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사이언스코리아 1부-④상상력포럼D]세계적 성과 창출
과기계 리더들 "출연연 프레임 바꾸고 협업 문화 확대 해야"

 

16일 과학의 달 특집으로 열린 상상력포럼D '상상력토크'에는 과학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상목 미래부 차관, 강성모 KAIST총장, 신희섭 IBS 원장 대행, 강대임 정부출연연기관장협의회장, 유진녕 LG화학기술연구원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오태광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16일 과학의 달 특집으로 열린 상상력포럼D '상상력토크'에는 과학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했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상목 미래부 차관, 강성모 KAIST총장, 신희섭 IBS 원장 대행, 강대임 정부출연연기관장협의회장, 유진녕 LG화학기술연구원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오태광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산학연이 각자 고유 기능을 발휘하며 합창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저마다 제창을 하고 있다. 같은 기술을 서로 제각각 개발하고 같은 목표와 방향으로 가면서 민간연에서는 출연연을 기피하고 있다. 국가는 기초연구 등 근원적인 연구에 주력해야 하는데 학교와 출연연, 민간연의 연구 구분이 없어졌다."(유진녕 LG화학기술연구원장)

"대덕에 와서 민간연 리더들과 인사를 나누려 했으나 거의 오지 못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오랜 기간 서로 무관심과 무차별적인 경쟁 속에서 협업 문화를 만들어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융합과 협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 가기 위해 고민 중이다."(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과학의 달을 맞아 과기계 리더들이 총 출동, 과학강국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연구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덕(과학기술계)의 과거와 현재를 짚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세계 최고의 성과 어떻게 창조 할 것인가'라는 한가지 주제를 놓고 대학, 민간연, 출연연의 과기계 리더들이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토론이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와 대덕넷은 과학의 달 4월을 맞이해 16일 오후 3시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를 주제로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한 '상상력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과학의 달 특집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이상목 미래부 차관을 비롯해 국가과학자 1호인 신희섭 IBS 원장 대행, 강성모 KAIST 총장, 강대임 정부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유진녕 LG화학기술연구원장, 오태광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장 등 과학기술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거 패널로 참여했다. 행사장은 시작전부터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토크콘서트 이후 열린 플로어 토론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크콘서트 이후 열린 플로어 토론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대덕연구단지 출범에 직접 참여했던 이상목 차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대덕의 변화상을 짚었다.

이 차관은 "예전에는 출연연 성과가 곧 산업계에서 쓸수 있는 최고 기술이었다. 정부 대형 과제도 출연연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이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융합연구가 이뤄지고 성과가 나왔다"고 기억하며 "그러나 PBS 도입이후 과제 규모가 작아지고 융합연구보다는 혼자하는 연구가 많아지게 됐다. 새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자율성을 확대하고 연구소간 벽을 깰 수 있는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차관은 출연연의 변화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과 민간연의 연구 역량이 커짐에 따라 출연연도 과거와 달리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덕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강대임 원장은 "초기의 대덕은 교통도 불편하고 허허벌판이었지만 출연연이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기업 관계자들이 출연연에서 근무하며 상호 협력과 교류가 활발했다"고 기억하며 "무에서 유를 창출했던 출연연이 지금은 위상과 성과면에서 많이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정체된 출연연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민간연의 사례는 유진녕 원장이 LG화학기술연구원의 변화와 최고 성과를 내기까지 주요 역할을 한 내부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해 소개했다.

LG화학기술원은 1979년 12월 민간 기업 연구소로는 쌍용연구소에 이어 두 번째로 대덕에 내려왔다. 유 원장은 "당시 40명이 내려왔는데 지금은 2800명으로 인력이 늘어나고 세계 최고 성과를 직접 주도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 원장에 따르면 외부에서 기술을 사와서 사업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LG에서는 내부조직간의 오픈이노베이션에 주목했다. 3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각 개인마다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10년전부터 퍼스트무버에 해당하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

출연연이 내부 조직 간에도 중복연구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협업 보다는 경쟁하는 구조를 갖는 것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유 원장은 민간연이 출연연과 협력하지 않는 등 산학연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산학연이 각자 고유 기능을 발휘해 합창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제창을 하고 있다. 같은 기술을 각자 개발하고 같은 목표와 방향으로 가면서 민간연에서는 출연연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는 기초연구 등 근원적인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함께 미래를 향한 제언들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대덕연구단지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함께 미래를 향한 제언들을 쏟아냈다.

최근 수도권에 기업 중심의 민간연 R&D 클러스터가 형성됨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대덕의 위기론과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다.

신희섭 원장대행은 대덕의 위기론은 대덕연구단지 내 출연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기계 전체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1968년 이후 20년간은 출연연의 역할이 컸지만 대학의 연구 역량이 커지면서 인재들이 대학으로 몰렸다. 따라서 대덕의 위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며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라면서 "기존 방법으로는 안된다. 대형 프로젝트와 장기적인 연구시스템으로 가야한다. 그럼 융합은 저절로 이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태광 원장은 가장 뛰어난 대덕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퍼스트 무버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출연연은 대형 국책과제를 통해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해야 한다. 대덕의 인프라는 그런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면서 "민간연의 사례를 접목하고 출연연 간 서로의 벽을 허물어 출연연이 연구개발의 맏형 역할을 하자"고 말했다.

출연연과 민간연의 협업에 대한 방안도 논의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대덕인으로 합류한 김차동 이사장은 "특구내 주체들간의 네트워킹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다"면서 "특구내 학교도 중요한 주체다. 기업과 연구소도 마찬가지인데 출연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구재단이 그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며 앞으로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최근 오픈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소개하며 "이는 KAIST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를 활용해 서로 왕래하고 동기부여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이상목 차관은 토크콘서트를 마무리 하면서 "대덕은 과학벨트 중이온 가속기 등 순수기초연구부터 응용개발 기반, 민간연, 중소기업 등 모든 인프라를 다갖추고 있다"면서 "이들이 생명력을 갖고 자율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사기진작 역할을 하겠다. 또 대덕의 성공모델이 전국으로 확산 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에는 열정이 필요하다"며 열정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토론회에 이어 진행된 플로어 토론에서도 '세계 최고 성과 창출'을 위한 대안과 현재 산학연 간 역할재정립 필요성 등의 주장이 쏟아졌다.

김명수 전 표준연 원장은 "출연연 연구원의 자긍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맞다. 연구비가 적을 때는 '내가 최고'라는 긍지를 갖고 일했는데, 지금은 박사학위 후 대학에 가지 못하면 오는 곳이 출연연이 됐다"면서 "연구비를 많이 주는 것이 결코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연구원들이 연구소를 하나의 직장으로 여기게 만드는 현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학연의 역할이 분명 다른데, 지난 40년 동안 대학 기능이 커지고 기업 연구소가 발전했지만 정부 주도의 출연연 역할은 변하지 못했다"고 꼬집고 "출연연 역할은 10년 전에 변했어야 한다. 그런데 변화 방향을 거버넌스 등 이상하게 잡다보니 변화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현재 출연연 직면 문제 원인을 정책 실패에서 찾았다.

전의진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은 리더와 연구원들의 열정을 강조했다.
전의진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은 리더와 연구원들의 열정을 강조했다.

전의진 대전테크노파크 원장은 "과거 과기정책을 '빠른 추격자', 앞으로 방향을 '선도자'로 구분하면서 너무 인프라에 치중해 이야기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과학기술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새 문화를 만들자고 하는데 옛 경험을 잘 분석해보자. 답은 리더와 연구원들의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는 "기업과 벤처회사, 출연연과 대학 각자가 생각하는 것과 목표가 다르다. 무조건적인 경쟁보다는 각각의 색과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길을 찾자"면서도 "이런 문화는 의식이 바뀌기 전에는 정말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명준 ETRI 책임연구원은 "오늘은 출연연 리더들만 나왔다"면서 "절로 치면 산 중턱에서 몇년째 면벽수행하는 고승들이 연구현장에도 많다. 그런 분들을 이끌어내 함께 이야기하면 정말 원인을 제대로 짚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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