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을 혐오하는 이라고 할지라도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감미로운 선율의 도입부를 가진 영국 록밴드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은 세대를 뛰어 넘어 듣는 이들에게 몽환적인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미국 록밴드 Eagles의 'Hotel California'와 함께 세계 록음악을 대표하는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의 가냘프고 느린 연주에 이어 레코더(구식 플륫)가 뒤따르다가 도입부와 크게 대비되는 일렉트릭 기타의 화음 연주로써 장엄함을 연출한다. 이어서 드럼이 더해지며 빠른 템포의 하드록이 세상을 뒤집어놓을 듯 울려댄다. 후반부에는 지쳐버린 듯한 목소리로 싱어가 'She's buying a stairway to heaven~~' 이라는 가사를 느려터지게 이으며 일반 록계열의 곡보다 훨씬 긴 8분이 넘는 연주를 끝맺는다.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설명이 가능한 완벽한 구성을 이룬 이곡은 전세계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버전을 탄생시켰다. 록음악으로서의 변형은 말할 것도 없고, 피아노곡이나 심포니로의 편곡은 오리지널이 록이 아니라 본격적인 음악이 아니었나할 정도로 고품격의 연주를 가능케 한다.  특히 그레고리안 버전은 이 곡을 교회음악의 범주에 넣는 것도 허용될 만한 신비감을 더한다. 

1971년말 처음 발표된 이래 이곡의 무수한 편곡을 침묵케 하는 압권은 국악으로 연주된 것이리라. 수년전 KBS 국악관현악단이 국악연주그룹 여울과 함께 낙산사에서 연주한 'Stairway to Heaven'은 퓨전 음악의 정수라고 할만하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기타를 가야금으로 대체하고 레코더를 대금으로 가름하며 웅장하거나 빠른 템포부분에서는 해금과 피리가 더해지는 이 연주는 한때 YouTube에 올라와 있었는데 댓글에서 외국인들의 놀라움과 탄성이 줄을 이었었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악기 이외의 것으로 연주된 사례는 YouTube에 등록된 것으로만 판단하면 우리나라의 것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은 지난 60년간 전세계 프라이드치킨의 대명사가 되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요즘 이 업종에도 지각변동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만든 프라이드치킨이 KFC의 부동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늘과 간장을 양념으로 사용한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외국인들에게도 중독성 있는 맛깔스러움을 주어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전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KFC가 Korean fried chicken의 약어가 되었다는 신문보도도 있었다. 바로 융합의 또 다른 원리는 현재의 것을 전통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탄생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지(韓紙)는 1500여년전 중국의 제지기술을 도입하여 발전되었으나 고대부터 중국제품보다 우수하여 역대 중국왕조가 요구하는 대표적인 조공품 중의 하나였다. 서책류의 제작에 쓰이는 것이 기본이나 각종 공예의 재료가 되었으며 조선시대 세종조에 세계최초로 발명된 로켓병기라고 할 수 있는 신기전(神機箭)을 가능케 한 것도 가볍고 질긴 한지의 우수성을 활용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한지는 오히려 신소재로서 주목받고 있다. 한지로 만든 각종 판넬은 기존의 소재에 비해 가벼우며, 탁월한 흡습성으로 인해 더 넓은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자제품 소자의 매질로서 실리콘 대신 종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우리 생활에서 쓰이는 다양한 기구들이 전자제품으로 대체되면서 휘는 디자인을 가능케 하여 사용 편이성을 높이고, 사용 후 친환경적으로 폐기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종이를 단순 수동매질이 아닌 실리콘과 같은 능동매질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종이로 다양한 고기능 소자를 구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자제작용으로 한지가 쓰일 때 기존의 종이보다 우수함을 입증코자 하는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바야흐로 전통방식에 의한 첨단기술의 재해석이 융합과학의 새로운 전형을 이루고 있다.  한지가 IT 천국을 향한 stairway가 되고 있다. 

융합과학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접목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유장렬 박사는 서로 별개라고 여겨지는 다양한 분야가 모여 합목적인 새로운 성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장렬, 융합과학의 첫걸음'을 통해 연구자들의 고민을 파헤쳐보고 실현가능한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볼 예정입니다.

유장렬 박사는 서울대 식물학 학사, 캘리포니아주립대 생물학 석사을 거쳐 미시간주립대에서 농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85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근무중이며 한국식물생명공학회 회장, 한국생물정보시스템생물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SCI 등 주요학술지에 128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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