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박용기 UST 전문교수 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진달래가 핀 봄 숲.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면 아마 봄이 되면 한 번쯤 생각나는 동요가 있을 것이다. 바로 ‘고향의 봄’이다. 이 노래 속에는 어릴 때 놀던 시골의 풋풋한 봄 향기와 함께 정말로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숨어 있는 것 같다. Pentax K-3, 100 mm, 1/640 s, F/3.2, ISO 100.
진달래가 핀 봄 숲.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면 아마 봄이 되면 한 번쯤 생각나는 동요가 있을 것이다. 바로 ‘고향의 봄’이다. 이 노래 속에는 어릴 때 놀던 시골의 풋풋한 봄 향기와 함께 정말로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숨어 있는 것 같다. Pentax K-3, 100 mm, 1/640 s, F/3.2, ISO 100.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면 아마 봄이 되면 한 번쯤 생각나는 동요가 있을 것이다. 바로 '고향의 봄'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 노래 속에는 어릴 때 놀던 시골의 풋풋한 봄 향기와 함께 정말로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노랫말은 시인 이원수가 1926년 15세 때 아동문학가 방정환 선생이 발행한 잡지 '어린이'에 게재하였던 동시라고 한다. 우리가 부르고 있는 '고향의 봄'은 홍난파 선생이 1929년에 작곡하였는데, 이보다 몇 개월 먼저 동요 '산토끼'를 작곡한 이일래 선생도 같은 동시에 곡을 붙인 '고향'이라는 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살구꽃. 매화에 이어 피어나는 살구꽃은 꽃자루가 매화처럼 짧아 가지에 바짝 붙어 있어 얼핏 보면 분홍빛이 도는 매화와 구분하기 어렵지만 꽃 술이 매화보다 짧고 꽃이 완전히 피고 나면 붉은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Pentax K-3, 100 mm, 1/400 s, F/5.0, ISO 100.
살구꽃. 매화에 이어 피어나는 살구꽃은 꽃자루가 매화처럼 짧아 가지에 바짝 붙어 있어 얼핏 보면 분홍빛이 도는 매화와 구분하기 어렵지만 꽃 술이 매화보다 짧고 꽃이 완전히 피고 나면 붉은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Pentax K-3, 100 mm, 1/400 s, F/5.0, ISO 100.

올해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자 마자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모든 꽃들이 거의 동시에 피어나는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년 같으면 매화와 산수유가 피고 난 후 진달래와 목련 그리고 살구꽃이 피고 이어서 벚꽃, 자두꽃 그리고 복숭아꽃이 약간씩의 시차를 두고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 봄에는 이 모든 꽃들을 거의 동시에 볼 수 있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꽃 대궐을 차린 봄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숭아꽃.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복숭아꽃은 매화, 살구꽃, 벚꽃 등과 비슷한 꽃이지만 가장 짙은 분홍빛을 띠고 꽃도 조금 더 큰 편이다. Pentax K-3, 100 mm, 1/1250 s, F/5.6, ISO 100.
복숭아꽃.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복숭아꽃은 매화, 살구꽃, 벚꽃 등과 비슷한 꽃이지만 가장 짙은 분홍빛을 띠고 꽃도 조금 더 큰 편이다. Pentax K-3, 100 mm, 1/1250 s, F/5.6, ISO 100.

그런데 꽃 사진을 즐겨 찍는 나로서는 좀 난감하였다. 너무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는 바람에 꽃들을 찬찬히 즐기며 음미할 틈 없이 마치 벌 나비처럼 이 꽃 저 꽃을 옮겨 가며 일단 사진을 찍기 바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더 없이 행복한 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과 일대일 대면을 하면서 그 꽃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란 창조주의 선물을 듬뿍 받게 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봄날의 푸른 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과 일대일 대면을 하면서 그 꽃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란 창조주의 선물을 듬뿍 받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Pentax K-3, 70-200 mm@150 mm, 1/1250 s, F/2.8, ISO 100.
봄날의 푸른 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과 일대일 대면을 하면서 그 꽃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란 창조주의 선물을 듬뿍 받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Pentax K-3, 70-200 mm@150 mm, 1/1250 s, F/2.8, ISO 100.

꽃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 꽃이 우연히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꽃들은 꽃이 태어나게 된 전설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결같이 꽃들의 전설은 슬프거나 안타까운 사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움은 그런 슬픔이 승화되어야 얻을 수 있는 가치여서일까? 고향의 봄에 등장하는 진달래 역시 그런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진달래의 봄. 많은 꽃들은 꽃이 태어나게 된 전설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결같이 꽃들의 전설은 슬프거나 안타까운 사연들로 이루어 져 있다. 진달래꽃도 참 슬픈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 Pentax K-3, 100 mm, 1/200 s, F/4.5, ISO 100.
진달래의 봄. 많은 꽃들은 꽃이 태어나게 된 전설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결같이 꽃들의 전설은 슬프거나 안타까운 사연들로 이루어 져 있다. 진달래꽃도 참 슬픈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 Pentax K-3, 100 mm, 1/200 s, F/4.5, ISO 100.

먼 옛날에 한 아름다운 선녀가 옥황상제에게 큰 죄를 지어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인간 세상에 온 선녀는 울면서 헤매다 한 젊은 나무꾼을 만나게 되고 둘은 부부가 되었다. 이 둘 사이에 예쁜 딸이 하나 생겼는데 그 이름을 달래라 하였다.

달래가 15살의 예쁜 소녀로 자란 어느 날, 선녀는 나무꾼에게 자기가 인간 세계에 오게 된 자초지종과 함께 이제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선녀는 앞으로 달래를 잘 키워 좋은 사람에게 시집 보내달라는 부탁을 남긴 채 함께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나무꾼은 아름다운 아내가 떠나가 버린 것이 너무 슬펐지만 엄마를 닮은 달래를 키우며 슬픔을 이겨내었다.

달래의 나이가 스물이 되자 정말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다. 그런데 들판에서 봄나물을 캐고 있던 달래를 본 욕심 많은 고을 사또가 달래를 후처로 삼으려고 부하들을 시켜 달래를 강제로 데려오도록 하였다. 아버지가 혼자서 온몸으로 말려보려 하였지만 역부족이어서 달래는 부하들에게 끌려갈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선녀가 내려와 달래를 안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사랑하는 딸 달래마저 잃은 나무꾼은 매일 뒷동산에 올라가 하염없이 울다가 병들어 달래의 이름을 부르며 죽고 말았다. 동네 사람들은 나무꾼의 시신을 달래가 나물을 캐던 뒷동산에 묻어 주었는데, 나무꾼의 무덤가에는 봄이 되면 분홍빛의 화사한 꽃이 피어났다. 그래서 그 꽃을 '진달래'라 불렀다.

꽃다지꽃이 있는 봄풍경. 냉이, 꽃다지, 꽃마리, 봄까치꽃, 민들레, 제비꽃 등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작은 꽃들마저도 저마다 우주를 하나씩 품고 있는 것 같다. 꽃들은 저마다 다른 색으로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생명의 비밀로 오묘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우리가 모를 전설 같은 사연 하나쯤은 깊숙이 숨기고 피어나고 있다. Pentax K-3, 100 mm, 1/400 s, F/5.6, ISO 100.
꽃다지꽃이 있는 봄풍경. 냉이, 꽃다지, 꽃마리, 봄까치꽃, 민들레, 제비꽃 등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작은 꽃들마저도 저마다 우주를 하나씩 품고 있는 것 같다. 꽃들은 저마다 다른 색으로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생명의 비밀로 오묘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우리가 모를 전설 같은 사연 하나쯤은 깊숙이 숨기고 피어나고 있다. Pentax K-3, 100 mm, 1/400 s, F/5.6, ISO 100.

고향의 봄에 등장하는 꽃 말고도 냉이, 꽃다지, 꽃마리, 봄까치꽃, 민들레, 제비꽃 등 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 작은 꽃들마저도 저마다 우주를 하나씩 품고 있는 것 같다. 꽃들은 저마다 다른 색으로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생명의 비밀로 오묘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우리가 모를 전설 같은 사연 하나쯤은 깊숙이 숨기고 피어나고 있다.

이러한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라도 모든 근심을 벗고 그들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한 부분이 되는 봄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꽃 잔치가 한창인 이 봄에 찬찬히 작은 꽃 속을 들여다 보거나 꽃나무 그늘에 앉아 봄 향기를 맡으며 잠시라도 쉬어 보기를 권한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중). Pentax K-3, 16-50 mm@21 mm, 1/100 s, F/11, ISO 100.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중). Pentax K-3, 16-50 mm@21 mm, 1/100 s, F/11, ISO 100.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도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의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해지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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