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알피노 대표, 창업과 동시에 목록작성 "책읽으며 위기 극복"
능동광케이블 내장 '광트랜시버칩'으로 더 빠른 세상 앞당긴다

이영재 대표는 창업과 동시에 읽을 책 목록을 선정했다.
이영재 대표는 창업과 동시에 읽을 책 목록을 선정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단순하게 살아라' '아웃라이어'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등.

창업과 동시에 챙긴 책목록 중 일부다. 그의 책상위에는 도서목록이 적힌 A4용지가 중앙에 위치해 있다. 도서목록은 지속적으로 추가된다.

매주 한권 이상의 책을 읽어내며 경영의 묘수를 발굴하고 경영근력을 키우고 있다는 이영재 알피노 대표. 그가 최근 읽고 있는 책은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이다. 아침과 저녁 잠깐씩 꼭 책 읽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다고 그가 원래 독서광은 아니었다. 2012년 1월 창업과 동시에 새롭게 만든 습관이다. 창업초기 기업은 강조해 말하지 않아도 고난의 길이며 그 중심에 있는 CEO는 가장 외롭고 긴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생각에 독서를 해답의 길로 선택했다.

알피노는 올해 창업 3년차에 들어선다. 창업현장에서는 3년차는 신생기업의 생사가 갈리는 시간이라고도 이른다. 알피노도 예외는 아니다.

이영재 대표는 "창업 첫 해는 정신이 없었다. 2년째를 지나 3년째에 들어서는데 과제도 기간이 마무리돼가고 있어 크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책을 읽으며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가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며 조용하지만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창업 3개월만에 바꾼 창업아이템은 '광트랜시버칩' 

알피노의 창업아이템은 능동광케이블에 들어가는 광트랜시버 칩.

영화나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려면 디스플레이, 영상·음향 출력기기, 재생기기를 비롯해 이를 잇는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이중 인터페이스의 품질에 따라 화질이나 음질이 결정되므로 한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보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기술 업그레이드도 빠르게 요구되고 있다.

알피노가 개발한 광트랜시버칩 기술은 기존 구리케이블의 속도와 거리 제한 단점을 극복한 고화질의 높은 대역폭으로 신호를 멀리 전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DisplayPort 케이블을 대체하는 것으로 시장규모는 매우 크다.

그러나 시장은 구리케이블이 광케이블로 바뀌는 시기에 의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기는 유동적이다.

외국에서는 광케이블 제품이 조금씩 선보이고 있으나 단가가 높은 편이다. 알피노는 시모스(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공정을 이용해 성능이 뛰어난 칩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업체와 협력해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아직 알피노의 제품이 시장에서 적극 수용될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조금씩 생성되고 있어 향후 시장성은 고무적"이라고 소개했다.

◆안정적인 길 대신 꼭 해보고 싶었던 '창업' 선택

이 대표(사진 오른쪽) 직원들과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대표(사진 오른쪽) 직원들과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영재 대표의 창업 동기는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단순하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상용화 해보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기술만 믿고 창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민간연구소 반도체 분야에서 근무하다 2004년 ETRI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표는 "민간연구소는 변화와 부침이 심한데 정부출연연은 변화가 많지 않았다. 연구소에 그냥 있으면 생활은 안정적이겠지만 이전부터 고민하던 기술상용화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두가지다. 경제적인 부분와 올바른 선택일까하는 고민이 뒷따랐다.

그는 RF관련 과제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광케이블 분야를 창업 아이템으로 놓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그리고 창업 아이템을 과감히 바꿨다. 창업 초기 그는 RF 트랜시버를 아이템으로 잡고 있었으나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칩을 미래 먹거리로 확정한 것.

이 대표는 "미국 등에서는 구리케이블대신 광케이블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들어가는 칩을 개발하는 것인데 이전에 광통신칩은 있었으나 광케이블칩은 아직 개발한 회사가 없다"면서 "광케이블칩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성능을 내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와 광 분야 양쪽 지식을 다 갖고 있어 아이템으로 정할 수 있었다. 케이블종류에 따른 칩을 선보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알피노는 앞으로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두고 있다. 우선 시장이 열리는대로 능동광케이블용 광트랜시버 칩을 글로벌 기업에 판매하고 세계적으로 신용도를 쌓으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과제를 수주하고 우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는 장기계획을 구체적인 실행에 옮기는 원년으로 어느해보다 기대가 된다.

이 대표는 "창업이후 경영 마인드나 기업철학은 책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다. 또 책을 읽으면서 선배들의 조언도 더 귀담아 듣게 됐다"며 책을 통한 자신의 변화를 언급했다. 또 창업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창업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창업은 시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항상 시장을 보는 눈을 갖고 있으면서 돈의 흐름에도 관심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술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충분한 준비를 한 뒤에 창업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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