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 안상현 연구원, 역사천문학 '우리 혜성 이야기' 발간
한문·천문학·인문학의 통섭 모색

#조선 예종 때 남이는 "혜성은 묵은 것이 없어지고 새 것이 나타날 징조"라는 발언이 빌미가 돼 역모 혐의로 죽었다. 홍경래의 반란에서도 혜성은 실정에 허덕이던 민중의 분노에 불을 붙이는 구실을 했다. 병자호란 뒤 청의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는 예수회 신부 아담 샬에게서 받은 천문학 서적을 들여와 새로운 학문을 전하려다 좌절했다.

안상현 천문연 선임연구원이 그의 저서 '우리 혜성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안상현 천문연 선임연구원이 그의 저서 '우리 혜성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삼국사기', '고려사',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역사서에 남아있는 혜성(彗星)과 별똥 관측 기록을 천문학자의 눈으로 재해석한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를 펴냈다.

전문학술서로서는 드물게 출판 1주일 만에 각종 매체에 소개되며 대중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안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체계적으로 발달된 천문 관측 기술을 바탕으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며 "사료 속 천문 관측 기록들을 추적하고 연구하다보면 생각보다 방대한 사료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들 사료를 통해 2000년 전의 우주와 우리 역사를 탐구해왔다.

안 선임연구원은 "지난 10년 천문연에 몸담으며 연구한 고천문학을 학술적으로 중간 점검하는 동시에 자기 성찰의 의미로 책을 집필했다"며 출판동기를 전했다.

저자 자신이 생을 바쳐 연구한 우리별 이야기를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도 컸다. 국내 역사천문학 전문가는 인문학 분야에서 대략 10명, 이공계 분야에서도 10명 정도로 이들 중 역사천문이 본업인 경우는 그마나 절반 정도다. 즉 학술세미나를 하면 보통 10명 남짓 참석, 논문을 발표해도 10명 남짓이 관심을 갖고 읽어 주는 것이 현실이다.

천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전문학술서로 분류된 이 책은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쉽게 시작하지만, 파고들수록 어려운 내용도 다수다. 

우선 저자는 838년 혜성을 보고 군대를 움직인 장보고 장군, 1811년 홍경래의 난을 부추긴 혜성 등 관측 기록과 뒷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역사 속 혜성을 관측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기록으로 남겨지기까지의 과정도 담았다. 조선시대에는 관상감(觀象監)의 천문학자들이 밤낮으로 천문·기상 현상을 관측해 '성변측후단자(星變測候單子)'와 '풍운기(風雲記)'를 남겼다. 일정 기간 계속된 천문 현상을 모은 책 '천변등록(天變謄錄)'도 존재한다. 매년 1월과 7월의 상순에 각각 6개월 동안 일어난 천문기상 현상들을 발췌해 정리한 '천변초출(天變抄出)'을 역사 기록을 담당한 춘추관에 보냈다. 이렇게 보고된 내용들은 '승정원일기'에 기록되고, 사초로 두었다가 '조선왕조실록'에도 수록됐다.

옛 사람들은 혜성을 '제폭구민(除暴救民)'으로 읽었다고 한다. "폭정을 저지르는 위정자들에게는 흉조로,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에겐 길조로 해석됐다"는 것이다. 왕실 천문학자들은 여러 천문 현상 중에서 흰 무지개가 해나 달을 뚫는 경우, 지진, 혜성, 영두성(낮에 별똥이 보이는 것)은 아주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일급 천변으로 봤다. 왕조마다 천문 관측을 국가적 사업으로 중시했고, 이는 토착 천문학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기도 했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서양의 혜성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1985년 지나간 핼리혜성, 1997년 맨눈으로도 볼 수 있었던 헤일-밥 혜성에 얽힌 경험담도 곁들였다. 또한 서양에서 혜성이 지구중심설에서 태양중심설로 바뀌고,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우리나라와 중국에 언제 어떻게 전해졌는지 등이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안 선임연구원은 에필로그를 통해 막연히 과학이 좋았던 한 소년이 초등학교 때 본 월식과 중학교 때 본 핼리혜성을 통해,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접한 스티븐호킹의 '시간의 역사'란 책을 통해 천문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더불어 종갓집 종손으로 태어난 환경 덕에 어린 시절부터 한자책과 친할 수 있었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중고등학교 시절엔 교과서가 아닌 광개토대왕비, 삼국유사 등을 원문으로 읽었다. 이런 배경들은 종합적으로 작용하며 그가 역사천문학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안 선임연구원은 서울대 천문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지난 2000년  동양 별자리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란 책을 출판한 바 있다.

한문과 역사학, 천문학을 통섭한 젊은 지식인인 저자는 앞으로도 새로운 책을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계속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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