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영화시사회에 인공위성 개발자들 출동 사연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영화시사회 현장에 '우리별' 주역들 한자리
위성 모티브로 한 국내 애니메이션…박성동 대표 "기억해줘 고맙다"

지난 13일 밤, 홍대에 위치한 대형 영화관에 얼룩소를 주인공으로 애니메이션 시사회가 열렸다. 얼룩소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사진을 찍느라 신이 났고, 어른들은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다.

얼룩소 주변에 중년남성 대여섯명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애니메이션 시사회에 중년 남성이라니,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임 같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이렇게 딱 떨어지는 조합도 없다. 이들은 우리별 1호 개발 주역자들이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순수 국산 판타지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다. 단편 애니메이션계에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장형윤 감독의 첫 작품이다. 발사한지 20년이 지나 수명이 다한 우리별 1호와 얼룩소로 변한 청년 경천을 주인공으로 한다.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개발 주역자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이사는 우리별 1호가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됐다는 소식에 대전에서 서울까지 한걸음에 달려왔다. 우리별 2호 개발에 힘쓴 이우경 한국항공대학교 교수와 KAIST 동문인 박성진 스토리툰 대표, 전진환 KAIST 동문회 국장, 추길재 카이소트리 CSO 도 자리를 함께했다.

시사회에서 개발자들을 처음 만난 장형윤 감독은 "미리 알았더라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고 말씀 드리는건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오히려 박 대표는 "재작년 8월이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20주년되는 해였다. 누군가가 이런 소재를 사용해 영화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고마웠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장형윤 감독은 "KAIST에서 우리별 1호를 개발한 분들이 왔다"며 관객들에게 개발자를 소개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과학자를 만났다는 설렘에 객석에 앉은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힘찬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환영했다.

◆ 인간과 닮았다? 우리별 1호 주인공 된 사연

우리별 1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1992년 8월 11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무게 48.6kg, 크기는 352 × 356 × 670mm로 무게와 나이가 사람과 비슷해 감독이 우리별 1호를 애니메이션 모티브로 썼다는 후문이다.

5년의 제작기간 동안 40~50명의 스태프가 5만장의 작화로 완성했으며, 주인공 남녀 목소리에 배우 유아인과 정유미가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스크린 속 우리별 1호는 상당히 강인한 여성이다. 남자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로봇팔을 발사하거나 하늘을 나는 등 본인보다 남을 더 생각한다. 우주개발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자국 위성을 가지기 위해 9명의 과학도가 직접 유학을 떠나 개발에 힘쓰며 몸을 사리지 않았던 모습이 우리별 1호에서 오버랩(overlap)된다.

애니메이션에는 인공위성과 얼룩소뿐 아니라 두루마리 휴지의 마법사, 인간에서 멧돼지로 변한 마녀, 경천의 목숨을 노리는 연탄난로 모습의 소각자 등 독특한 캐릭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홍대거리,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등이 등장해 공감대를 형성한다.

◆ 우리별 1호를 주인공으로 한 또 다른 만화에도 주목

우리별을 주인공으로 한 또 다른 캐릭터가 있다. KAIST 동문 100여명이 소셜펀딩해 만든 '카이스토리'의 캐릭터 '키트'와 '대한별'이다. 키트는 우리별 1호가 변한 남자아이다. 카이스토리는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우리별 1호 학습만화를 제작하고 있다.
 
20대 중후반에서 40대가 된 개발 주역자들 입장에서 우리별 1호는 자식과 마찬가지다. 카이스토리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인공위성을 남자아이 캐릭터로 승화했다.

학습만화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문적 접근보다 흥미 유발 스토리를 담을 계획이다. 개발과정과 에피소드를 녹여 인터넷 출간과 오프라인 출간을 올해 예정하고 있다.

◆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개발 주역들 누구?

우리별 1호는 사진관측 실험을 위한 지표면 촬영장치, 아마추어 무선 중계를 위한 VHF/UHF 중계기, 우주선(cosmic ray) 측정을 위한 센서, 데이터 축적/전송 실험을 위한 장치, 30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전지판 등의 장치를 탑재했다. 총 개발비용은 38억 원이다.

발사 12시간만에 우리별 1호는 데이터들을 보내오며 위성으로서 성공적인 역할을 처음 수행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93년 과학관측 로켓 1호, 우리별 2호, 95년 통신위성 무궁화 1호, 96년 무궁화 2호, 97년 과학로켓 2호, 99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우리별 3호'까지 위성기술 보유국으로 성장을 거듭하는데 시발점 역할을 했다.

연구의 시작은 최순달 KAIST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우주기술 개발을 위해 영국의 써리대학에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이미 만들어진 위성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위성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직접 기술을 습득하는 방법을 택한 최순달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인 써리대학은 1989년과 1990년 2회로 나눠 총 9명의 KAIST 졸업생을 받아들였다.

1년의 짧은 공부를 마친 학생들은 새로운 분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하며 위성개발에 돌입해 성공적인 개발을 이뤄냈다. 원격검침과 명령부를 담당한 김성헌, 주컴퓨터와 보조 전원부를 맡은 김형신, 임무분석과 열해석·수신기·변복조부·안테나를 담당하는 박성동, 기계구조부와 태양센서·전원부를 맡은 장현석, 주컴퓨터 프로그램과 조립시험을 맡은 최경일(이상 유학 1기), 송신기부 담당의 민승현, 디지털 신호처리부의 박강민, 지구표면 촬영장치를 담당한 유상근, 위성의 자세 제어를 맡은 이현우(유학 2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해외 우주개발 기업 또는 대학에서 활동하거나 정부출연기관의 위성분야 핵심리더 및 위성개발벤처를 설립해 위성시스템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줄거리

우리별 1호는 발사된 지 20년이 넘은 인공위성이다. 수명을 다해 우주를 떠돌고 있던 어느 날 누군가의 노랫소리를 듣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노래의 주인공을 만나고 싶은 우리별 1호는 지구로 추락하던 중에 휴지 마법사에 의해 여자아이로 변신하면서 우연한 계기로 목소리의 주인공 '경천'을 만난다.

하지만 경천은 얼룩소의 모습. 삶의 의지 없이 살다 동물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그는 우리별 일호를 만나지만 여전히 소심하고 나약하다.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경천은 우리별 1호를 만나 티격태격하며 잃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찾게 되는데.. 과연 경천은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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