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미생물은행(KACC)에는 특별한 유전자원이 있다. 전국의 맛집, 농가, 장류, 생산업체 등에서 제조한 323개의 전통 메주를 조사하여 69종의 메주 곰팡이 1508 균주를 분리, 그 중 431 균주를 국가 생명자원으로 등록한 것이다.

메주는 우리나라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이다. 다들 아는 바와 같이 메주를 쑤어 소금물에 담가 간장을 만들고, 이 건더기를 건져내어 된장을 담근다.

메줏가루에 소금, 고춧가루 등을 넣어 고추장을 담그고, 계절별로 담그는  담북장, 막장, 청태장, 토장, 즙장 등에도 메주가 들어간다.

메주를 발효시키는 데에는 곰팡이 뿐 아니라 세균과 미생물도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메주를 발효시키는 곳의 온도와 습도,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균의 종류 등에 따라 메주의 맛이 크게 달라진다.

경기도, 강원도 등의 북쪽에서는 따뜻한 곳에 메주를 두어 내부 발효를 유도하여 메주 빛깔을 검게 하는 반면, 순창 등 남쪽 메주는 추운 곳에서 발효시켜 외부의 표면 오염균에 의한 발효를 줄인다. 특히 경기, 강원지역과 충청지역에서는 세균 발효가 왕성하여 검은 환이 생긴 메주를 잘 띄웠다고 치는 반면 순창 지역의 왕실메주는 세균발효로 검은 환이 발생하면 썩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왜 갑자기 메주 이야기를 하는지, 눈썰미 있는 독자 여러분은 이미 눈치 채셨으리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메주가 잘 익어 훌륭한 장의 재료가 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수십가지가 넘고, 각 변수마다 가능한 변량은 적게는 수종에서 많게는 수천종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최고의 장을 만드는 데 장 전문가의 손맛과  경험에 100% 의지해 왔다. 그러나 역으로 최고의 장을 만드는 환경 요인과 발효에 작용한 균주, 곰팡이, 미생물을 분석하여 메주 생산에 적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최고의 맛을 가진 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농업과학원과 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메주 곰팡이 정보 이 외에도 1777종 16만5303개의 식물 종자, 13개 기관 시험포에서 수집된 996종 2만7474개의 식물 영양체, 4858종 2만77개의 유전자 정보, 6565종 1만7471개의 균주 등의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토양정보고인 흙토랑에는 1만7326장에 달하는 전국 세부 정밀 토양도가 있고 필지별 토양 환경정보 지도 정보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가 표준 농식품 성분 정보, 농업 기상 정보, 국가 농작물 병해충 정보, 농산물 소득 및 가격 정보, 동 식물의 유전체 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되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다. 지금까지 수집하여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증가하고, 농가 소득이 배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토양정보와 미생물 정보, 농업 기상정보와 기상청의 장기 예보 정보, 작물 지도와 가격정보, 해외 수출 및 수입 작물 정보 등 다양한 정보가 한데 모여 분석되는 농업 빅데이터가 하루 빨리 현업에 적용되어 실의에 빠진 농업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농촌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아침에 내리던 눈은 멎었지만 하늘은 아직도 눈을 쏟아내릴 듯 무겁다. 오늘 저녁엔 맛있는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먹어야겠다.

한선화 박사는

한선화 KISTI 박사.
한선화 KISTI 박사.
현재는 정보의 홍수시대입니다. IDC의 '디지털유니버스 보고서'에 의하면 올 한해동안 생성되어 유통된 디지털 데이터의 양은 2.8 제타바이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1제타바이트를 책으로 만들어 쌓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1억5000만km를 37번 왕복할 수 있는 양이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선화의 정보 프리즘'에서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사건,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재조명 해줄 예정입니다. 한 박사는 투명하게 보이는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무지개로 바뀌듯이 사물과 사건을 보는 또 다른 창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선화 박사는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성균관대학교 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습니다. 1997년부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과학기술 정보와 관련 정보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정보통입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첨단융합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 과실연 대전·충청지역 대표 등 활발한 대외 활동도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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