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치과학자에서 연구장비 벤처사업가 변신 '소암' 김중열 대표
사재 털어 장비 연구개발에 매진…출연연·공공기관에서 잇따라 러브콜

"그럴줄 알았지!"
요즘 그가 자주 하는 말이다. 연구장비 국산화에만 10년이상 집중한 결과 그의 회사에서 개발한 장비들이 하나 둘 인정을 받으며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과 함께 이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됐단다.

'우리기술, 우리장비'를 회사 기치로 재난방지를 위한 세계최고의 정밀계측장비 국산화에 몰입해온 대덕벤처 '소암'의 김중열 대표. 1986년 해외 유치과학자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오면서 대덕과 인연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과제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고 연구하던 기술이 어느날 그대로 사장돼버리기도 하는 출연연의 연구 방식이 맞지 않았다.

하고 싶은 연구와 기술개발을 위해 그는 출연연 근무 16년만에 연구원 생활을 접는다. 2002년 지질자원연의 1호 연구소 기업으로 창업에 나선다. 연구장비 전문기업 소암의 탄생이다.

그리고 땅속 변화를 실시간 알수 있는 다점온도모니터링 장비인 'TLS'를 시작으로 구조물의 진동상태와 진원지 규명이 가능한 미소진동 모니터링 장비 'GMO', 음향모니터링 장비 'AEMo', 환경오염 모니터링이 가능한 'MoPET', 앞으로 도래할 광케이블 시대에 꼭 필요한 분포개념 온도 및 변형률 모니터링 장비인 'FSLS & FTLS' 등을 속속 내놨다.

김중열 대표의 선택은 옳았다. 이즈음 장비 국산화 바람과 중소벤처기업과의 동반성장이 정부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소암의 장비들이 출연연과 정부기관으로부터 잇따라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장비들이 외국 장비에 비해 기술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을 한다. 아쉬운 것은 이들 장비 중 실제 실험할 테스트베드가 없고 실적을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최근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을 적극 시행하면서 시장 기반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판로개척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중열 소암 대표가 회사의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중열 소암 대표가 회사의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중소벤처에서 장비를 개발한다고? 모두들 의구심가져

연구장비를 중소기업에서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개발을 완료한들 이미 포진된 시장을 새롭게 뚫고 들어가는 일은 더욱 어렵다. 소암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중열 대표가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 개발한 TLS(Thermal Line Sensing)는 온도센서를 장착, 점과 선 개념으로 땅속 온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즉 하나의 케이블에 여러 개의 온도센서 칩을 배열해 선 개념으로 온도를 측정, 땅속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특히 각각의 온도센서는 자체 메모리와 고유번호를 갖고 있어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칩간 통신도 가능하다.

이처럼 비용과 효과면에서 기존의 측정 장비보다 월등히 앞섰지만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김 대표는 그래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비를 털어넣고 매일 밤12시까지 연구하며 장비개발에 매진했다. 장비를 개발하면 언젠가 시장이 열리겠지 생각을 했다. 연구원 출신으로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했고 초기에는 여력이 안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기업 운영형태를 마케팅 중심으로 바꾼 큰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 갑작스런 폭우로 여러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간 우면산 사태다. 김 대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더라면 우리 장비가 설치돼 최소한 거주자들을 대피시켜서 인명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가 컸다"면서 "이후 마케팅 인력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사명의식이 엿보였다.

그 결과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소암의 장비를 구입하고 적용에 나섰다. 김 대표는 공단에서 받은 금액의 3분의 2를 다시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그에게는 개발할 연구장비 아이디어가 그만큼 많았다. 성과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제품에 의존하던 장비들이 하나 둘 소암에 의해 국산화 됐다.
 
◆가격·품질에서 경쟁력 갖춘 장비들…정부기관과 출연연 발길 늘어

소암에서 개발한 장비들을 살펴보자. 다점온도모니터링(TLS) 장비는 하나의 케이블에 여러개의 온도센서 칩을 최대 250개까지 임의의 배열로 장착해 온도나 수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장비다.

암반, 해수, 담수, 토사, 공기 등의 움직임을 실시간 파악이 가능해 댐 누수, 지하수 관리, 지반침하, 산사태 예보, 방조제 안전, 사면붕괴 등 우리나라처럼 댐과 산이 많은 국가에서는 꼭 필요한 장비다.

김 대표는 "이 기술의 핵심은 해수, 지하수는 물도 다르고 기압이 달라 이런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10년전부터 준비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완벽한 장비로 인정 받는다"면서 "태국, 베트남 등에 기술을 홍보하고 연구사례를 보내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 기술을 농업에 응용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기술의 우수성을 들었다.

미소진동 계측장비(GMO)는 진폭을 이용해 진원지 위치를 파악하거나 구조물의 진동상태를 파악해 내진성능 평가를 하는 장비.

그동안 외국제품을 수입해 고층빌딩, 교량, 터널 등에 설치하고 안정성을 모니터링 해 왔으나 국내 환경에 맞도록 기능을 바꿀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바꿀경우 요구하는 경비가 만만치 않았다. 또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장비 운영비만해도 비용지출이 너무 컸다.

김 대표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국내 환경에 맞는 장비로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GMO는 현재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지반침하 감시에 사용하고 있다.

음향 모니터링 장비(AEMo)는 토사 입자의 마찰, 굴림, 붕괴,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성파를 감지해 토사의 이동정도를 파악하는 장비다. 이는 우리나라 산과 땅의 특징에 맞도록 개발돼 산사태 예보를 하는데 유용하다.

수질과 토양오염 계측 장비(MoPET)는 토양수를 직접 자동 채취·분석하고 CDMA를 이용한 양방향 통신장치를 장착해 설정된 조건에 따라 측정된 자료의 송신이 가능하다. 즉 센서가 설치된 위치에 따라 오염도, 알카리성, 전기온도, 유해중금속 함량 성분을 알수 있어 광산폐수 등을 체크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김 대표는 "이 장비가 외국에 있었는데 스테이션으로 판매하다보니 도입 비용이 너무컸다. 우리가 간단한 장비로 개발하고 데이터까지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광케이블 이용 선 개념 온도와 변형률 계측 장비(FSLS & FTLS)는 각각 변형률과 온도를 선 개념으로 측정한다. 모든 구조물과 시설물의 변형률과 온도를 선 개념으로 계측해 상수도관, 가스관, 송유관 결함 감시, 철로안전, 교량, 고층건물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부터 다양하게 활용된다.

김 대표는 "이 장비는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외국제품은 2억원규모다. 우리는 1억원으로 다운시키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해 기대되는 장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소암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연구장비들. 사진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TLS, MoPET & MEMo, GMO, AEMo, FSLS & FTLS.
소암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연구장비들. 사진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TLS, MoPET & MEMo, GMO, AEMo, FSLS & FTLS.

◆장비 개발과 업그레이드 기본 원리만 알면 간단

국내 연구현장에서 활용되는 장비의 대부분은 외국 제품이다. 주로 외국 제품들이 연구현장을 차지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일회성으로 활용된 후 폐기되는 장비도 수두룩하다. 국내 기업은 연구 장비를 개발했더라도 레퍼런스가 없다는 이유로 연구현장에서 외면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에게 물었다. 장비 개발 분야에서 남다른 자신감을 갖는 원천이 무엇인지.

김 대표는 '기본원리'를 꼽았다. 기본원리를 이해하면 장비를 개발하고 이전에 사용하던 것을 충분히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단다.

하지만 연구장비 벤처의 대표로서 아쉬움도 토로했다. 외국장비는 실적이 있다는 이유로 신뢰하고 국산장비는 테스트베드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실제 사용해보면 서비스나 가격, 효율면에서 우수성을 인정하는데  테스트베드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우리장비들도 중소기업청에서 인정하는 정부공인성능 검사에 통과했다. 댐, 산 등 정부가 관리하는 부분은 정부차원에서 테스트베드를 지원해 주면 외국시장 진출도 수월할 것"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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