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전문기업 VSI, 3분 내 측정 가능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 개발 성공
김도윤 대표 "기술과 장비개발에 올인, 외국제품 절반값"

김도윤 대표가 자사에서 개발한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를 이용해 중국산 꽃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차의 방사능 피폭량은 주의로 나왔다.
김도윤 대표가 자사에서 개발한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를 이용해 중국산 꽃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 차의 방사능 피폭량은 주의로 나왔다.
동일본 대 지진이후 방사능 피폭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몇몇 기업에서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개발해 판매에 나섰다. 시장에 출시되자 마자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각 학교에서도 방사능 측정 장비를 구입해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며 학부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시장에 출시된 장비 대부분은 음식 속의 방사능 피폭량을 측정하지 못했다. 음식물 속에 스며 든 방사능을 찾기위한 민감한 센서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것.

대덕의 연구장비 개발 전문기업 브이에스아이(VSI)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음식속 방사능을 측정할 수있는 센서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제품 출시에 들어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정부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창조경제 실천 롤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VSI는 지난 1월 29일부터 3일간 일본 동경에서 열린 전세계 내로라하는 나노기업들이 참여하는 '제13회 나노테크 2014'에서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를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세계에서도 기술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

김도윤 대표는 "이 제품은 15cm²의 면적 범위안에서 식재료, 피복 등이 방사능에 오염됐는지 3분 이내에 정확하고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분 내 음식 방사능 피폭량 정확히 검출

장비의 효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테스트를 부탁하니 김도윤 대표는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시험용으로 재배한 방사능 피폭 쌀, 일반 쌀, 바다에서 채취한 다시마 등 음식재료들을 VSI에서 개발한 장비로 시연해 보였다.

또 유럽 유명기업의 제품과 국내 타기업에서 내놓은 장비로도 준비한 음식재료들의 피폭량 측정에 들어갔다.

제품 설명을 들으며 3분의 시간이 지나자 각각의 장비들이 다른 수치를 보였다. 국내에서 출시된 제품은 아예 음식속 방사능 피폭량을 측정하지 못했고 유럽기업의 제품은 정확한 데이터를 내놓지 못했다.

이에 비해 VSI의 제품은 피폭수치와 위험, 안전까지 표시하며 정확한 기술력을 입증했다. VSI의 제품이 이처럼 월등한 기술력을 갖기까지는 그동안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많은 기초기술과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도윤 대표는 "이 장비의 핵심기술은 민감한 센서에 있지만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각 음식마다의 피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이 요구된다"면서 "우리 제품과 유럽기업 제품에는 같은 센서 기술이 적용됐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기술력의 차이에서 측정데이터의 정확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 재미에 빠진 물리학도…남다른 기업철학

김도윤 대표
김도윤 대표
VSI는 세라믹 메탈본딩, 각종 전원공급기, FVAS(Filtered Vacuum Arc Source) 코팅 등과 관련된 장비를 연구개발과 제작, 서비스하는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특히 X-ray 응용사업을 통해 공기청정기, 환경유해물질 분석에 쓰이는 X선 형광분석기(XRF), 휴대용 의료장치 등을 개발했다.

또 각종 이온 소스와 이를 응용한 장치, 장비를 통한 진공장비사업 그리고 고전압 전원공급기, 펄스발생기, 초소형 전원공급기 등을 통한 전원장치사업과 진공 피드스루(Feedthrough), 고전압부싱, 야시경 튜브 바디, 기타 브레이징 접합 등의 진공브레이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VSI가 이처럼 장비부문에서 기술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창업이후 줄곧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김 대표의 남다른 기업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술과 장비개발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던 것.

어린시절 진공관을 가지고 놀고 전자제품을 분해했다 조립하며 놀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진공관련 제품과 이온 게이지, 이온펌프 관련 일을 하게 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포스콘(현재 포스코ICT)에서 최연소 진공장비연구실 과장직을 수행하며 가속기에 사용되는 이온펌프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온 펌프는 펌프중에서도 진공이 가장 높은 것으로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창업을 한것도 기술개발에서 시작됐다. 지인이 그에게 이온소스를 응용한 장비를 개발해달라는 의뢰를 해 왔다. 1990년 무렵 안경재질이 유리에서 플라스틱으로 넘어가던 시기로 코팅재질이 달라 장비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 제품이 출시됐는데 한대당 가격이 3800만원에 달했다. 지인은 한대당 1000만원씩 30대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월급이 100만원이었어요. 안할 이유가 없었지요. 1994년 창업해서 바로 기술개발에 들어갔어요.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보람이 컸어요. 이후 하고싶은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 했습니다. 물론 연구개발에 투자를 너무 많이해 회사가 어려워진적도 있었어요. 올해부터는 마케팅에도 주력할 계획인데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입니다.(웃음)"

김 대표는 창업이후 줄곧 매출액의 대부분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 그 결과 다양한 기초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VSI의 강점은 연구개발에 있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 하는데만 주력하다보니 마케팅과 이윤극대화와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년간은 수요자들이 수소문 끝에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올해는 마케팅 인력을 보강하고 기술개발자들이 양산화까지 책임지는 체제로 바꿨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기술을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라며 회사 운영계획을 설명했다.

최근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유방암 진단 엑스레이 튜브를 탄소나노튜브(CNT)로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품화가 실현되면 최초 기술인만큼 최초의 상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VSI는 또 올해부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시장에 출시하고 본격 판매에 돌입한다. 가격도 유럽기업의 제품에 비해 절반으로 이미 여러학교에서 제품 구매 의사를 밝혀와 VSI는 분주한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 바이어와도 런칭을 준비 중이다.

물리학도로서 개발할 기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김 대표. 매출액의 대부분을 연구개발비에 투입하며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그와 VIS의 연구진이 어떤 기술로 우리를 자극시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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