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이부섭 회장 취임...연구에 기업가 정신 접목
신바람 연구환경, 인재양성으로 국가발전 견인차 역할을

기업인 출신의 첫 과총 회장이 본격 집무에 들어갔다. 그동안 교수나 전직 장관 등이 관행적으로 수장을 맡아왔던 과총 회장에 사실상 처음으로 기업인 출신이 조타수를 잡았다.

연구현장이 아닌 산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이전과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안팎에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결과를 염두에 둔 연구를 하고, 과학계가 사회 변화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데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과학계의 환골탈태를 주문한다. 정부 돈 받아 연구하고,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이 그동안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책임지는 연구를 하며, 이 바탕 위에서 사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더 나아가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자세를 가지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연대에 과학기술은 국가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1966년의 KIST가 그러했고, KAIST도 인재양성으로 보답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은 맡은 바 소임 이상의 업적을 내며 대한민국을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문민정부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등을 거치며 연구비는 두 자리수로 계속 늘었지만 연구현장의 분위기는 식어갔고, 남탓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며 결과는 안나오고, 과학자들은 샐러리맨화가 되어갔다.

그 여파로 창조경제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도 과학계가 앞장서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마지못해 보조를 맞추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장관은 현장에 와서 변화를 강조하지만 눈에 띄는 결과는 없고, 현장에서는 꾸중 듣는 것이 일상화되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 연구현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과 인공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 줄기세포, 우주개발 등등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을 알리는 뉴스들이 연일 나온다.이 상황에서 연구현장은 새롭게 각오를 가다듬고 전략을 세워 나아가야 한다.

과총은 학회의 연합이기는 하지만 출연연과 민간연의 과학자와 대학의 이공계 교수, 의과대학 관련자 등등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과학자들의 대표단체이기도 하다. 국가가 발전할수록 이공계 인력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과총의 역할도 중요해진다고 하겠다.

그동안은 학회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고, 과학계 대변은 일부 기능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과학계를 대변하고, 첨단 기술의 변화를 리드하며 국가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등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 회장도 "과총이 과기단체 연합을 넘어 미래 국가비전을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며 "과기인의 과총에서 대한민국의 과총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국민과 사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산하기관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논의하고 역할 분담을 통해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파트너로서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이부섭 회장이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선진국 가운데 과학기술 강국이 아닌 나라는 없다. 과학기술계가 변화 추종자가 아니라 변화 주도자가 될 때 한국 사회의 희망이 다시 보일 수 있다.

변화 주도자가 되려면 자기 결정권이 있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게되면 만족도가 높아지고 결정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실패와 조그마한 성공을 통해 많은 학습과 경험을 하게 되고, 연구 분위기도 신바람이 나면서 좋은 연구 결과를 내게 된다.

이미 우리는 개발연대의 성공체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 전수되지 않으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요구만 일상화됐고, 그것이 반복되며 연구현장이 무기력해졌다.

이제 다시 신바람 나는 연구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에는 기업가 정신이 접목될 필요가 있다. 기업가 정신이란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난관에 도전하고 극복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업가 출신의 신임 회장은 가정집에 실험실을 만들고 거기서 개발한 제품을 바탕으로 기업을 연매출 7천억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워본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1966년 KIST가 설립될 당시에 비해 수백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당시 1백억원도 안되는 연구 예산이었던 것이 지금은 17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라고 하겠다.

연구장비와 인력 등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여건을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남들이 안하고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 책임을 과학계는 맡고 있다. 어렵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남들이 보지 못한 1%의 가능성을 보고 역량을 투입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기업가 정신이 과학계 경영에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때 기업자 출신의 신임 과총 회장의 역할은 많은 기대가 되고, 주변에서도 관심과 협조가 큰 힘이 되리라고 본다.

신임 과총 회장에게는 신바람 나는 연구환경 조성과 함께 인재 양성이란 숙제도 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정해진 숙제를 풀어온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야하는 시대이다. 퍼스트 무버 시대에 걸맞는 인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3년의 임기 동안 여러 일들이 있겠으나 한 세대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의 육성에도 근본적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와의 협업도 필요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갖고 있는 연구역량과 대덕특구가 갖고 있는 인력과 자원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은 과총이 서울 소재 과학자들 중심으로 가동되었는데 앞으로는 지방에 있는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덕특구는 과총이 가동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세종시가 인근에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다. 그동안의 관행을 탈피해 사회와도 연계하고, 전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대덕특구와의 연계는 중요하다고 하겠다.

신임 과총 회장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때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신임 과총 회장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고, 주변에서는 기대가 현실이 되도록 적극적 협력을 해야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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