밝고 즐겁게 질문에 답을 하고 수업에 참여해 주었다.

 

▲ 외연도초등학교는 원래 1943년에 분교로 개교한 후 1966년에 독립된 초등학교로 승격되었는데, 건물은 비교적 최근에 다시 개축한 것으로 보였다. 2013년 현재 3학급으로 편성하여 17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2013 HelloDD.com

외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해발 279 m의 봉화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수평선까지의 거리는 얼마일까?”라는 질문에 정확한 숫자는 말하지 못해도 “맑은 날에는 보령시 화력발전소가 보인다”고 답하였다.

실제로 보통사람들이 이 높이에서 볼 수 있는 수평선까지의 최대거리는 대략 65 km인데, 대천항에서 외연도까지의 직선 거리는 53 km이므로 이 정도가 가장 멀리 보이는 건물일 것이다. 비슷한 질문을 도시의 학생들에게 해보았지만 대체로 거리를 가늠하지 못했었는데 이 아이들은 수평선을 늘 바라보고 살아서인지 우리가 볼 수 있는 한계를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이밖에 배의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 등의 이야기로 수업을 마무리 했다. 배의 속도 단위인 “노트”에 관한 이야기와 여러 종류의 배의 빠르기에 대한 퀴즈를 할 때엔 아이들의 반응이 훨씬 적극적이 되었다.

 

▲ 3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원래 학생 수는 13명이지만 그 중 3명은 육지에 나가 이날은 10명만 참석하여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2013 HelloDD.com

수업을 마치고 팬푸르트 만들기를 하였다. 나는 가장 어린 3학년 여학생이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책상 위에 있던 미니 초콜릿바를 나에게 조금은 수줍어하면서 내미는 것이었다. 사실 이 초콜릿바는 조금 전에 다른 아이가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가끔 저혈당증세로 어지러움을 느끼곤 하여 주머니에 항상 포도당 사탕을 넣고 다니는데, 이날도 강의를 마치고 저혈당 증세가 조금 나타나고 있었던 차라 그 아이가 준 초콜릿바를 돌아서서 바로 먹었다. 날씨도 좀 덥고 그 아이가 손으로 붙잡고 있어서 초콜릿바는 좀 녹아있었지만 오히려 그 아이의 예쁜 마음이 느껴졌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맛있게 잘 먹었노라고 인사를 하자 나를 바라보며 “벌써 드셨어요?” 하며 밝게 웃던 그 아이의 따뜻하고 예쁜 마음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날 그 아이가 준 초콜릿은 이제까지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달콤한 초콜릿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과학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이들은 나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정 나눔이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나는 아이들에게 과학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아이들은 나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진정 나눔이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13 HelloDD.com

수업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여 배를 타러 부두에 나갔다. 작은 부두이지만 배가 들어올 때면 제법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까 수업에 들어왔던 두 아이들을 만났다. 아마 육지에 나갔다 들어오는 가족을 마중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아이 중에 나에게 초콜릿을 주었던 아이도 있었다. 반가워 인사를 하자 그 아이는 우리들에게 “방학 때 또 오세요”라고 아쉬운 듯 말했다. 서해의 외딴섬 외연도로 다녀온 이번 과학나눔은 정말 따뜻한 마음 나눔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 아이들은 우리들에게 “방학 때 또 오세요”라고 아쉬운 듯 말했다. 서해의 외딴섬 외연도로 다녀온 이번 과학나눔은 정말 따뜻한 마음 나눔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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