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구 긴급 진단]①4만달러 시대 열 방향키 제대로
"콘트롤타워 역할로 대덕과 함께 성장할 마지막 기회"

올해로 출범 9년째를 맞는 연구개발특구. 우리나라 과학의 중심 대덕을 세계 수준의 클러스터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출범했다. 하지만 얼마나 목표에 다가갔는지에 대해서는 특구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특구진흥재단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지난해 새정부가 출범하고 대덕이 창조경제 거점지구로 지정되면서 특구진흥재단의 역할론이 새롭게 부각되었으나 여전히 변화 선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현장에서의 평가다. 그런 가운데 특구와 특구재단에 변화의 미세한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좀 더 지켜보아야하나 지난해 12월 부임한 신임 이사장의 소통 행보와 최근의 인사가 그것이다.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변화를 주도해야할 특구와 특구 재단의 현황을 알아보고, 특구 구성원들이 바라는 특구 및 특구 재단에 대해 2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주]

"특구진흥재단이요? 기업 지원기관 아닌가요? 대덕에 오랜 기간 있었지만 출연연과의 연계성은 거의 느끼지 못했어요."(출연연 A 과학자)

"내부 구성원들이 관료화되고 각종 내홍에 휩싸이면서 어떤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고 싶네요."(대덕 벤처기업 CEO)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진흥재단)을 보는 대덕특구 구성원의 평가다. 무관심과 우려의 목소리가더 많다. 그동안 특구진흥재단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더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덕의 출연연, 기업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달리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출연연과 소통없는 특구진흥재단, 관할부처 눈치보기에 바빠

특구진흥재단 출범의 주요 목적은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도 명시돼 있듯 기술사업화라 할 수 있다. 그를 위한 커뮤니티 조성은 기본이다.

때문에 대덕의 다양한 공동체와의 소통과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특구진흥재단 출범 이후 9년의 시간 동안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출연연과 기업의 가교역할을 하며 소통과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요구됐지만 특구진흥재단의 그간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 지원기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출연연과 기업을 잇는 콘트롤타워로서 대덕특구 구성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했지만 특구진흥재단의 구성원 중 직접 소통에 나선 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기존에 있던 출연연 기관장 모임을 비롯해 대덕내에서 진행되는 출연연과 기업인 중심의 각종 포럼과 모임에 특구진흥재단 누구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덕과의 소통은 더욱 멀어졌다.

관할 부처의 눈치보기 역시 특구진흥재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내부구성원이 관료화로 변질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이지만 이전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이었던 특구진흥재단. 단기적인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부처의 특성상 특구진흥재단은 출연연과 기업의 콘트롤타워로 기술사업화를 이끄는 본래 역할 보다는 단순히 기업 지원업무에만 치중해 왔다는 비난이다.

일례도 지난해 특구진흥재단의 지원과제를 살펴보면 사업화를 위한 추가 R&D, 마케팅, 시제품 제작 등으로 지역의 중소기업청과 테크노파크의 지원사업과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과제를 위한 과제로 참여하게 되고 같은 과제로 타 지원기관에서도 이중 지원을 받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 또 출연연의 기술을 이전받으면서 실질적으로 매출까지 연결시킨다는 목적을 둔 사업들이 형식적인 평가에 그친 경우도 부지기수다.

과제 평가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서로 인맥을 통해 과제를 따고 예산을 받는 행태가 대부분이다. 이런 평가방식으로는 제대로된 기술사업화가 이루어 질수 없다.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고 좀비기업만 양산하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실과 괴리로 한국의 실리콘밸리 꿈은 방향을 잃고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은 대덕연구단지 연구성과 사업화를 통해 국가에 기여해야한다는 명제와 맞닿아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3만, 4만 달러로 점프하기 위한 히든카드였다. 따라서 특구진흥재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구 내 구성원들이 초대 이사장 선임과 인력 선발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다.

관계자들은 "출연연과 대덕연구단지 사정을 아는 글로벌 리더로서 산업과 R&D 역량의 효율적 연계를 꾀할 수 있는 사람, 특구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특구진흥재단의 설립 명제와 현실은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갑론을박 속에 초대 수장으로 기재부 고위 관료 출신이 박인철 이사장이 선임됐다. 물론 출범 초기에는 예산과 인력 확보를 위해 전담부처와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기재부의 고위 관료 출신이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특구진흥재단의 설립 초기 예산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구진흥재단 수장으로 기재부 출신이 연달아 선임되면서 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자리는 기재부 출신 몫이라는 수식어도 공공연하게 나왔다. 일부 이사장은 임기도 마치기 전에 자신들의 향후 입지를 위해 떠나는 모양세를 보이며 대덕특구 이사장 자리는 퇴직 공무원 자리 보전용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출범 취지였던 연구결과의 사업화라는 측면에서도 당연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수장의 탓이라고만 할수는 없다. 실제 업무를 추진하는 특구진흥재단 내부 조직의 사명감과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덕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내부의 활동도 미미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무담당자들 대부분 출연연과 기업을 잇는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현장을 찾고 소통에 나서기 보다는 상위 부처의 지시에 따른 수동적 업무처리를 우선했다는 평가가 더 많이 들린다.

이런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대덕특구 구성원들이 특구진흥재단에 거는 기대는 무너져 갔다. 출연연과 기업을 잇는 소통의 구심점을 기대했던 대덕특구 구성원들은 특구진흥재단의 잇단 실망스런 행보에 존재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출연연과 기업 관계자들은 "특구진흥재단의 미션이 기술사업화인만큼 취지에 맞는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적임자가 수장으로 와야한다. 또 실무담당자들이 상위 부처의 지시에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지에 맞는 역할로 기술사업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특구진흥재단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잃어버린 9년이 되고 말았다"며 이번 김차동 이사장에 남다른 행보에 기대를 가졌다.

◆내부 구성원간 소통없고 지속된 내홍, 피해는 대덕 구성원에게

특구진흥재단 내부 조직의 소통부재는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출연연과 기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현장을 찾고 협업 과제를 발굴하며 소통채널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했지만 내부 조직간 소통부재와 갈등으로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9년의 시간 동안 특구진흥재단의 역할 부재와 내부조직간 갈등, 내홍에 따른 피해는 결국 대덕의 구성원들이 떠안게 됐다.

지난해 발생해서는 안될 안타까운 일이 특구진흥재단 내에서 일어났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업무과다와 스트레스였지만 그가 극단의 선택을 할 만틈 조직 내부의 소통이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특구진흥재단과 대덕특구복지센터, 노조와의 갈등은 특구 구성원 자녀들이 다니는 보육시설에 불똥이 튀며 학부모 간 불신을 야기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을 불러오기도 했다.

출연연과 기업은 기술사업화를 통한 성장 모멘텀 기회를 놓치거나 시간이 늦어지게 됐다. 결국 지원을 받아본 몇몇 기업들만 사업에 참여하고 대부분의 대덕 구성원들이 특구진흥재단의 존재에 등을 돌리며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제4대 수장으로 부임한 김차동 이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도 내부조직 개편과 인사다. 변화를 위해 조직의 안정과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의미가 크다.

출연연 한 원로과학자는 " 지난 9년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존재 필요성까지 거론됐던 이즈음 특구진흥재단의 제대로 된 행보로 창조경제 실현의 거점지구로 하루 빨리 선회해야 한다"며 "국민소득 4만달러를 이룰 기폭제로서 특구진흥재단을 통해 대덕의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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