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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출연연'…"변해야 산다"

[업그레이드사이언스코리아 1부-① 현상점검]내부 자성의 목소리
'출연연 위기다' 85% 동의…민간연 보다 신뢰·영향력 뒤처진지 오래

대덕넷은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세계 최고의 성과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테마로 '업그레이드사이언스코리아' 특별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대덕단지가 조성된지 40년이 지나고, 출연연과 함께 민간연이 명실상부하게 대덕특구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며 대덕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됐습니다.특히 최근들어 민간연구소들의 연구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경우도 나오며 어느 때보다 대덕발 세계 최고 연구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대덕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덕단지의 전통적 중요 구성원이고, 한국 과학기술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축적된 경험과 인력, 장비 등은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출연연이 발전해야 국내 과학계가 발전합니다.기대만큼 우려도 큽니다.40년을 지내오는 가운데 쌓인 묵은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출연연 변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플랜 B로 여겨져 왔던 민간연구소들에 대한 제대로된 자리매김도 필요합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민간연구소들의 연구 성과 가운데 세계 최고가 물꼬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덕단지에서는 넘버 2로 대접받아 왔습니다.이제는 민간연구소의 연구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고, 실력도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출연연과 민간연이 존재 형태는 다르지만 함께 과학을 한다는 점에서 서로 협력하고,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대덕단지는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리라고 봅니다. '세계 1등 성과 어떻게 만들까'라는 주제 아래 1부에서는 출연연에 대해 집중 조명하겠습니다. ▲출연연 과학자들이 최고 성과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일류 과학자로 성장하는가? ▲일류의 지적 교류를 하고 있는가? 등의 주제로 살펴보겠습니다.

2부에서는 민간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민간연, 무엇이 다른가 민간연, 경쟁력의 비밀은? 민간연, 끼리끼리 벗어나야 등의 주제입니다. 끝으로 3부에서는 다양한 현장의 대안의견을 공유하는 순서로 기획시리즈가 진행될 계획입니다. 대덕단지가 발전하고,대덕단지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국 과학이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의견 개진도 적극 환영합니다.[편집자의 편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위상이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심각한 상황이에요."(출연연 A 과학자)

"과거 80~90년대에는 출연연이 국익에 도움되는 R&D성과를 내놨다면, 지금은 대부분 민간연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출연연은 구조적으로 동력을 잃었습니다."(민간연 P 연구원)

'출연연 '가 가라앉고 있다 방향키를 잃어버린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중심에 있던 출연연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외면하고 싶어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출연연 과학자들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지금 당장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국가R&D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글로벌 R&D의 혁신은 더 가열되는데, 온갖 감사와 규제의 삭풍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지간한 정부 구조개편 바람에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임시방편 대응 체질로 관료화된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국민들이 염려하는 것은 출연연에게 기대고 있는 국부 창출의 미래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현재 방식의 출연연 방치를 예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1970·80년대 산업계의 맏형으로 대우받던 호()시절을 뒤로 하고 2000년대 들어 출연연의 위상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출연연은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중심에 있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과 LG, 현대 등을 이끈 것도 출연연이었다. 포스코 설립도 KIST로부터 출발했다. 대통령은 과학입국의 명제 아래 출연연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외에서 활약하던 과학자들도 국가 발전에 기여코자 두말않고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

과학자들에게 있어 출연연은 선망의 직장이었다. 정년을 앞둔 한 과학자는 "당시만 해도 연구자를 우선하는 풍토가 도처에 깔려있었다. 교수보다 연구원이 월급이 더 많았고, 과학자들에게 집도 사줬다""그러다 연구원 월급이 동결되기 시작했고, 80년대 중반엔 거의 같아졌으며, 지금은 역전됐다"고 말했다.

출연연 과학자들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성과를 증명해 줄 두꺼운 보고서도 필요 없었고, 중간 중간 연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고할 필요도 없었다.

제역할을 하고, 성과를 보여준 덕분에 국가와 국민이 인정했던 양상이었다. CDMA 상용화를 이끌었고, 세계 최초로 4메가 D(초고집적 반도체)을 개발하는 등 IT강국의 기반 역할을 담당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표준형원전을 독자 개발하는 등 에너지 자립에 기여했고, 국방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서 국산화를 이뤄내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적 성과를 주도했다.

출연연 출신 벤처기업 대표는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출연연에서 가치있는 기술들이 나왔다. 당시에는  민간기업 연구소가 능력이 없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 뒤바뀌었다. 지금은 산업계에서 출연연 기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상 저하 이유?큰 목표 없으니 큰 성과도 안보인다

출연연이 악순환의 길로 들어선 사이, 민간 대기업 연구소들은 몇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LG화학기술연구원은 최근 자동차용 리튬이온 폴리머 전지, 3D TV 편광필름 원천기술 개발 등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 성과들을 연이어 터뜨리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연구원은 반도체, 스마트폰에 이어 바이오의약 부문 등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 확보에 여념이 없다.

확실한 목표와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빠르다는 점은 민간 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출연연과 확연히 비교된다.

대덕넷이 2014년 과학의 달을 맞아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 어떻게 창조하나'를 주제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사회변화에 따른 연구과제 대응 속도를 연구주체별로 비교한다면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200명 중 105(53%)'민간연이 더 역동적이다'라고 답했다. 15(8%)만이 '출연연이 더 역동적이다'라고 답했다.

민간연의 강점은 '확실한 목표'와 '사업화 시스템', 그리고 '역동성'. 민간연의 '확실한 목표'가 강점이라고 답한 의견은 125명(35%), '사업화 시스템'은 123명(34%), 그리고 '역동성’이 54명(15%)이었다.

반면 출연연의 강점은 '조직의 안정성'을 1순위로 꼽았다. 116명(33%)이 안정성을 강점으로 꼽았으며, '연구의 자율성' 91명(26%), '연구의 지속성' 82명(23%)으로 조사됐다. 연구성과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확실한 목표와 사업화 시스템, 역동성이 강점이라고 답한 의견은 각각 16명(5%), 12명(3%), 9명(3%) 수준이었다.

민간연에서 10년 연구생활을 하다가 1년 전 출연연으로 이직한 한 과학자는 "출연연은 연구성과에 대한 연구집단의 확실한 목표가 없으니 큰 성과가 나오질 않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국가적 목표에 맞는 연구목표를 출연연별로 세우고 그에 맞는 기술개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간연 한 연구자는 출연연은 민간연과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정책적으로 확실한 목표를 갖고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출연연 역시 충분히 위기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명중 166'출연연 위기'라고 인식"출연연 위기는 자초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과학기술계 200명 중 166명(84%)이 '현재 출연연이 위기라는데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가 73명(37%), '일부 동의한다'가 93명(47%)으로 현재 출연연이 위기임을 전반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현재 출연연의 위기는 결국 출연연 내부 구성원이 조성해 왔다는 분석이 많다.

50대 초반의 한 출연연 책임연구원은 "출연연 과학자들은 정부가 정해준 제도와 가이드라인에 순응만 해왔던 것, PBS나 제도의 폐해가 심각해져도 누구도 싸우지 않고 연구자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것, 이런 과거의 역사를 보면 누굴 탓할 게 아니라 결국 우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출연연 간의 점점 낮아지는 신뢰도도 출연연을 더욱 위기로 몰고 있다. 정부는 출연연을 못 믿어 각종 평가와 감사로 옭아매는 양상이고, 출연연은 정부가 먼저 바뀌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성토한다.

현재 출연연이나 정부의 자구 노력에도, 과거 제역할을 했던 출연연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출연연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확실한 국가적 목표에 따른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설문 응답자의 근무처와 근무지, 성별, 연령대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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