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I는 'H5N8형'…사망자 발생시킨 H5N1형과는 달라
전문가들 "바이러스 일단 퍼지면 대책없어" 선제적 대응 강조

국내에서 또다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AI에 대한 공포감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3년 만에 반복된 AI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AI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AI는 조류가 걸리는 전염성 호흡기 질병을 말한다.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 것이 특징인데, 닭·오리·칠면조 등 조류에 주로 발생한다. 오리는 감염되더라도 임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원인체는 바이러스로,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 등으로 나뉜다. 고병원성은 폐사율이 75% 이상이며, 약병원성은 75% 미만의 폐사에 세포변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비병원성은 세포변성이 있거나 HA 염기서열이 고병원성 바이러스 특성일 때를 일컫는다.

AI에 걸리면 사료섭취량이 감소하고, 산란율이 저하, 전파율과 폐사율이 아주 높다.

AI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3~14일 정도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으로는 안전기간 포함 21일이다. 잠복기로 인해 농가에서는 AI를 초기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며, AI 증세를 파악해 관계 당국에 신고했을 때는 이미 증세가 악화된 상태라 피해가 적지 않다.

또 혈청형이 다양한 것이 특징으로 144종류로 분류(H1~H16, N1~N9), 혈청형은 두 종류의 단백질(HA, NA)에 의해 분류되며 현재까지 HA는 16종류, NA는 9종류가 보고되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우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국가들이 살처분하고 있으며, 발생국가에서는 양계산물을 수출할 수가 없다.

◆AI는 어떻게 전파되나? 사람도 감염되나?

가창오리 이동경로.(2013~2014)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가창오리 이동경로.(2013~2014) <자료=농림축산식품부 제공>
AI는 주로 감염된 철새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또 중국, 동남아 등 고병원성 발생국으로부터 오염된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등에 의해 유입되거나 해외방문자 등 사람에 의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가금사육 농장 내에서나 농장 간에는 주로 오염된 먼지, 물, 분변, 사람의 의복, 신발, 차량, 장비, 달걀껍데기 등에 묻어서 전파된다.

AI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는 닭·오리에서 장기간 순환 감염을 하다가 인체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로 변이될 때 전이될 수 있다. 또 사람이 고농도의 변이 바이러스에 직접 접촉할 경우도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감염환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감염환자 대부분은 감염된 닭·오리 도축 작업에 직접 관여했거나, 감염된 닭을 취급하는 등 직접 접촉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감염된 가금류와 빈번히 접촉하지 않는 사람에게 전파되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우리나라 야생조류(철새)와 닭·오리 등 가금류를 대상으로 연중 상시방역을 실시하는 데다, AI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살처분 조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4차례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2003년 10개 시·군에서 19건, 2006년 5개 시·군에서 7건, 2008년 19개 시·군에서 33건, 2010년 25개 시·군에서 53건 등이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AI는 'H5N8형'으로 기존에 발생한 'H5N1형'과는 다른 바이러스다.

AI가 유행할 때마다 우려하는 부분은 인체 감염 여부와 사람 간 감염 가능성으로 이번 H5N8형에 대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없음을 강조했다.

본부에 따르면 H5N8형은 지난 1983년 아일랜드에서 칠면조, 2010년 중국에서 오리를 중심으로 유행했지만 인체감염은 없었다.

WHO 자료를 보면 2003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중국·이집트 등지에서 AI 인체 감염자가 발생해 지난해 말까지 총 648명이 감염됐고 384명이 숨졌지만, 이번 AI와는 다른 종류인 H5N1형, H7N9형 AI이었다.

해외에서는 2003년 말부터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이후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2011년 17개국에서 AI가 발생했으나, 2012년 14개국, 2013년 11개국 등으로 소폭 감소했다.

AI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고병원성 AI인 H5N1의 경우 2003년 베트남,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인체 감염자가 발생했다. WHO에 따르면 2013년 12월말 기준 총 648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348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해 2월 발생한 중국 신종 AI인 H7N9에 의한 인체감염자는 총 177명으로 이중 4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발생 시 대처법은?

고병원성 AI가 발생된 농장의 닭에서는 계란이 생산되지 않는다. 게다가 AI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 내에서 사육된 닭·오리는 물론 종란과 식용란까지 이동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또 AI에 걸린 닭은 털이 빠지지 않고 검붉게 굳어지면서 죽기 때문에 시장 출하가 불가능하다.

닭·오리가 AI 바이러스에 오염됐다고 해도 70℃에서 30분, 75℃에서 5분간 익히면 바이러스가 100% 사멸된다. 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 등에서도 익힌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 섭취로 인한 전염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내린 바 있다.

AI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닭·오리에 대해서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AI 바이러스는 혈청형이 다양하고 변이가 잘 일어나 특정 혈청형에 대해 예방접종을 한다고 해도 다른 혈청형의 감염을 막아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금사육 농가에서는 농장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출입자·출입 차량, 계사 내외부를 매일 소독하는 등 차단방역에 집중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최소 5일 이상 가금사육 농장 방문을 삼가해야 한다. 국내 철새 도래지를 여행할 때에는 철새의 분변이 신발이 묻지 않도록 유의하며 도보로 탐방할 때에는 탐방로 등에 설치된 발판 소독조를 통과해야 한다.

해외 여행 시에는 AI 발생지역 여행을 자제하고 해당지역을 방문하더라도 가금농장에는 가지 않는 편이 좋다. 귀국 시에는 검역당국의 검역을 받지 않은 불법 닭고기, 오리고기 등을 반입해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 근본적 대안 없어, 선제적 방어책 마련해야"

이번 AI 발생으로 우리나라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선제적 방어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바이러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은 어렵지만, AI 발생 이후 대처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만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응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철새들의 이동이 잦은 곳이어서 철새에 대한 이동 경로, 철저한 역학조사 등이 요구되고 있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철새를 모두 소탕하거나 닭과 오리를 먹지 않으면 모를까 AI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안은 없다"며 "그런 만큼 평소 국가적 차원에서 역학조사를 강화하는 등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선제적 방역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 감염대응 연구단장도 "AI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없다. 백신만이 박멸 수준에 이르게 할 수 있는데 이도 사람에게나 가능하지 동물에게 모두 투여할 수 있는 상황은 못 된다"며 "AI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유행성 백신이 아닌 범용 백신을 개발해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H5N8형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률은 낮게 예측하면서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단장은 "과거 수의학적으로 문제가 됐던 바이러스는 H5N1형으로,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인체에 감염될 수 있어 H5N8형 보다 더 위험성이 크다"며 "H5N8형은 가금류 등 동물에게만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은 아주 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문제는 이 바이러스가 돼지 같은 가축에 들어가 바이러스를 재조합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성하게 되면 그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도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등에 비해 위생상태가 좋고 감염된 가금이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에 큰 염려를 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사람 등 모든 포유류는 폐에 바이러스가 감염할 수 있는 수용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감염된 농장에서 심호흡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많이 호흡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75℃에서 5분 정도 익히면 바이러스는 거의 100% 사멸한다고 할 수 있다"며 "닭이나 오리를 요리하는 과정에서 조심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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