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오차가 1억년에 1초…"1초 새롭게 정의한다"

표준연, 미·일 이어 세계 세번째로 '이터븀' 원자 광격자 시계 개발
상용 원자시계 오차는 300만년에 1초…표준시계보다 정확도 30배

광격자 시계 원리. 이터븀 광격자 분광기에 기체형태의 원자 투입(위쪽 왼쪽), 여섯 방향에서 원자와 강하게 공명하는 레이저를 쏘아 원자를 포획하고 냉각. 레이저로 만들어진 격가 구조에 원자 고정(아래 왼쪽), 원자가 가진 진동수에 따른 주파수 동기화.

#1.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결승전. 금메달이 유력했던 네덜란드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전광판을 주시한다. 모니터에 표시된 최고 기록자와의 차이는 불과 0.01초. 최고의 승자를 가리기 위해 1000분에 1초 기록까지 합산한 후에야 명확해졌다. 

#2. 2013-2014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87의 기록으로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경기에서 일본 선수 가토 조지와 0.01초까지 똑같은 기록을 냈지만 1000분의 1초 단위에서 모태범 선수가 0.002초 앞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찰나의 순간을 잡기 위한 과학의 힘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1억년에 1초의 오차를 가지는 '광격자 시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기존 표준시계보다 30배가 더 정확하다.

유대혁 박사, 박창용 박사, 이원규 박사.(왼쪽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은 1억년에 1초의 오차를 갖는 '이터븀(Yb)' 원자로 만든 광격자 시계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광격자 시계는 광시계의 일종으로 레이저 빛을 이용해 원자를 포획해 격자 모양(광격자)에 갇히게 한 뒤 원자 진동수를 측정하게 된다.

기체 상태로 떠다니는 원자를 고정해 측정하기 때문에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확한 주파수를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레이저 냉각기술로 이터븀 원자를 격자상태의 구조로 고정시킨 후, 고성능 레이저 기술을 통해 같은 값의 레이저 주파수를 쏘이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이는 기체 상태의 원자는 자유롭게 움직여 정확한 주파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1초는 세슘 원자의 진동수와 주파수가 같은 마이크로파를 쏘여 나오는 신호값인 91억9263만1770번으로 정해져 있다.

이번에 개발된 광격자 시계에 사용된 이터븀 원자는 1초당 518조1958억3659만865번 진동한다. 이는 세슘 원자보다 5만6000배 이상 빠른 것이다.

진동수가 커짐에 따라 오차가 줄어들어 광격자 시계의 오차는 1억년에 0.91초(1초)로 측정됐다. 이는 표준시를 만들 때 사용되는 상용 원자시계의 오차인 300만년에 1초보다 30배 더 정확한 수치이다.

유대혁 시간센터장은 "이번 연구 성과는 1초에 대한 정의를 바꿀 수 있는 광격자 시계 개발을 자체 고유기술로 성공시켰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광격자 시계에 대한 오차범위를 더욱 줄이고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국제 표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1초의 정의 바꿀 '광격자 시계'

광격자 시계.
광격자 시계는 현재의 표준 세슘원자시계를 대처하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시계다.

광시계의 한 종류로 전후, 좌우, 상하의 여섯 방향에서 레이저를 쏘아 원자를 냉각해 레이저 광격자에 가둔 후 원자의 고유진동수와 동일한 주파수를 발생시켜 정확한 1초를 만든다.

광격자에 쓰이는 원자는 이터븀(Yb), 스트론튬(Sr), 수은(Hg) 등이 있으며 각 나라별로 다른 원자를 이용해 광격자 시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 개발된 광격자 시계의 상대불확도는 2.9×10-16이다. 이는 1초에 2.9×10-16초 틀릴 수 있는 정도이며 1억년(108년×365일×24시간×3600초=3.1536×1015초)에 (3.1536×1015초)×(2.9×10-16)=약 0.91초 틀릴 수 있는 정도다.

이처럼 광격자 시계의 활용성이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가들은 다양한 원자와 이온으로 최첨단 광시계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광시계 기술의 발달은 항공우주산업과 같은 최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인공위성 및 우주선은 각각 내장된 원자시계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표준시계는 GPS 정확도 향상 및 우주항법 운용에 활용될 수 있다.

또 인터넷 및 무선통신망의 성능 향상을 비롯해 물리법칙 검증 연구에도 활용성이 높다.

유 센터장은 "하나의 원자를 이용해 광격자 시계 개발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면 추후에 다른 원자로 변경해 연구하는 것이 용이하다"며 "광격자 시계의 활용 분야는 넓고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이 광격자 시계에서 레이저에 의해 포획된 원자 진동수를 체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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