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기초연 박사, 연구장비 산업 어려움 토로
차세대 반도체 결함검사 장비 개발…30% 수입 대체 기대

장기수 박사(맨 왼쪽)가 중소기업 관계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장기수 박사(맨 왼쪽)가 중소기업 관계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기술전수 과정에서 연구장비 관련 기업들의 애로 사항들을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어렵게 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장비가 외산 장비에 대해 성능이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받고 외면받는다는 사실이다."

장기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첨단장비개발사업단 박사는 우리 정부나 기업, 공공기관들이 국산 장비에 대해 괜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산보다 외산이 좋다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다. 장 박사는 우리나라 장비 산업 육성이 돈만 투자해서는 될 게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신뢰성때문에 국내 기업이나 특히 공공연구기관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연구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장비를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뼈 속 깊이 받아들이고 있는 장 박사. 그는 기초연 첨단장비개발사업단에서 장비 국산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첨단장비개발사업단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분석 장비를 개발해 연구원 내에 장비를 구축하고 분석지원 서비스를 하거나, 기업을 통해 상용화 할 수 있는 장비 기술들을 기업에 기술이전해 상용화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종의 장비 국산화 특공대라고 보면 된다. 첨단장비개발사업단의 연구는 외산 장비로 잠식당하고 있는 산업 시장에서 히든카드가 되고 있다.

장기수 박사.
장기수 박사.
얼마 전 장 박사는 반도체 소자의 결함이나 불량에 의해 발생하는 국부적인 발열을 나노급 분해능, 비접촉방식으로 측정해 고정밀도로 결함위치를 추적·분석하는 차세대 반도체 결함검사(또는 불량검사) 장비 기술을 개발해냈다. 외산 장비로만 100% 사용됐던 분야였다. 이 기술은 모두테크놀로지에 이전됐고, 현재 상용화 준비 작업 중에 있다.

최근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와 미세화, 제조공정의 복잡함으로 인해 소자의 동작에 문제를 일으키는 다양한 결함이나 불량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량의 발생은 반도체 소자의 성능저하와 수율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반도체 소자 제조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이었다.

장 박사의 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반도체 결함에서 발생되는 국부적 발열에 의한 적외선 열 방사를 중적외선 현미경으로 검출해 결함위치를 추적하는 검사 장비를 상용화한 바 있다.

중적외선 열영상을 이용한 반도체 불량 위치 추적 기술의 경우 해외 기술 선진사에서 관련 특허를 선점하고 있어 국내 독자개발이 어려운 상황으로, 국내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이를 전량 수입해 사용해 왔다. 장비 수입 규모는 연 1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100% 수입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산화가 시급히 요구됐던 기술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산 장비 기술이 현재의 반도체 소자의 결함을 찾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적외선의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간 분해능의 물리적 한계가 3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반도체 공정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른 나노급 미세패턴 반도체 소자의 결함을 찾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반도체 제조기업들 입장에서는 향상된 공간 분해능을 갖는 결함 검사 장비를 절실히 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 박사팀은 해외 기술 선진국의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특허를 회피하고 동시에 장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존 상용장비(중적외선 열방사 검출 방식)와는 다른 새로운 원리를 적용해 높은 공간 분해능(40나노미터)을 갖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산업계에서 반도체 불량이라고 일컫는 경우는 반도체 디바이스 내에서 금속 배선들이 끊어졌다던지, 설계상의 오류나 공정상의 오류에 의해 결함이 생긴다던지 하는 경우다. 어디에서 불량이 났는지 알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발열 분포를 측정하는 장비다. 단락이 될 경우 그 곳에서 열이 나는데,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장비다.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기술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장 박사팀이 적용한 원리는 시료의 온도 변화에 따른 반사율 변화의 분포를 측정해 열영상을 획득하는 원리다. 장 박사는 "반도체 레이저 빛이 나올 때 소자에서 열이난다. 그 열이 반도체 레이저의 반사율을 변화시키는데, 이를 적용할 생각을 했다"며 "이 원리를 적용해 장비를 만든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기존의 장비보다 훨씬 높은 고분해능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장 박사팀이 개발해낸 고분해능 열반사현미경.
장 박사팀이 개발해낸 고분해능 열반사현미경.
현재 장 박사팀은 높은 공간 분해능으로 시료의 발열 분포를 측정할 수 있는 '고분해능 열반사현미경' 기술을 개발 완료한 상태로, 이를 기반으로한 고정밀 반도체 불량 검사 기술 및 프로토 타입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상용화를 위한 데모 시스템을 기술이전한 기업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다.

장 박사는 "외산장비는 외산장비대로 장점과 단점이 있고, 우리가 개발한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에서는 외산장비와 우리가 개발한 장비의 장점만을 합쳐 더 성능이 좋은 장비를 만들려고 계획 중에 있다"며 "기술적인 난제에 대해서는 기꺼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장비 산업 육성에 대해 소신을 전달하기도 했다.

장 박사는 스크린 쿼터제를 예로 들어 설명하며 "국산영화산업의 육성을 위해 정부에서는 스크린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극장이나 수입배급사들의 반대에도 정부에서 반 강제적으로 시행한 스크린 쿼터제는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지만, 국내 영화산업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현재 국산영화는 헐리우드 영화에 대적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박사는 "우리나라 장비 산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굉장히 열악한 현실에 있다"며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부품소재 제조업 관련 연구개발 투자와 기업 육성 뿐만 아니라 연구장비 산업 육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