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유림공원의 아침. 갑천변에 조성된 유림공원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아침 해가 큰 소나무들 뒤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Pentax K-3, 16 mm, 1/4000 s, F/5.6, ISO 100>
유림공원의 아침. 갑천변에 조성된 유림공원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아침 해가 큰 소나무들 뒤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Pentax K-3, 16 mm, 1/4000 s, F/5.6, ISO 100>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겨울 아침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기 위해 갑천을 찾았다. 유림공원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아침 해가 큰 소나무들 뒤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공원과 연결된 갑천변에 내려 서자 아침 기온이 한동안 계속 영하권에 머무른 날씨 탓에 갑천은 얼음으로 덮여있었다. 이삼년 전만해도 저녁때 아내와 함께 갑천변을 걸으며 운동을 하였는데, 요즈음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갑천에 자주 오지 못하였더니 갑천은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 전보다 다리도 많아지고 더 잘 정비된 모습이었다.

얼음으로 덮인 갑천을 보면서 어릴 때 개천이나 미나리꽝에서 썰매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엔 썰매를 대부분 자기 손으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사과 박스(그 당시에는 나무로 박스를 만들었다) 등에 있는 나무 판을 이용하여 썰매 판을 만들고, 굵은 철사나 가는 철근 조각 두 개의 앞뒤를 연탄불에 달궈 휘게 한 다음 나무 판 밑에 붙여 사용하였다.

갑천의 아침. 얼음으로 덮인 갑천을 보면서 어릴 때 개천이나 미나리꽝에서 썰매를 탔던 기억이 떠 올랐다.<Pentax K-3, 16 mm, 1/640 s, F/7.1, ISO 100>
갑천의 아침. 얼음으로 덮인 갑천을 보면서 어릴 때 개천이나 미나리꽝에서 썰매를 탔던 기억이 떠 올랐다.<Pentax K-3, 16 mm, 1/640 s, F/7.1, ISO 100>

썰매를 밀 때 사용하는 꼬챙이도 손수 제작하였는데, 마찬가지로 적당한 길이의 철근 끝을 달궈 둥근 나무 손잡이에 꽂아 넣고 한쪽은 두들겨 뾰족하게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때에도 부잣집 아이들은 철근으로 만든 썰매 대신 스케이트 날을 이용해 만든 고급 썰매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이 당시에는 썰매를 모두 손수 제작하기 위해 시간과 수고를 투자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즐거웠고 내가 만든 썰매이기에 애착도 많았다. 그렇게 만든 썰매를 가지고 겨울 내내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추위를 이기며 즐거워했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30여년 전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근처 논과 갑천에서는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통의 다리. 갑천에는 이렇게 사람과 자전거만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들이 있다. 이 다리를 건너 학교와 직장에 가는 모습이 참 여유롭게 느껴졌다. 옛날 먼 길을 걸어 학교에 가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Pentax K-3, 100 mm, 1/200 s, F/7.1, ISO 100>
소통의 다리. 갑천에는 이렇게 사람과 자전거만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들이 있다. 이 다리를 건너 학교와 직장에 가는 모습이 참 여유롭게 느껴졌다. 옛날 먼 길을 걸어 학교에 가던 모습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Pentax K-3, 100 mm, 1/200 s, F/7.1, ISO 100>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은 이러한 얼음 위에서 타는 썰매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눈썰매를 탄다. 물론 썰매를 손수 만드는 사람도 없다. 썰매를 타는 것도 도시에서는 개천이나 강에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된 눈썰매장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얼어있는 강과 그 밑으로 흐르는 겨울 강물을 보면서 느리게 사는 삶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겨울 강은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 흐름을 멈추고 쉬면서 생각하기를 권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또 다른 사람도 함께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느림의 미학을 사진에 담아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겨울 이야기를 나누는 얼음들. 강물 위에 만들어진 판상의 얼음 조각들은 서로 만나 겨울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였다.<Pentax K-3, 100 mm, 1/80 s, F/7.1, ISO 100>
겨울 이야기를 나누는 얼음들. 강물 위에 만들어진 판상의 얼음 조각들은 서로 만나 겨울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였다.<Pentax K-3, 100 mm, 1/80 s, F/7.1, ISO 100>

갑천은 대덕 연구단지와 대전의 경계를 이루는 강이다. 또한 유성구와 서구의 경계를 이루는 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갑천이 경계를 이루는 장소가 아니라 대전과 연구단지를 어우르는 장소가 되어 풍성한 만남이 있는 곳,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쉼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곳에서 얼음을 지치며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던 겨울이 그립다.

 

느림의 미학. 얼어있는 강과 그 밑으로 흐르는 겨울 강물을 보면서 느리게 사는 삶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겨울 강은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 흐름을 멈추고 쉬면서 생각하기를 권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또 다른 사람도 함께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느림의 미학을 사진에 담아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Pentax K-3, 100 mm, 1/60 s, F/7.1, ISO 100>
느림의 미학. 얼어있는 강과 그 밑으로 흐르는 겨울 강물을 보면서 느리게 사는 삶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겨울 강은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잠시 흐름을 멈추고 쉬면서 생각하기를 권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또 다른 사람도 함께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느림의 미학을 사진에 담아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Pentax K-3, 100 mm, 1/60 s, F/7.1, ISO 100>

겨울 강/김홍연

잠시 쉬고 싶은가 보다
쉬임 없이 고단한 인생

굽이굽이 돌고 돌아
아픈 영역 울타리 치고
잠시 쉬고 싶은가 보다

그 많은 돌멩이 다 견디고
그 많은 오물 다 품어야만 했던
지쳐버린 시간

그래,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겠다

만남과 즐거움이 흐르는 강을 꿈꾸며. 갑천이 경계를 이루는 장소가 아니라 대전과 연구단지를 어우르는 장소가 되어 풍성한 만남이 있는 곳,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쉼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곳에서 얼음을 지치며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던 겨울이 그립다.<Pentax K-3, 16 mm, 1/640 s, F/7.1, ISO 100>
만남과 즐거움이 흐르는 강을 꿈꾸며. 갑천이 경계를 이루는 장소가 아니라 대전과 연구단지를 어우르는 장소가 되어 풍성한 만남이 있는 곳,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쉼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곳에서 얼음을 지치며 친구들과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던 겨울이 그립다.<Pentax K-3, 16 mm, 1/640 s, F/7.1,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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