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박용기 UST 전문교수 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입춘이 지난 후 찾아 간 산 밑 응달진 작은 계곡에는 아직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 듯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을 조금씩 녹이는 물줄기가 얼음 사이로 흐르며 봄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Pentax K-3, 92 mm, 1.6 s, F/22, ISO 100>
입춘이 지난 후 찾아 간 산 밑 응달진 작은 계곡에는 아직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 듯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을 조금씩 녹이는 물줄기가 얼음 사이로 흐르며 봄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Pentax K-3, 92 mm, 1.6 s, F/22, ISO 100>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과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를 지나면서 이제 계절은 봄을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늘 그렇듯이 디지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아침으로는 늦겨울의 쌀쌀한 날씨였다가 한낮의 따뜻한 햇볕 속에서는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겨울과 봄이 한동안 밀고 당기 듯 공존하면서 서서히 봄으로 향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계절은 결코 거꾸로 가지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추운 겨울 중에도 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같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간 속에서 그래도 희망의 봄을 볼 수 있는 긍정적 자세를 배울 수 있게 한 자연의 배려가 참 감사하고 아름답다.

얼마 전 입춘이 지난 후 찾아 간 산 밑 응달진 작은 계곡에는 아직 겨울이 봄에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없는 듯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을 조금씩 녹이는 물줄기가 얼음 사이로 흐르며 봄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겨울 동안 얼어붙어 흐름을 멈추었던 물이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지녔다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자신의 시간과 자유를 유보함으로써 이 세상의 많은 생명체에 생명력을 주는 멋진 능력을 가지도록 자연으로부터 보상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Pentax K-3, 70 mm, 3.0 s, F/22, ISO 100>
겨울 동안 얼어붙어 흐름을 멈추었던 물이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지녔다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자신의 시간과 자유를 유보함으로써 이 세상의 많은 생명체에 생명력을 주는 멋진 능력을 가지도록 자연으로부터 보상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Pentax K-3, 70 mm, 3.0 s, F/22, ISO 100>

오래 전에 읽었던 '생리학 에세이'라는 책에 있던 글이 생각났다. 얼었다 녹은 물이 생명을 살리는 좋은 물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생물의 건강한 세포 내에 존재하는 물의 구조가 얼음에서의 물의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겨울 동안 얼어붙어 흐름을 멈추었던 물이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지녔다는 게 조금은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지만, 어쩌면 자신의 시간과 자유를 유보함으로써 이 세상의 많은 생명체에 생명력을 주는 멋진 능력을 가지도록 자연으로부터 보상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일년 중 이맘때는 나에게 좀 특별한 느낌을 주는 시간이다. 이제는 제법 오래 되어 추억의 영화 한 편쯤으로 기억되는 일이지만 14년 전 2월 중순 나는 위암 진단을 받고 2월 말경 수술을 받은 후 힘겹게 암과의 싸움을 시작하던 때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살아있을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정밀 진단을 받으러 올라갈 때, 고속버스의 뒷좌석에 앉아 있던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둘째 딸을 보면서 마음 아팠던 기억이 또렷한데, 그 아이가 이제 엄마가 되었고 또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되어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봄이 움직이는 계절이다.<Pentax K-3, 100 mm, 1/100 s, F/3.5, ISO 100>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봄이 움직이는 계절이다.<Pentax K-3, 100 mm, 1/100 s, F/3.5, ISO 100>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가 시작되기 전 집에서 쉬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 적어놓은 메모가 오늘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창밖에 있는 큰 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아 쉬는 모습을 볼 때, 이른 봄 아직 두꺼운 점퍼를 입고 산책을 하다가 양지바른 곳에서 막 돋아난 초록빛 새싹을 보았을 때, 북쪽으로 난 창 밖 나무들 사이에 숨어 겨우내 보이지 않던 작은 산수유나무에서 연노랑 꽃을 처음 발견했을 때, 친구가 사다 준 난의 꽃대에서 어느 날 꽃망울이 열리고 들여 민 코끝에 향기로운 난향이 가득히 퍼질 때, 천장까지 자라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행운목을 반쯤에서 절단해 놓고 잘린 앙상한 나무를 들여다 보다 줄기 옆에서 돋아나는 새순을 발견했을 때, 작은 떡 덩어리가 생겼는데 우리가 생각나 나누어 들고 왔다며 아내에게 따뜻한 말을 남기고 가는 이웃집 권사님의 베푸는 마음이 느껴질 때 나는 행복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는 다행히도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도 봄을 바라보려고 애썼으며 그를 통해 그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작은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Pentax K-3, 100 mm, 1/125 s, F/3.5, ISO 100>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는 다행히도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도 봄을 바라보려고 애썼으며 그를 통해 그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작은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Pentax K-3, 100 mm, 1/125 s, F/3.5, ISO 100>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는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도 다행히 봄을 바라보려고 애썼으며 그를 통해 그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작은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봄으로 가는 길목에 다시 서서 얼음 밑으로 겨울을 녹이며 흐르는 생명의 물처럼 내 주변의 세상과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도 겨울보다는 봄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라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고.

이제 봄으로 가는 길목에 다시 서서 얼음 밑으로 겨울을 녹이며 흐르는 생명의 물처럼 내 주변의 세상과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도 겨울보다는 봄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라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고.<Pentax K-3, 200 mm, 1/2500 s, F/5.6, ISO 100>
이제 봄으로 가는 길목에 다시 서서 얼음 밑으로 겨울을 녹이며 흐르는 생명의 물처럼 내 주변의 세상과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계절 속에서도 겨울보다는 봄을 바라보는 눈을 가지라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고.<Pentax K-3, 200 mm, 1/2500 s, F/5.6, ISO 100>

봄이 오는 길목에서/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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