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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멍든다…정체된 출연연

[업그레이드사이언스코리아 1부-② 현상점검]있는 사람도 관료화에 젖어
민간연, 1년 만에 수백명 연구인력 수혈…출연연, 'TO' 묶여 비정규직 '땜빵' 급급
재교육 시스템 '형편없다' 68%…연구지원 인력 부족도 연구 몰입 저해 요인

민간연의 사례

#1. (인력충원과 활용)35년 역사의 LG화학기술연구원은 작년 2300명의 연구원에서 최근 2800명을 넘어섰다. 1년 만에 500명이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오픈이노베이션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이제 2800명의 지성을 공유하게 됐다.

#2. (인력양성 시스템)삼성종합기술원의 연구자는 두 갈래 길을 갈 수 있다. 경영자가 될 수도 있고, 회사의 전폭적인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으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연구자이든, 경영자의 길을 가든 듀얼 래더(Dual ladder) 시스템에 따라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출연연의 사례

#1. (인력충원과 활용)38년 역사의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해 270명의 연구인력에서 한해동안 20명을 채용, 지금은 290명이 됐다. 2010년 전에는 10명 이내였으나, 그나마 최근에는 퇴직자들이 늘어 20명 정도 선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별한 오픈이노베이션 시스템은 없다.

#2. (인력양성 시스템)출연연 과학자는 행정보직을 담당할 수도 있고, 기존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다. 3년임기의 연구원장이 바뀔때마다 보직자로 인선이 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경영수업이나 거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보직을 맡게 된다. 보직을 맡고난 후는 연구감각을 잃어 '낭인'이 되기도 한다.

◆ 출연연 인력 정체 '심각'…인재육성도 '부족'

출연연은 매년 소폭이나마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 확충은 더디다.

한 출연연의 경우, 2001년 173명이었던 연구원 수가 3년간 동결됐다가 2004년 189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 출연연의 현재 연구원 정원은 279명이다. 14년 간 100명 정도 늘었다. 기술직과 행정직을 모두 포함해도 2001년 257명에서 2014년 352명으로 95명 증가했다. 기능직이 2006년 기술직과 행정직으로 조정되면서, 연구를 지원하는 기술직과 행정직은 사실상 10여 명 줄었다.

ETRI의 한 연구원은 "IMF 때 퇴직자가 많아 인력을 뽑은 뒤로 10년 정도 신규 채용을 못했던 것 같다. 실제 후임과 10년 차가 난다"면서 "연구성과의 질은 사람이 얼마나 있고, 그 에너지를 모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계속 계약직을 뽑을 수밖에 없는 출연연 상황은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래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25개 출연연의 비정규직 연구원은 4860명으로 전체 연구인력의38.4%에 달한다. 특히 기초지원연(70%), 한의학연(63%), 식품연(61%), 생기연(61%), 김치연(58%),화학연(57%), 생명연(55%) 등은 비정규직 연구원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부족한 연구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메꿔가며 과제를 진행하기 급급한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지원 인력 부족과 인재육성 시스템 부재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현재 출연연 연구원 교육과 육성시스템에 대해서는 본지가 진행한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 어떻게 창조하나?' 설문 결과, 응답자의 68%(200명중 134명)가 '형편없다'고 평가했다. '아주 우수하다'고 답한 이는 3%에 불과했고, '우수하다'고 응답한 사람도 18%에 머물렀다.

본지가 진행한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 어떻게 창조하나?' 설문 결과.

2012년 출연연 인력규모는 1만408명 수준이다. 이 중 순수연구직이 7000명 수준이고, 행정직과 기술직, 기능직 등 지원인력이 3000명 정도다. 연구지원 인력 비중이 가장 높은 KIST의 경우도 연구원의 30% 수준이다.

선진국 연구소의 경우 연구지원 인력 비중이 상당하다. 독일 MPG는 연구자가 5378명인데 이를 지원하는 인력은 1만1641명으로 두 배가 넘는다. 프랑스의 CNRS 역시 1만1000명의 연구자를 1만4000명이 지원한다. 지원인력 선발도 전문성에 기반한다.

한 출연연 연구원은 "연구지원 인력이 부족하면 정책수립, 동향분석, 특허관리, 기술이전, 장비운영,자료관리, 대외홍보 등 기능이 약해지고 연구자의 행정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면 이런 부분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민간연의 한 과학자는 "현재 수십여개 출연연들이 있는데, 이들 행정지원 인력에 대한 전문성과 수월성 관점에서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며 "전체 출연연 차원에서 연구지원 인력의 통합적 배치와 양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영 리더십도 '우왕좌왕'…관료화도 심각 수준

'출연연 기관장은 3년 나그네'

출연연 기관장에 대한 현장 과학자들의 인식이다. 원장에 선임되면 보통 6개월 동안 정부부처 인사와 분위기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임기 6개월은 다음 자리를 위해 움직이는 패턴이 일반적인 기관장의 라이프 사이클로 통한다.

실질적으로 기관 CEO로 일하는 시간은 1년도 채 안된다는 게 통설이다. 그나마 원장을 잘만난 기관은 다행이지만, 잘못 만나기라도 하면 내홍을 겪기 일쑤다. 최근 원장이 바뀐 기관들 중에서 벌써부터 '기관의 3년 후 미래가 안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내부 인사들의 한탄이 들리는 기관도 있다.

기관장의 경영 연속성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출연연 보다 민간연이 낫다. 대덕의 민간연 중 LG화학기술연구원의 유진녕 원장은 올해가 10년 차다. 전통적으로 LG화학기술연구원은 원장 임기가 10년 단위다. 초대 최남석 원장이 14년을 역임했고, 여종기 전 원장도 10년간 씨앗을 뿌리고 유 원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출연연의 관료화도 큰 문제다. 이번 특별 설문조사에서 '출연연이 관료화됐다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심하다'가 31%(62명), '일부분 관료화됐다'에 53%(106명)가 답할 정도로 관료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본지가 진행한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 어떻게 창조하나?' 설문 결과

출연연에 3년 전 입사한 한 젊은 과학자는 "출연연에 들어와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 번 바른말을 했다가 호되게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며 "기관장이든 말단 신입 연구원이든 수평적 문화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문화가 돼야 바람직한 연구문화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민간연 원장을 지낸 한 원로 과학자는 "만일 관료주의, 권위나 파벌과 같은 요소가 과학계를 지배하면 좋은 인재들이 설 수 없다"면서 "실력을 존중하는 수평적 문화가 형성돼 연구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도록 출연연의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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