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있었던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여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와인랜드(David J. Wineland) 박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와인랜드 박사의 강연은 자신이 노벨물리학상을 받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개인적인 성장과정과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 대공황기를 살았던 그의 부모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신 분들이었으며, 수학과목의 중요성을 알려주었으며, 그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쇼크의 시기에 그는 어린시절 비행기 조립에 관심을 가졌으며, 고등학교때는 자동차를 분해하고 개조하는 일을 좋아하였다. 고등학교 첫 물리 수업시간에 그는 물리적 현상들을 비교적 간단한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후 UC Davis를 거쳐 버클리 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었는데, 이곳 물리과 교수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워싱턴 대학을 거쳐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근무하면서 지금까지 원자시계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물론 와인랜드 박사 자신의 역량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주변의 환경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버클리대학, 하버드대학, 워싱턴 대학의 교수들이 와인랜드 박사를 양성하였다는 점이다. 우수한 인력은 결국 우수한 교수진이 양성해낸다는 기본적인 사실이 한번 더 입증되는 부분이다.

1975년부터 NIST에 근무하면서 연구팀의 일원으로 노벨상에 연관된 핵심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이곳의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과 우수한 연구팀, 그리고, 팀원들을 이끄는 팀리더의 역량에 대해서도 와인랜드 박사는 여러 차례 언급하였다.

기초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이야 그동안 여러 곳에서 언급되어 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우수한 연구팀을 구성하고, 이들간의 협력과 공동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다. 또한, 그룹 리더의 중요성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그가 경험한 그룹 리더들은 팀원들의 결정을 믿어주었으며, 연구를 위한 중요한 결정들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하였다고 한다. 결국 하나의 노벨상은 개인의 역량, 우수한 교육자, 기초기술분야의 장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연구소, 우수한 연구팀, 자유로운 연구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 들이 함께 만들어진 것이라고 와인랜드 박사는 말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형 창조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점을 굳이 오세정 기초과학원장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다.

이와 함께 필요한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내대학과 연구소들의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기초연구와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대규모의 예산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에 우수한 인력들이 모일 수 있도록 경제적, 제도적 지원을 파격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와인랜드 박사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수한 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정책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정책입안자들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새로운 정책으로 무작정 기존의 판을 갈아 엎는다면, 연구의 연속성이 깨지고, 연구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뚝심 있는 정책이 20년 이상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어느덧 12월이 되고, 대덕넷의 과학정책 코너를 연재한지 일년이 되었다. 대덕연구단지의 구성원으로서 연구단지 내부의 소리를 듣고, 과학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만큼 많은 소리를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짧은 듯하지만, 이제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대덕넷에도 정책코너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바톤을 넘겨주려고 한다. 몇번 안되는 글이지만, 일부라도 공감을 얻었다면 그것에 만족하고자 한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이 코너를 읽어준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형신 교수
김형신 교수
김형신교수는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써레이 대학에서 위성통신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 2호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귀국하여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인공위성프로젝트에 10여년간 참여해오면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계약직 연구원으로 장기간 근무하기도 하였으며, 학위후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스마트폰등의 모바일 기기와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의 성능분석, 저전력 최적화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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