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④]대덕넷 긴급 설문조사 결과
아이디어 봇물 이뤄…"국가 재난에 책임감 갖고 참여해야" 한 목소리

"과학기술인들이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외치는 목소리 만큼이나 국가 재난에 책임감을 갖고 함께 참여하고 나눠야 한다. 전문 분야 과학기술인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수가 늘어나면서 온 국민의 슬픔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국가적 재난과 재해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던 과학기술계에서도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과학기술계는 그동안 국가적 위기 상황에 관련분야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무관심' '방관자' 적 입장을 취해온게 사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이름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커지는데 공분하며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개발과 참여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열린 '제47회 과학의 날·제59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부섭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장은 "세월호 침몰사고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과학기술인들이 솔선수범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 참석한 과학자들의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본지에서 지난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짧은 시간에 실시한 '긴급설문 조사'에도 100명 이상의 과학기술인들은 설문에 적극 참여하며 재난·재해시 과학기술인의 역할과 필요한 과학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개진했다.

◆과학기술인의 역할 "국가 재난에 책임감 갖고 참여해야"

대덕넷이 세월호 사고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개발해야할 기술부터 출연연과 정부의 역할까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대덕넷이 세월호 사고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개발해야할 기술부터 출연연과 정부의 역할까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세월호 구조와 인양과 관련해 과학기술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많은 과학기술인이 답하며, 재난 기술개발을 위해 중대형 과제의 필요성과 과학기술인의 역할에 대해 조언했다.

 우선 각 분야 전문가의 인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설문에 참여한 과학자는 "각 분야 관련 과학기술인의 인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국가재난 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국가도 관련 과학기술인에게 자료를 신속하게 송부해서 정확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재난에 조속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재난 극복에 필요한 적절한 과학기술정보 제공과 방안을 제시하고 과학기술인 자문단 풀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재난의 유형에 따라 각각의 기술을 가진 출연연간의 연계와 긴밀성, 장기적인 기술개발을 강조하는 제안도 나왔다.

그에 의하면 해양 사고는 해양관련 연구원에서 안전대응 기술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인명구조 대응책을 세우자는 것. 관련기술 개발 시에는 로봇기술, 항공기술, IT 기술 등 필요한 기술을 가진 해당 출연연과 연계해 중대형 과제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대테러 같은 경우는 ADD(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화학, 에너지, 기계, 전자 등 관련 연구소가 참여하는 중대형의 과제를 통해 대응책 마련이 가능하다. 교통사고나 화재, 폭발 사고, 화학물질 사고 등 피해 규모가 큰 사고도 여러 출연연이 연계해 기술을 개발하고 사고 발생시 조사 분석에 참여할 기관도 선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콘트롤타워의 부재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실종자들이 쉽게 구조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지만 과학기술 개발과 적용에도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자문 역할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휘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를 이끌 콘트롤타워가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사고 이후 수습과정에서도 과학기술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다. 과학자들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사고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예후에 대한 예측을 제공해 국민의 불안과 혼동을 최소화 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참여와 아이디어 제공으로 구조활동에도 참여하고 정치적인 선동 등 이차적인 문제 발생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구조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시한 과학자도 있다. 그는 "무인 로봇의 탐색과 구조활동에 대한 자문을 하고 산소공급 방안을 즉시 해결해 파도에 구애받지 않고 구조작업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 줘야 한다. 또 주변 조류와 기상분석을 할 수 있는 등 전단계의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과학자는 "전문 과학자를 구조 작전 수립단계부터 참여시켜 사고 선박의 정확한 위치, 상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과학자는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인들이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외치는 목소리 만큼이나 국가 재난에 책임감을 갖고 함께 참여하고 나눠야 한다. 전문 분야 과학기술인은 적극적으로 언론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역설했다.

◆재난 재해 구조에 필요한 기술 제안도 봇물

구조신호 자동 전달체계 구축, 암흑의 수중에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초음파 시각장치, 경량형 대기압다이버 장비, 사고관련 센서기반 인공지문 실시간 분석 및 처리시스템, 광대역 비상대응 통신망 연계를 위한 기술 등.

이번 사고를 어느 때보다 안타깝게 지켜본 과학기술인들은 사고 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미래 기술을 제시했다. 사고방지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재난·재해 시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가' 라는 항목에 과학자들의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뤘다.

사고 예방을 위해 조목 조목 적은 한 과학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 탐지시스템 구축 ▲사고관련 센서 기반 인공 지문 실시간 분석 및 처리시스템 ▲광대역 비상대응 통신망 연계 기술 ▲극한 환경 비가시 지역에서의 열영상 및 저조도 센서 개발 ▲재발 방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범국가 연구체계 구현 등 원스텝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해상 사고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과학자에 의하면 함선의 객실 보관용 고농측 액체산소와 질소 보관 용기를 설치하고 객실을 밀폐시키는 실링소재와 승객 소지용 에어백 장비를 개발하자는 것. 또 다른 과학자는 "해저지형을 연구하고 구조 기술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선박 이상시 자동으로 통보하고, 과학기술적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일조하자"고 피력했다.

비파괴검사 장비 개발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이를 제안한 과학자는 "선박 내부의 어디에 생존자들이 있는지 알려면 이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시급한데 비파괴검사 장비를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사체 수습에 대한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참여 과학자는 "대형그물(200mx200m, 코간격 1m) 두개를 준비해 침몰선 양옆에 드리우고 잠수부 수십명이 동시에 그물을 잡는 수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담하다. 우리나라 과학현실에 안타깝다" 자성의 목소리도

과학기술인은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을 바라보며 느끼는 솔직한 심정도 토로했다.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를 위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부탁한다'는 항목에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어른으로서 부끄럽다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 과학의 현주소와 안전불감증에 대한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한 과학자는 "참담하고 안타깝게 뉴스를 보며 우리나라 과학현실의 수준을 절실히 느꼈다"고 지적하며 "우리 모두가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하고 무엇을 쫓으며 살아야 하는지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 과학자는 "어른으로서 자라나는 학생들을 지켜주 못해 미안하고 가족들에게 죄송하다. 이런 인재로 인한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해양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참여자는 "천안함 사고 이후 동일한 사고 수습을 위한 기술을 확보하는데 미흡했던 점에 대해 너무 죄송스럽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 과학자는 동일본 원전사고를 언급하며 그 이후 안전에 대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교훈으로 삼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와 함께 또 다른 과학자는 "안전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직장, 내지역, 내 가정의 문제이며 언제든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인도 내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대덕넷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통해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짚고 관련 기술 개발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실시했다. 현재는 '재난·재해 관련 10대 기술 선정'을 위한 설문(http://advertise.hellodd.com/2014/0422_poll/)을 진행 중이다. 오는 금요일에는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짚는 좌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세월호 관련 대덕넷의 기획기사입니다. 공유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아래 SNS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