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달과 조류 그리고 스쿠버다이빙
보름·그믐 때 조류 강해…반달 때 비교적 잔잔해져

16일 사고가 난 세월호. 배가 완전히 뒤집혀 선수 일부만 수면 위로 올라와 있던 모습. <사진=해양경찰청>
16일 사고가 난 세월호. 배가 완전히 뒤집혀 선수 일부만 수면 위로 올라와 있던 모습. <사진=해양경찰청>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나라 전체가 침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기대응 부족으로 피해를 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침몰 후 구조와 수색작업이 국민들의 기대를 따라오지 못해 온 국민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작업을 가장 어렵게 만든 원인은 거센 조류다. 사고 해역인 '맹골수로'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의 무대인 '울돌목'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조류지역이다.

더불어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4일은 조석의 차이가 가장 큰 음력 보름이었다. 음력을 이야기한 이유는 바다 사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달이기 때문이다.

조류는 조석(潮汐)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태양의 인력과 지구의 자전도 영향을 주지만, 달의 인력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면 해수면이 올라와 만조가 되고, 달의 인력과 직각인 쪽은 간조가 된다. 달이 지구를 하루에 한 번 꼴로 공전하는 만큼, 만조와 간조는 12시간 25분 주기로 발생된다. 하루 2번 일어나는 셈이다.

특히 조석에 영향을 주는 인자인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위치하면 조석의 차가 극대화된다. 일직선상에 위치한다는 것은 곧 보름과 그믐을 뜻하는데, 사리다. 조석의 차가 큰 만큼 조류도 세지고, 해저에 가라앉은 침전물이 조류에 휩쓸려 시계가 탁해진다.

마찬가지로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이 직각을 이루는 상현과 하현 때 조석의 차가 가장 적다. 이를 '조금'이라고 한다. 이때는 조류가 약해지고, 부유물이 가라앉아 시계도 상대적으로 나아진다.

조류의 세기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는 지형이다. 명량해협의 가장 작은 폭은 293미터다. 병목을 생각하면 된다. 폭이 좁아짐에 따라 같은 양의 물이 빠져나가기 위해 속도가 빨리진다.

세월호 사고 해역 전문가인 심재설 해양연 박사는 "조류가 워낙 빨라 뻘 등 퇴적층이 쌓이지 않는 지역"이라면서도 "신안 앞바다 등에서 쉴 새 없이 부유물질이 흘러와 평상시에도 시야가 1m 이상 확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이빙 시간은 체내 질소농도가 '좌우'…수압 높을 수록 짧아져

이야기에 앞서 기자는 프로 스쿠버다이버임을 밝혀 둔다. 지금은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다이버마스터까지 교육시킬 수 있는 다이빙 강사로, 2005년부터 1년 여간 해외에서 다이빙 강사로 생활했다.

우선 다이버 입장에서 20㎝의 시야와 시속 8㎞의 조류는 다이빙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시야가 좋다면 조류를 타고 힘들이지 않고 즐기는 조류다이빙이 있지만, 지금 환경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는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럼에도 많은 민간 다이버들과 해경과 UDT, SSU 등 특수부대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을 위한 항변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기자가 속한 다이빙단체에서는 안전을 위해 30미터를 한계 수심으로 정하고 있다. 수심 30미터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20분. 간혹 시야가 좋은 곳에서는 40미터까지 내려가기도 하는데, 이 때 머물 수 있는 한계시간은 9분. 35미터에서는 14분에 불과하다. 이것도 첫 다이빙의 경우이며 두 번째 다이빙에서는 같은 수심이라고 해도 체류시간이 더욱 줄어든다.

'무감압한계시간'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체가 수용할 수 있는 질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인체에 질소가 녹아든다고?

그렇다. 인체는 70% 이상의 수분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호흡기를 물고 수면 아래서 호흡하면 압축공기에 포함된 질소가 체내에 녹아든다.(참고로 스쿠버에서 사용하는 공기는 산소 21%, 질소 79%로 구성된 대기 중 공기와 같다. 일부에서 '산소통'이란 표현을 쓰는데 '공기통'이 맞다.)

체내에 녹아드는 질소 한계치를 넘지 않는 것이 앞서 말한 '무감압다이빙'이다.

다이버들이 깊은 수심에 있다 서서히 상승하면서 중간 10미터 단위에서 몇 분간 시간을 보내는 것도, 모든 다이빙 후 5미터 수심에서 3분간 기다렸다 나오는 이유도 체내에 녹아 있는 질소분압을 낮추기 위해서다.

기자가 소속된 다이빙단체의 다이빙 계획표. 수심 30미터의 한계시간은 20분, 최고 42미터 한계시간은 8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자가 강사 시절 보유하고 있던 테이블이다.
기자가 소속된 다이빙단체의 다이빙 계획표. 수심 30미터의 한계시간은 20분, 최고 42미터 한계시간은 8분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자가 강사 시절 보유하고 있던 테이블이다.

◆체내 질소의 위험성…수면과 수심 10미터 공기 부피 '2배'

무감압다이빙이라 할지라도 수심이 깊어질 경우, 간혹 질소가 신경세포에 영향을 끼친다. '질소마취'라고 부르는데, 수중에서 호흡기를 벗고 웃는다거나 상황판단을 잘못하기도 한다. 수심이 얕아지면 자연적으로 해소된다.

사람마다 또 동일인이라도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질소마취 확률이 높아진다. 2004년 3월 세계 심해다이빙 기록(2001년 태국에서 308미터)을 세웠던 존 베넷이 서해에서 침몰선 조사 작업 중 실종됐는데, 당시 수심이 56미터였던 점에서 질소마취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무감압한계를 초과하면 철저한 감압을 거쳐야 한다. 또 20미터 이상 수심에서 급히 상승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기압이 높은 곳에 있던 풍선이 낮은 기압으로 이동하면 기압차에 비례해 커지는 현상을 떠올려보라.

일반적으로 수심 10미터 단위로 물의 압력으로 인해 1기압씩 상승한다고 계산한다. 수면이 1기압인 만큼, 수심 10미터는 2기압, 20미터는 3기압, 30미터는 4기압이다.

수면에서 100리터짜리 풍선을 수심 10미터로 가져갔을 때 부피는 50리터가 된다. 20미터에서는 33.3리터, 30미터에서는 4분의 1인 25리터다.

30미터에 있던 다이버가 감압을 거치지 않고 급히 상승할 경우, 인체에 녹아 있는 질소가 수면에서는 4배로 커진다. 뼈나 근육 등에 녹아 있던 질소가 미처 배출되지 못한 채 팽창하면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ps. 사고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와 자발적으로 참여한 민간 다이버들의 활동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분들의 최선을 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활동이 국민들의 기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부디 그분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에서 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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