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서 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장…면역 미생물 공생연구 주력
"한국 과학수준 높아졌지만 면역분야는 미개척…박토를 옥토로 만들터"

찰스서 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장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시험과제 등의 진행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찰스서 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장이 자신의 실험실에서 시험과제 등의 진행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땅콩을 예로 듭시다. 어떤 사람들은 땅콩을 먹으면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요. 이는 체내에 들어온 땅콩의 어떤 성분이 몸 속 미생물과 결합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면역체계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죠. 현재 세계에서 우리만이 유일하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6일 오후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서 찰스서(Charles Surh. 한국명 서동철) 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장을 만났다. 서 단장은 '세계 면역학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첫 한국인 정교수이자, 체내 면역체계의 핵심인 T세포의 탄생부터 성장, 소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규명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2012년 5월 IBS 연구단장에 선정됐다.

찰스서 단장은 연구과제를 묻는 질문에 "면역체계는 외부 유해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기능과 체내 공생미생물과 상호작용을 담당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면역연구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기능에 국한됐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면역 미생물 공생연구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재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또 하나. 어류와 양서류, 조류, 파충류, 포유류 이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이런 미생물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인체 역시 1만 종이 넘는 미생물이 체내에 서식하고 있으며, 세포수로 따지면 인간 세포보다 10배 많고, 유전자 복잡성도 체세포보다 100배 이상 다양하다.

때문에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단순히 체세포 활동에 의한 것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이는 서양에서 비만과 마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교환했더니, 체질이 변했다는 연구 결과 등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체내 미생물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졌고 '제2게놈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이유기도 하다. 제2게놈프로젝트는 우리 몸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것이다.

◆"후천성 알러지 등은 자가면역체계 이상 때문"

서 단장은 "제2게놈프로젝트는 신체 내부에 공생하는 미생물의 영향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인체의 건강과 질병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이 단순히 공생 미생물만은 아니다"라며 영양분 및 내·외부 미생물과 면역체계와의 연관성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찰스서 IBS 면연미생물공생연구단장이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찰스서 IBS 면연미생물공생연구단장이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기와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박테리아와 미생물, 영양분이 체내 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면역체계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것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영양소 등은 배출하며, 해로운 병원균과 바이러스는 공격해 제거한다. 즉 음식물 알러지 같은, 특히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체내 미생물과 면역기능의 오작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은 면역체계의 핵심인 T세포의 생애주기에 대한 연구 이후 체내 미생물과의 연관관계를 고민하면서 비롯됐다. 거기에 영양분과 공기 등 외부 환경 요인으로까지 의문이 커지면서 나온 결과다. 특히 과거에는 회충 등 기생충은 물론 천연두, 홍역, 소아마비 등이 많았지만, 요즘은 아토피질환을 비롯해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소위 성인병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서 단장은 "면역체계는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진화의 일종"이라고 규정하고 "영양분과 내·외부 미생물에 대한 면역체계 작동 기전 연구는 인류의 건강한 삶과 자가면역질환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면역연구는 인체 지식 백화점…박토를 옥토로"

사실 서 단장의 연구는 IBS연구단 선정 이전부터 진행됐다. 5년 전 포스텍이 WCU(World Class Universe)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스크립스에서 할 수 없는 연구를 해 달라"고 초청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무균쥐(Germ-free mice)와 무항원쥐(Antigen-free mice)를 이용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면역체계 연구는 인체 생리학, 세포, 면역학 등 광범위하기 때문에 보다 큰 연구조직이 필요했고, 지난해 IBS연구단에 지원한 것.

서 단장은 "한국의 과학수준이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면역 부분은 새로운 필드에 해당한다.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면역체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관한 모든 지식이 총집결돼야 한다. 과학자로서도 힘든 분야지만, 운영이 확실히 뒷받침 돼야 연구가 가능한 분야"라고 지원이유를 밝혔다.

서 단장은 연구단장 선정 이후 1996년 세포 면역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던 피터 도허티 호주 멜버른대 교수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IBS 설립취지에 대해 "사실 연구 환경은 미국이 더 낫다. 그러나 IBS의 지원은 어떤 연구도 가능할 만큼 훌륭하다"면서 "20년 전이면 안왔겠지만, 지금은 미국 등과 소통에 문제가 없다. 덕분에 아직 한국에서 박토인 부분을 옥토로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연구단장에 선정된 지는 1년 반이 지났지만, 연구단 구성은 더디다. 국내 시니어 연구자 1명을 그룹리더로 뽑았고, 일본과 호주에서 활동하던 한국 과학자와 미국 등 외국 과학자를 신진연구진으로 합류시켰다.

서 단장은 "그룹리더는 상호 공동연구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물로 뽑고자 한다. 너무 서둘지 않으면서 한국 과학자와 외국 과학자를 적당히 맞출 생각"이라면서도 "무항원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4개 프로젝트에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내년 초에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인데, 기대이상으로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연구장비 개발, 과학기초 다지는 첨병"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연구실을 함께 둘러봤다. 비전공자가 설명만으로 전문지식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만큼, 오픈된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것을 소개하며 이해를 더해주려는 배려로 느껴졌다.

서 단장은 한 연구장비 앞에서 "초 당 1만6000개의 세포를 연구자 요구에 맞춰 분리해주는 장비로 40여 년 전 교수가 연구에 필요해 고안한 뒤 기술자들을 동원해 만든 것이다. 이 장비 하나가 7∼8억"이라며 "과학자들이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고안하고 만드는 것도 한국 과학기술의 기초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포스텍 내에 설치된 IBS 미생물공생면역연구단 실험실. 무항원쥐 배양시설로 세계적 희귀시설이다.
포스텍 내에 설치된 IBS 미생물공생면역연구단 실험실. 무항원쥐 배양시설로 세계적 희귀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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