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권총이 세종때 처음 만들어 진 것을 아시나요?

세종실록 77권, 19년(1437년) 6월 27일자 기록에 보면 세종대왕이 평안도 절제사에게 이르기를 "군기감에서 만든 세총통(細銃筒)을 시험해보니 갖고 다니기와 쏘기에 모두 편리하였다. 비록 정탐꾼이 쓰기에는 적당하지 못할지라도 적과 서로 마주하여 싸울 적에 말(馬)] 위에서 많이 가지고 각자가 쏘면 매우 편리하고 유익하며, 위급할 때에는 어린이와 여자라도 가지고 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세총통 150개와 피령전(皮翎箭) 1000개, 철전(鐵箭) 1500개를 보내니, 마땅한 대로 쓰고, 피령전은 모방하여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세총통은 위급할 때에는 어린이와 부녀자도 쏠 수 있기 때문에…'라는 기록에서 보듯이 세종 19년인 1437년 군기감에서 개발한 세총통은 어린이와 여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총인 셈이다.

세총통(細銃筒)은 청동으로 만든 길이 14cm, 외경 14mm, 총구 8.4mm, 무게 130g의 아주 작은 총이다. 개발 초기에는 가죽 날개를 붙인 피령전과 철로 만든 날개를 붙인 철전을 사용하였는데 세종 말엽에는 길이 22cm의 가느다란 대나무 화살인 세전(細箭)을 1발 장전하고 발사하였다.

세총통은 손으로 쥐고 발사하기에는 너무 작다. 또한 청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발사하고 나면 곧 뜨거워지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철흠자(鐵欠子)라는 이름의 집개를 철로 만들어서 세총통의 중간 부분을 집어서 사용하였다.

철흠자는 2개의 S자형태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가지는 길이가 20cm, 큰 가지는 길이가 34cm이다. 작은 가지와 큰 가지의 위 끝에서부터 3.5cm 떨어진 지점에 구멍을 뚫고 철못으로 고정시켜 연탄 집개처럼 자루부분을 벌리면 위의 총통을 잡는 부분도 벌어지고 자루부분을 오므리면 윗부분도 좁아져서 총통을 꽉 잡도록 과학적으로 되어있다.

철흠자의 윗부분으로 세총통의 격목통부분을 집은 후 작은 가지의 아래 끝을 긴 가지의 중간부분에 걸어서 세총통이 철흠자로부터 떨어지지 않게 설계되어있다.

발사과정은 조금 복잡하다. 우선 세총통의 약통에 점화선을 끼우고 총구로 화약을 넣은 후 격목을 넣고 쇠망치인 철추(鐵椎)로 다진다. 그리고 그 위에 세전을 1개 넣는다. 장전이 끝나면 첨흠자로 세총통의 격목통 부분을 잡는다.

적이 나타나면 한 손으로 세총통이 장착된 철흠자를 쥐고 점화선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두 손으로 철흠자를 쥐고 세총통의 총구를 적에게 겨냥하면 잠시 후 점화선이 타들어가서 약통속의 화약을 폭발시키면 격목과 함께 세전이 발사된다. 세종 27년 3월 30일 기록에는 세총통의 사정거리가 500보로 수백m인 것으로 되어있다.

현재 유물은 보물 854호로 지정된 세총통이 1점 육군박물관에 남아있다. 그러나 철흠자는 유물이 없다. 다만 필자가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행주산성의 화약무기를 복원하면서 국조오례서례 병기도설의 기록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 행주산성 유물기념관과 전쟁기념관 등 몇 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세종때 북방의 여진족을 무찌르기 위해서 개발한 세총통은 철흠자라는 철집개로 집어서 말 위에서 사용 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인데, 위급할 때에는 여성이나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었던 가볍고 성능 좋은 세계 최초의 권총인 것이다. 세종대왕때 개발 되었던 우리의 독창적인 화약무기인 세총통을 비롯해서 신기전 등 20여종의 전통화약무기를 살펴보면 우리민족의 뛰어난 과학기술 창의력을 잘 볼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 설립 40주년을 맞이하여 되돌아보면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뛰어난 손재주와 과학기술 창의력을 갖고 있었던 것 같고 이러한 우수한 바탕에 뛰어난 리더를 만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창조경제의 성공과 미래의 과학강국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우수한 과학기술DNA를 어떻게 빨리 찾아내고 발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 된다.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
채연석 전 항우연 원장.
채연석 박사는 2005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수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에는 연구원에서 전문연구위원으로 UST 교수로 활동 중 입니다. 로켓 박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며, 2005년 KSR-Ⅲ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우주소년단 부총재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채 박사는 '채연석의 로켓과 우주개발'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우주시대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글로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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