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에 과학계는 구경꾼?…"해결사 돼야"

[세월호 침몰 사고①]재난시 과학적 대응 한계… 적극 참여 체제마련 절실
해양과기원 사고대책단 꾸려 현장 급파…사고 지역 해양정보 제공
임은희·김지영·이해곤·강민구 기자 redant645@hellodd.com 입력 : 2014.04.20|수정 : 2014.04.28

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 추운 바닷물에 잠겨있는 아이들이 느꼈을 죽음의 공포를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옵니다. 무사 생환을 간절히 기원할 따름입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국민적 아픔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계는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려면 과학기술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대덕넷은 '세월호 침몰 사고' 기획을 통해 국가 재난 상황에서 과학자들의 역할에 대해 짚어 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16일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사진=해양경찰청 제공>

진도 해상에서 사상 최악의 여객선 침몰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과학기술계 대응에 대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재난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 체계에 참여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준 진도 해상 세월호 침몰 사고. 믿을 수 없는 참사에 대한민국이 울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남은 생존자들의 무사 생환을 위해, 그리고 안타깝게 바닷속에서 생을 다한 이들을 위해 나라 전체가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한 주는 모두에게 슬픔이었고, 눈물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국가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문제였다. 이번 참사는 사고 원인과 피해를 키운 대처 방법 등을 봤을 때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였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참사가 '숙성형 사고'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와 늑장 구조는 국민의 불신을 넘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993년 전라북도 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사고에서도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20년이 지난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후진국형 사고 대응 모습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들의 구조 여부다. 가라앉은 선체 진입을 서둘러 한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첨단 문명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라곤 하지만, 구조에 있어선 사람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실로 '미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재난시 효율적 대응 및 재발 방지를 위해 과학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구조를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줄 첨단 기술의 부재가 아쉽다.

진도 지역 주민인 강청일 씨는 "이번 사고가 안개 때문 이라는 말도 있듯이 안개탐지기술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수중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 조류를 이겨낼 수 있는 기술, 심해를 이겨낼 수 있는 기술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관련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영제 출연연발전협의회장(KIST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산업발전에 치중하다 보니 안전에 대한 부분까지는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라며 "상황에 따라 맞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어쩌다 한 번 씩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선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성과 위주의 사회에서 재난과 관련된 연구가 철저히 진행됐을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오태광 출연연기관장협의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역시 "출연연의 기술이나 결과물이 국민 행복을 위한 기술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출연연이 국민 행복과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해야 하고,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정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현실과 연구개발은 큰 차이가 있다. 섣불리 말하는 것은 긍정적인 기대만 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과학자나 전문가는 베스트와 워스트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사용에 있어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가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기했다.

◆ 해양과기원 사고대책단 꾸려 현장으로 이동…사고 지역 해양데이터 제공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원장 강정극)은 원내 해양과학 전문가를 망라한 '사고지원대책단'을 구성해 사고 현장 지원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연구원이 보유한 해양관측데이터와 관측 장비를 활용, 진도 해역의 해양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구조단에 제공하고 있다.

사고가 난 16일부터 현장에 나가있다는 박찬홍 해양과기원 부원장은 "현장 상황이 좋지 않아. 파도가 높고 조류도 심해서 사고 해역 접근이 어렵다"며 "현재 해경 요청을 받아 배가 해저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 주변 해저지형과 해저면의 형태를 조사하기 위해 온누리호와 이어도호를 투입시켰다"고 설명했다.

해양과기원에 따르면 이어도호와 온누리호에 이어 작목 1호도 투입한 상황이다. 작은 소형 선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투입됐다.

해양과기원의 이같은 지원은 해상 사고에서 빛을 발한다. 예측 불가능한 해양의 상황을 정밀하게 관측하는 일은 실종자들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육상 지원과 해상 지원으로 팀을 나뉘어 운영 중이다. 해상지원팀은 직접 현장에서 관측 조사를 해 지원을 하고 있으며, 육상지원팀은 조사 자료를 이용해 잠수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을 기관과 협력해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 부원장은 과학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해상 사고가 나면 해양과기원은 바로 팀을 꾸려 현장을 지원한다. 다른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이번 경우는 특수하다"며 "과학기술계 역시 인명사고나 사회문제, 자연재해 등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고민중이다. 과학자들이 할 역할이 분명하고, 이 부분에 대한 계획이 분명히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끝까지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특히 인양할 때 관련 자료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누락되는 부분없이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과기원은 지난 천안함 사고에서도 안전하고 신속한 선체 인양을 위해 해양탐사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강한 조류나 수중의 탁도 등 사고해역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선체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첨단 해양탐사 장비를 이용한 과학적 해양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번 사고 역시 해저면에 침몰한 선체의 선수와 선미의 입체적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조류의 방향이나 세기, 해저퇴적물의 종류와 수온 분포를 확인해 인양 작업을 지원하게 될 예정이다.

◆ 출연연 역할론 대두, 국가 안전시스템에 대한 종합적 검토 필요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 체육관에 자리하고 있다. 슬픔만이 가득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국가 안전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과학자들, 현재는 구경꾼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대덕넷이 진행한 '세월호 침몰 사건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 많은 응답자들이 국가 재난 상태에서 출연연 과학자들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그렇다면 재난 현장에서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구조 및 인양 관련 정보 자료 제공과 현장 기술 자문 등이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 주입 역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과학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데서 온 공감대다.

무인로봇 탐색 및 구조 활동에 대한 자문과 파도에 구애 받지 않고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 도출, 구조자의 안전 구출 방안, 주변 조류 및 기상분석 시스템 가동 등 각 연구기관에서 기존에 개발된 재난 대응 기술과 장비를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체계 마련도 언급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 재난구조 시스템 확립'을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멈칫하는 것은 구조에 있어서 가장 악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 A 과학자는 "세월호 사고는 안타깝다. 그러나 당장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기술 역시 연구개발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례가 많지 않아 기술들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톱다운 방식으로 사례를 예상해 연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규호 대덕클럽 회장은 "사소한 실수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각종 사고에서 과학자의 입장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책임감과 도덕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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